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하(貴下) v 귀중(貴中)의 페어링

by날개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의 디지털화로 손편지나 종이 우편을 보내는 빈도는 줄었지만, 공문이나 이메일의 첫머리를 장식하는 호칭의 무게감은 여전하다. 흔히 회사나 단체의 명칭 뒤에 관성적으로 '귀하'를 붙이는 실수를 범하곤 하지만, 한자의 어원을 살펴보면 이는 명백한 오류다. '귀하(貴下)'는 직역하면 '당신의 발아래'라는 뜻으로, 상대방의 발밑을 가리킬 만큼 자신을 낮추어 개인을 극진히 높이는 표현이다. 반면 단체나 법인 뒤에 쓰는 '귀중(貴中)'은 '높으신 분들이 모여 있는 가운데'라는 의미를 지닌다. 따라서 생명이 없는 법인격이나 조직 자체를 개인처럼 낮추어 부르는 '귀하'는 격식에 맞지 않으며, 그 조직의 구성원 전체를 아우르는 '귀중'을 쓰는 것이 정확한 쓰임새다.


상대방을 높이는 수신어만큼이나, 나를 낮추거나 밝히는 발신어의 페어링 역시 문장의 완결성을 결정짓는다. 수신인을 '귀중'이나 '귀하'로 정중히 명시했다면, 이와 짝을 이루는 맺음말로는 보내는 사람의 이름 뒤에 '배상(拜上)'이나 '올림'을 쓰는 것이 정석이다. 절을 하며 올린다는 뜻의 '배상'이나 순우리말 '올림'은 격식을 갖춘 비즈니스 관계에서 문장의 시작과 끝의 균형을 완성하는 가장 안전하고 정중한 선택이다. 간혹 사내 메일이나 격식 없는 소통에서 쓰는 가벼운 맺음말을 공식적인 문서에 혼용하기도 하지만, 서식 매너를 정확히 인지하고 상호 존중의 짝을 맞추어 구사하는 건 좋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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