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일과 직업

삶의 모든 자원의 올인과 배팅

by날개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으라는 조언은 오랫동안 이상적인 삶의 모델처럼 소비되어 왔다. 생계와 자기실현이 일치하면 더 행복하고 충만한 삶이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그러나 이 명제는 좋아하는 것과 직업의 성격이 본질적으로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다. 어떤 활동은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을 때 유지되지만, 생계를 바카라임지는 순간 전혀 다른 성질의 일이 되기도 한다.


직업은 바카라임과 지속성, 외부의 평가를 전제로 한다. 수입을 얻기 위해서는 조직과 제도, 시장과 타인의 요구를 받아들여야 하고, 결과를 반복적으로 생산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활동의 목적은 자연스럽게 즐거움이나 탐구에서 성과와 효율로 이동한다. 처음에는 좋아서 시작한 일도 어느 순간 의무가 되고, 선택이 아니라 수행의 대상이 된다. 좋아하는 것을 직업으로 삼는 일이 항상 실패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자유를 잃는 순간 흥미 자체가 소진되어 결국 더 이상 좋아하지 않게 되는 역설은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


반대로 좋아하는 일을 생계와 분리하는 선택은 흔히 소극적이거나 현실 도피처럼 오해되지만, 오히려 활동의 본래 성격을 보존하려는 적극적인 태도일 수 있다. 생존의 압박에서 분리된 영역에서는 속도와 방향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고, 중단과 재개 또한 자유롭다. 무엇을 할지뿐 아니라 무엇을 하지 않을지도 선택할 수 있다. 그 자유 덕분에 흥미는 의무로 변질되지 않고 오래 지속된다.


모든 사람이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만들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사람에게 직업은 삶을 유지하는 기반이고, 좋아하는 일은 자신을 자신답게 만드는 영역이다. 둘은 반드시 합쳐져야 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지탱할 수도 있다. 생계는 자유를 가능하게 하고, 자유로운 활동은 삶의 의미를 유지한다. 좋아하는 것을 끝까지 좋아하기 위해 그것을 직업으로 만들지 않는 선택 역시 충분히 성숙하고 합리적인 삶의 방식이다.


하지만, 미련은 항상 남기 마련이다. 가지 않은 길에 대하여 막연히 상상의 나래와 '그때 그랬더라면'이라는 시뮬레이션은 머리 속에서 빙글빙글 돌아간다. 기존에 쌓아온 길에서 다른 길로 들어서는 것은, 익숙함과의 결별과 내려놓는 일에 가깝기 때문에, 상당한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좋아하는지 그렇지 않은지도 겪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이기에 더더욱 마음이 갈 수 있다. 삶의 방향을 한 곳으로 맞추고 현실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갖는 것은 누구나 지향하고 싶은 길이다.


삶의 궤적을 반추해보면, 직업이든 취미든 어떤 성향이든 자 자신이 한곳으로 향하는 지점이 분명하게 존재한다. 나이가 많든 적든, 경험이 많든 그렇지 않든, 분명히 자신이 걸어온 길은 모두 다 그 선택의 이유가 있었고, 그 선택에서 일관된 "경향"을 발견할 수 있다. 흩어져 있던 모든 인생의 경험과 자산이 한 곳으로 집중되는 특정 일을 직업으로 선택하는 순간, 기존에 하루하루를 떼우는 일상인의 모습과는 다른 트랙의 사람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게 된다. 다만, 전제되어야 할 것은 직업을 통해 먹고 살기가 가능해야 한다는 점이다.


삶의 방식을, 직업을 자신이 좋아하는 것으로 채우고, 그것들이 만나는 지점에서 하나로 융합하여 인생을 진행시킬 수 있는 것이야 말로, 인생의 한정된 시간과 에너지를 가장 효율적이고 의미 있게 쓸 수 있는 방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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