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 셰익스피어 『리어왕』리뷰 시리즈(1)

예비적 사항들

byJuncus

안녕하세요. 준쿠스입니다.


이번 시간부터는 새로운 시리즈를 시작하도록 할게요. 바로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명작, 『리어왕』입니다. 오늘은 본격적인 리뷰에 들어가기에 앞서, 앞으로 이 시리즈를 어떻게 진행할지와 작품 이해를 위해 필요한 예비적 설명 정도만 하고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이 작품의 장르부터 살펴볼까요? ‘셰익스피어’라는 이름은 들어보신 분들이 많을 겁니다. 또한 그가 유명한 작가라는 것까지도 아시는 분들은 많을 거예요. 하지만 그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썼는지는 잘 모르시는 분들이 의외로 많은 것 같습니다. 결론적으로 말해, 셰익스피어 ‘극작가’이자 ‘시인’입니다. 즉, ‘소설가’가 아니라는 뜻이지요. 일단 이 점을 분명히 알고 계실 필요가 있습니다.


셰익스피어 초상화


셰익스피어 당시에는 ‘소설’이라는 양식이 발달되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문학의 기원은 시와 연극이지, 소설이 아니거든요. 소설은 매우 근대적인 행위에 속하는 인간학적인 활동입니다. 사실, 왜 그러한지에 대해 탐구를 하는 게 평론가로서 제 주된 관심사항이기는 하지만, 이 시리즈에서는 이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겠습니다. 아무튼 흔히, 세르반테스의 『돈 키호테』로부터 오늘날 우리가 ‘소설’이라고 부르는 장르가 시작되었다고 하지요. 즉, 연대(年代) 보자면, 셰익스피어와 세르반테스는 서로 매우 근접한 시기에 활동한 거의 동시대 작가들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말인 즉, 셰익스피어가 활동하던 당시에는 ‘소설’이라는 장르는 아직 없거나 매우 생소했다는 것을 의미할 겁니다. 제 생각이지만, 만일 당시에 ‘소설’이라는 장르가 분명히 형식화되어 있었더라면, 셰익스피어는 반드시 소설을 썼을 겁니다. 왜냐하면 이런 창작은 기본적으로 자발적인 충동에서 일어나는 것이니까요. 장르는 그저 그것을 표현하는 옷일 뿐입니다.


하지만 이 ‘옷’은 중요합니다. 그리고 셰익스피어가 인류 최고의 천재 중 하나로 손꼽히는 이유 중 하나도 이 ‘옷’에 대한 이해가 너무도 탁월했기 때문이지요. 이를 흔히 ‘데코럼decorum’이라고 부릅니다. 아마도 사전을 찾아보시면, 이 단어의 의미가 ‘예법, 예의범절’ 정도의 의미로 표현되어 있을 겁니다. 이 말인 즉, 데코럼은 ‘고도의 형식’이라는 뜻이며, ‘고도의 형식’에는 반드시 ‘절제와 섬세함’이 매우 세련되게 녹아 있어야 하지요. 그리고 바로 이런 점에서 셰익스피어는 매우 탁월한 천재입니다.


셰익스피어가 활동하던 당시는 엘리자베스 1세 때였습니다. 이 당시를 배경으로 한 좀 노골적인 역사 드라마 시리즈나 영화 등을 보면 쉽게 짐작이 가시겠지만, 솔직히 말해 ‘야만의 시대’였습니다. 장미전쟁부터 시작을 해서 헨리 7세, 8세 그리고 엘리자베스 1세의 튜더왕조 시기까지의 영국을 보면, 말 그대로 탐욕과 권력의 역사, 쉼 없이 이어지는 하극상과 동족상잔의 역사 그 자체이지요, 이 말인 즉, 이는 셰익스피어가 살던 당시의 환경이었다는 뜻입니다. 말하자면, 셰익스피어는 피냄새에 익숙한 세상에서 살고 있었던 것이지요.


하지만, 그게 익숙하든 어쩌든 간에 이 냄새를 역하게 느끼는 것은 보통 인간의 자연스러운 반응이지요. 그런데 역하게 느끼면 보통 사람들을 어떻게 할까요? 그 원인이 되는 것을 없애기로 할까요, 아니면 그 냄새를 다른 냄새, 예를 들면 ‘향수’와 같은 걸로 감출까요? 보통은 후자입니다. 즉, ‘가장(假裝)’이지요. 그리고 바로 이 ‘가장(假裝)’이 곧 데코럼의 기원입니다.


그렇기에 셰익스피어의 작품의 내용은 상당히 즉물적이고 ‘실제적’입니다. 또한 실제로 그가 다루고 있는 소재들의 오리지널리티는 셰익스피어의 것이 아닙니다. 셰익스피어는 대개 당시 사람들에게 이미 알려져 있는 이야기들, 예를 들어, 역사적 사실, 전설, 풍문 등을 소재로 작품을 썼습니다. 그래서일까요? 그의 작품을 보면, 『햄릿』을 제외하고는, 대개 ‘실존=실제’라는 매우 노골적인 진실이 담겨 있습니다. 근친살해나 상간은 예사이고, 배신, 맹목적인 적의와 질투, 복수, 음욕(淫慾) 등의 피와 살 냄새가 진동하는 게 많지요. 특히 4대 비극이 그러한데, 그중에서도 가장 노골적인 작품이 바로 이 『리어왕』입니다.


그리고 그의 천재성이 드러나는 부분도 바로 이 지점이지요.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장편소설 『향수』를 아시지요? 할리우드에서 영화화도 된 작품이라, 많은 분들이 아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작품의 주인공은 천재적인 조향사이지요. 그는 후각이 매우 예민합니다. 그가 태어난 장소와 시대는 사람들의 피와 배설물과 오물 등의 냄새로 가득 차 있습니다. 이 소설의 첫 구절부터 쥐스킨트는 이 악취들을 설명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지요. 그는 본래 사학을 전공한 사람이니, 그가 묘사한 당시 유럽 거리의 이 악취들은 분명 근거가 있는 사실일 겁니다. 아무튼 다시 소설의 내용으로 돌아가서, 그 조향사는 타고난 후각을 통해, 이 더럽고 역하기 짝이 없는 냄새들로부터 세상에서 가장 향기로운 냄새를 맡아냅니다. 그리고 이를 실제로 추출해서 향수로 만들기 위해 살인귀가 되지요.


저는 이 작품을 읽었을 때, 머릿속에서 셰익스피어가 떠올랐습니다. 물론, 그가 살인귀라는 뜻은 전혀 아닙니다. 제가 이때 셰익스피어를 떠올린 이유는, 인간성의 밑바닥에 대한 노골적인 이야기를 소재로 하면서도 이를 그렇게 아름다운 형식미의 절정으로 표현해내는, 그래서 이 야만성 속에서 예술적 대상의 모티브를 발견하고 그것을 탁월한 데코럼으로 구현해내는 그의 천재성과 저 조향사의 천재성 사이에서 어떤 공통점의 징후가 보였기 때문입니다.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오셀로』를 제외한 세 작품에는 공통되는, 매우 유의미한 배경적 주제가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전도(顚倒)’이지요. 이러한 상황을 표현하는 유명한 대사가 바로 『햄릿』의 1막 5장에 나옵니다.


“The time is out of joint. O cursed spite

that ever I was born to set it right!”

이 대사를 번역하자면, “시간의 관절이 어긋나 버렸다. 오! 저주받은 운명이여! 이를 바로잡기 위해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났구나!” 정도가 됩니다. 여기서 ‘시간의 관절이 어긋나 버렸다.’라는 게 바로 ‘전도된 세상’을 의미하지요.


또한 『맥베스』 1막 1장을 보면, 세 명의 마녀들이 이런 말을 합니다.


“Fair is foul, and foul is fair.”

즉, ‘예쁜 것은 추한 것, 추한 것은 예쁜 것’이라는 뜻인데, 이 역시 노골적으로 ‘전도(顚倒)’를 의미하지요.


희곡에서 1막은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앞으로 다룰 주제가 압축적으로 제시되기 때문이지요. 『햄릿』이나 『맥베스』에서는 이것이 이처럼 은유적인 대사를 통해 함축적으로 제시되는 편이라면, 『리어왕』에서는 1막 1장부터 이게 ‘장면’으로써 그대로 제시됩니다. 이 말인 즉, 가장 노골적인 작품이라는 뜻이지요.


예비적인 설명은 이 정도로 된 것 같으니, 그럼 이제 앞으로 이 리뷰 시리즈를 어떻게 진행할지를 설명한 후 글을 마치겠습니다. 희곡은 기본적으로 막(幕)과 장(章)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각 막 아래에 장들이 있지요. 이 작품은 총 5막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일단 계획은 각 회를 막 단위를 기준으로 나누되, 장 단위는 내용의 유기성에 따라 좀 융통적으로 나눌 생각입니다. 즉, 예를 들어, 어느 회 차에는 2막 3장을 다룬다면, 또 다른 회 차에는 3막 4장과 5장을 다루는 식이 될 겁니다. 그리고 전문을 번역하지는 않을 거예요. 그냥 상황과 내용을 대략적으로 설명한 후, 의미를 분석하고 끌어내는 식으로 진행하겠습니다. 즉, 일종의 평론적 해설인 것이지요. 그리고 중요한 표현 등은 바로 위에 제시된 것처럼, 원문을 그대로 옮긴 후, 번역을 해드리는 식으로 하겠습니다.


그럼, 다음 시간부터 본격적으로 작품 리뷰를 시작해보록 할게요. 다음 시간에는 ‘1막 1장’을 다루겠습니다. 그럼 다음 시간에 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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