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밖으로 장대비가 쏟아지는 점심시간이면 온라인 게임인들은 약속이나 한 듯 부대찌개 집으로 집결한다. 세계보건기구(WHO)가 1급 발암물질로 지정한 아질산나트륨 가득한 가공육 소시지와 스팸이 사방으로 널려 있고, 성인 하루 권장량을 가볍게 상회하는 염분 수치가 시뻘건 국물 속에서 끓어오르는데도 식당 안은 왁자지껄한 인파로 발 디딜 틈조차 없다. 혈관을 압박하는 나트륨 폭탄과 정제 탄수화물의 극치인 라면 사리, 그리고 흰쌀밥의 조합이 건강에 백해무익하다는 사실을 모르는 이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흐린 날씨가 주는 특유의 으스스함과 가라앉은 기분을 직관적인 감칠맛과 연대의 열기로 채우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은 이성적 경고를 가볍게 무시하며, 사람들을 연기가 가득한 불판 앞으로 기어이 이끌고야 만다.
문제는 이 자극적인 위로의 대가가 식탁을 떠난 이후에도 집요하게 육체에 따라붙는다는 점이다. 부대찌개가 강하게 끓어오를 때 발생하는 하얀 김은 단순한 수증기가 아니라, 햄과 치즈에서 녹아 나온 동물성 지방 입자가 수증기 표면을 감싸 안은 유기 에어로졸 상태의 냄새 분자들이다. 식당 내부 공기 중에 안개처럼 안착해 있던 이 무거운 기름 입자들은 손님이 입고 있는 옷에 닿는 순간 무서운 속도로 침투한다. 실을 꼬아 만든 섬유 조직의 미세한 틈새는 거대한 표면적을 가진 완벽한 포집기 역할을 하며, 섬유 특유의 친유성 성질은 물보다 기름 분자를 자석처럼 끌어당겨 결합해 버린다. 김치의 훈연 향과 고추장의 매운 향, 가공육의 인공 보존제 성분이 뒤섞인 복합적인 냄새는 그렇게 옷감 깊숙이 착 달라붙어 지독한 흔적을 남긴다.
식사를 마치고 터질 듯한 포만감과 함께 사무실로 복귀하는 길, 몸에서는 이내 혹독한 후유증이 시작된다. 밀폐된 엘리베이터 안을 가득 채우는 부대찌개 냄새를 뒤집어쓴 채 모니터 앞에 앉으면, 과도하게 섭취된 나트륨과 탄수화물을 처리하기 위해 체내의 모든 혈액이 위장으로 집중되기 시작한다. 뇌로 가야 할 산소가 부족해지면서 눈꺼풀은 급격하게 무거워지고, 식곤증이라는 이름의 거대한 졸음이 파도처럼 밀려온다. 오후의 사무실은 타닥거리는 키보드 소리와 비 오는 날의 습기, 그리고 사방에서 뿜어져 나오는 퀴퀴한 스팸 탄내가 한데 엉겨 기묘한 침묵의 늪을 형성한다. 깨지지 않는 피로 속에서 온라인 게임인들이 할 수 있는 유일한 행위는 모니터 우측 하단의 시계를 수시로 살피며 오직 퇴근 시간만을 손꼽아 기다리는 무력한 인내뿐이다.
하루의 절반을 회사에 저당 잡힌 채 살아가는 이들에게 점심시간의 부대찌개는 단순한 식사라기보다, 오후를 버텨내기 위해 몸에 주입하는 가장 값싸고 확실한 도파민의 형태일지도 모른다. 비록 옷에는 지워지지 않는 가공육의 냄새가 찌들어 자신과 주변의 눈총을 사고, 밀려오는 나트륨의 역습에 정신을 못 차린 채 꾸벅꾸벅 졸며 오후 업무를 망칠지언정, 그 순간만큼은 뜨거운 국물 앞에서 삶의 애환을 잠시 잊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섬유탈취제조차 뚫지 못하는 진한 햄 냄새를 풍기며 만원 지하철에 몸을 싣고 집으로 향하는 퇴근길, 온라인 게임인들의 등 뒤로 내리는 빗줄기는 오늘 우리가 삼켜낸 시뻘건 염분의 농도를 조금이나마 희석하듯 소리 없이 무거워질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