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급 파티가 맞이하게 될 한국 반도체의 미래
한국의 반도체 거인들이 역대급 수주 호황에 도취해 수십억 대의 성과급 파티로 황금거위의 배를 가르는 사이, 기술 피라미드의 꼭대기에 선 글로벌 빅테크들은 조용히 자체 인공지능 칩을 설계하며 하드웨어 권력을 회수하고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방 산업의 폭발적인 수요 덕분에 사상 최대의 실적을 올리고 대대적인 성찬을 즐기고 있으나, 이 현상이 한국 반도체의 근본적인 체력 강화로 이어지기보다는 눈앞의 이익 분배에 매몰되는 결과를 낳았다는 비판이 지배적이다. 내부적인 보상 잔치와 주주 환원에 천문학적인 자금을 소진하는 동안, 시장의 진짜 권력자들은 인공지능 인프라의 주도권을 완전히 가져가기 위한 물밑 작업을 완수해가고 있다.
이러한 행보의 이면에는 독점적 플랫폼 거인들이 주도하는 고도화된 에이직 체제로의 급격한 전환이 자리 잡고 있다고 한다. 범용 칩의 폭리에서 벗어나기 위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등은 자체 소프트웨어에 최적화된 칩을 직접 설계하고 대만의 TSMC 등에 위탁 생산을 맡기는 독자 노선을 이미 공고히 다져놓은 것으로 보인다. 반면 한국의 제조사들은 여전히 '공장을 크게 지어 많이 찍어내는' 과거 제조업 패러다임의 성공 방정식에 안주하며, 원천 설계 능력이나 차세대 기술 표준을 주도할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결국 당장의 이익 배분에 눈이 멀어 미래 플랫폼 권력과의 격차를 좁히지 못한 대가는 머지않아 찾아올 하드웨어 정체기 속에서 고도화된 하청 구조의 고착화라는 성적표로 돌아올지도 모른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경고다. 빅테크의 자체 칩 전환이 완벽히 자리를 잡고 소프트웨어 최적화를 통해 하드웨어 매입 단가를 통제하기 시작하면, 완제품 가속기 칩이나 메모리를 납품하던 하위 제조사들의 마진율은 급격한 변곡점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 공급망 내부의 리스크와 단가 인하 압력은 고스란히 하청 기지로 전가되는 반면, 최상위 포식자들은 연산 비용 절감의 수혜만을 취하는 비대칭적 지배 체제가 더욱 공고해질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도 꽤 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