the second
안녕하세요, 준쿠스입니다.
이번 시간에는 2주 전 올려드린 제가 쓴 작은 우화 <소금과 맞바꾼 시계>의 2화를 올려드리겠습니다. 지난 첫 화를 올려드리면서 말씀드렸듯이, 이 글은 기-승-전-결의 단순한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번 시간에 올려드리는 부분은 '승' 부분에 해당합니다. 소설로 치면, 갈등이 표면화되는 단계이지요. 그런데 이 점과 관련해서 제가 조금 말씀드려야 할 부분이 있는 것 같습니다.
사실, 처음에는 이 글과 삽화만 올리고, 어떤 첨언도 하지 않을 생각이었습니다. 하지만 제 의도가 어느 정도는 분명히 전달되는 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선, 이 글을 읽다 보면, '상인'이 등장하는데, 일견, 이 인물이 그저 이기적인 장사꾼 정도로만 보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제 의도는 그게 아닙니다. 결론적으로 말해, 그는 선인도 악인도 아닙니다.
이 글을 쓸 때 제 머릿속을 맴돌던 세계관은 다음과 같습니다. 인간 세상이라는 게임판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공간 내에는 그 공간만의 룰이 있지요. 그리고 이 룰은 보통 처음에는 자연스럽게 형성이 되는데, 그것은 바로 한정된 자원의 '결핍'과 '필요'에 의해 시작되지요. 실제로 인간 세상이 돌아가는 것을 잘 보면, 바로 이 두 가지가 그 운동의 축이니까요.
한편, 인간임에도 그 게임판 바깥에 혹은 주변에 존재하는 소수의 사람들도 분명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자신들의 타고난 성향과 의지에 따라 그런 선택을 한 것뿐입니다. 즉, 그들에게는 그게 '자연스러운 것'이지요. 그들의 관심은 본질적으로 게임판 안을 향해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인지 이 게임의 법칙에 좀 초연한 편이지요. 이 글 내에서는 바로 주인공인 '소년'과 같은 인물이 그러합니다. 반면, '상인'과 같은 인물은 이 게임의 법칙을 만들어가는 인물이라고 할까요? 이 둘을 현실 속에 투영해 보면, 좀 투박한 비유이기는 하지만, '소년'은 철학자에 가깝고, '상인'은 정치인에 가깝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저는 게임판 안과 밖이라는 두 세계에 대한 가치판단을 하기 위해 이 우화를 쓴 게 아닙니다. 오히려 이 두 질서 모두를 잘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굴원의 <어부사>에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漁父曰, 聖人不凝滯於物 而能與世推移, 世人皆濁 何不淈其泥而揚其波.' 이 문장을 풀어 요약하자면, '세상이 돌아가는 일에 대한 가치판단에만 매몰되는 사람보다는 세상이 돌아가는 추이에 따라 세인들 속에 섞여 구정물도 튀길 수 있는 사람이 더 현명하다'라는 정도의 뜻이 될 겁니다. 저는 어렸을 적에는 이 말을 싫어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닙니다. 사실, 지금도 좋아하지는 않지만,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며, 오히려 경청해야 할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첨언이 길었네요. 아무튼 이 정도의 설명은 밝히는 게 이 글의 의미가 왜곡되지 않는 것에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그럼 바로 2화를 시작하도록 할게요.
그런데 그 시계는 단지 정확하기만 한 게 아니었어요. 그 시계는 그 자체로 예술품이었어요. 소년은 그 시계 안에 자신이 어린 시절부터 경험했고, 또한 앞으로도 분명 그럴 것이라고 상상했던 세상의 모습을 그대로 담아내었어요. 틈만 나면 숲에 가서 질 좋은 떡갈나무를 조금씩 배어와 잘 말리고, 무지개처럼 반짝이는 호숫가의 깨끗하게 씻긴 돌을 주워 와서 정성스레 깎고 다듬었어요. 무척 맑은 날에 그 호수가 그렇게 무지개처럼 다채로운 색깔을 낼 수 있었던 건, 아무래도 이 돌 때문이었나 봐요. 왜냐하면 소년이 그 돌을 세공하면 할수록 그 돌 역시 매우 아름다운 빛깔을 내었거든요.
결국, 소년의 이런 노력 덕분에 마을 사람들은 세상에 둘도 없이 아름답고 정확한 시계를 공유하게 되었어요. 사람들은 무척 기뻐했고, 행복해했지요. 마을 사람들의 이런 모습을 보며, 소년은 마음속 깊은 곳에서 우러나는 행복감을 느꼈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이 마을, 저 마을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한 마을의 물건을 사고, 또 다른 마을의 물건을 파는 장사꾼이 그 시계를 보고 너무 놀라 잠시 넋을 잃게 되었어요. 그는 나름 자신만큼 세상 곳곳을 돌아다녀본 사람은 없다는 자부심을 가진 사람이었어요. 그만큼 많은 것을 보고, 듣고, 경험한 사람이었지만, 여태껏 이렇게 아름답고 이렇게 놀라울 정도로 정확한 시계를 본 적은 없었던 것이에요. 그래서 그는 마을 사람들에게 물었지요.
“도대체 저 시계는 어디서 난 것입니까? 저는 지금껏 세상 이곳저곳 안 가본 곳이 없지만, 저렇게 정확하면서도 아름다운 시계는 본 적이 없습니다!”
그러자 마을 사람들은 하나 같이 대답했어요. 그 시계는 자신의 마을에서 종지기를 하는 집안의 한 소년이 직접 만든 것이라고 말이에요. 그리고 이 말을 들은 그 장사꾼은 자신의 관성과 욕심대로 다음과 같은 생각을 자연스럽게 하게 되었습니다.
‘그 소년에게 찾아가서, 저 시계의 설계도가 있는지 물어보자! 아, 참! 그리고 저 아름다운 시계를 세공하는 데 쓰인 재료들이 도대체 무엇인지도 하나하나 다 물어봐야지! 아마도 분명 재료들은 이 마을 어딘가에서 구한 게 틀림없을 거야. 저 아름다운 들판이나, 숲, 시내, 개울가 등등 재료를 구할 수 있는 곳은 천지에 널린 것 같군! 그리고는 어떻게 해서든 소년으로부터 그 설계도를 내게 넘기게 해야지! 물론 값은 치러야지. 암, 그렇고말고! 나는 공정한 사람이니까 말이야! 그리고는 마을 사람들을 설득해서 저 시계를 만들 때 사용한 재료들을 내게 팔게 만드는 거야. 나는 저 먼 동쪽 지방에 사는 꽤 유명한 시계공 길드와 인맥이 닿아 있어. 그들에게 설계도를 보여주고, 재료들을 조달해서 저 시계와 똑같은 것들을 계속 만들어내면, 엄청난 돈을 벌 수 있을 거야!’
하지만 그의 이 원대한 계획은 처음부터 뜻대로 되질 않았어요. 왜냐하면 소년은 시계의 설계도를 팔 생각이 전혀 없었거든요. 장사꾼이 아무리 높은 값을 불러도 소년은 요지부동이었어요. 그런데 이 장사꾼은 매우 집요한 사람이었어요. 매일 같이 소년을 찾아가 닦달을 해대었지요. 하지만 소년은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고, 짜증이나 화도 전혀 내질 않았어요. 그저 차분한 눈으로 장사꾼을 쳐다보며, 미안하다고만 말할 뿐이었어요.
이번 시간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다시 셰익스피어의 『리어왕』리뷰 시리즈로 찾아뵐게요. 그럼 다음 시간에 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