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역학 제2법칙에 따르면 고립계의 엔트로피는 항상 증가한다. 우주는 태초의 상태에서 출발하여 모든 에너지가 분산되고 무질서도가 극대화되는 최종적 평형 상태를 향해 수렴한다. 이 거대한 관성은 예외 없이 모든 물질과 물리적 현상을 규율하는 우주의 절대적 대원칙이며, 시간이 흐름에 따라 세계는 언제나 균등하고 무차별한 혼돈의 상태로 환원되려 한다.
이러한 보편적 확장의 흐름 속에서 생명의 탄생은 물리적으로 기이한 예외에 해당한다. 지구라는 개방계 위에서 생명체는 외부로부터 에너지를 지속적으로 흡수하여 내부의 무질서도를 낮추고, 정교한 세포 분열과 대사 시스템을 통해 일시적인 구조적 질서를 구축한다. 태어남이란 곧 자연의 무질서화 경향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반엔트로피적 현상이며, 외부 환경에 대가를 지불하면서까지 내부의 형태를 유지하려는 국소적 저항이다.
그러나 이러한 에너지적 부채는 영원히 유예될 수 없다. 아무리 엄밀한 생체 제어 시스템을 통해 질서를 사수하려 할지라도 시간이 흐름에 따라 시스템은 마모되고 개방계의 경계는 마침내 붕괴된다. 대사가 정지하는 순간 유기적 구조는 해체되며, 그간 축적되었던 정보와 형태는 온전히 우주적 평형 상태를 향해 흩어진다. 한 줌의 흙으로 돌아간다는 것은 생명이 일시적으로 유지해 온 내부 질서의 원금을 자연에 반환하고 원자 단위의 무질서 속으로 완전히 동화되는 물리적 종착점이다.
결국 생명이란 엔트로피의 절대적 지배 속에서 일시적으로 허락된 균열이자, 그 자체로 우주의 거대한 흐름을 거스르는 또 하나의 독립된 우주다. 무질서로 수렴하는 물리적 법칙 속에서 스스로 형태를 유지하고 사유하는 체계를 구축했다는 사실 그 자체는 기적이다. 비록 소멸을 향해 수렴하는 여정일지언정, 그 치열한 반대 방향의 힘 속에서 생명은 우주가 스스로의 거대한 허무에 맞서 기꺼이 세워 올린 가장 고결하고도 유일한 존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