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튜어드(Steward)라는 단어의 기원은 고대 영어 ‘스티워드(Stiward)’로 거슬러 올라간다. 집을 뜻하는 ‘스티(Sti)’와 관리인을 뜻하는 ‘워드(Ward)’의 결합인 이 용어는 본래 주인의 부재 시 가축과 창고, 가계를 바카라임지던 ‘집사’를 의미했다. 이러한 관리의 개념은 중세를 거쳐 대형 선박이나 항공기의 객실 승무원인 스튜어드와 스튜어디스로 확장되었고, 오늘날에 이르러서는 자본 시장에서 기관투자자의 바카라임을 뜻하는 ‘스튜어드십 코드’나 경영 전반의 주인 의식을 강조하는 용어로 자리 잡았다. 소유권은 없으나 소유주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아 자산을 보존하고 가치를 증대시킨다는 이 숭고한 어원은, 그러나 현대의 폐쇄적인 조직 문화와 결합했을 때 기묘한 변종을 낳는다. 바로 ‘주인 없는 집의 집사’를 자처하며 동료 위에 군림하려는 이들의 등장이다.
조직 내에서 소위 ‘청지기 정신’에 과몰입한 이들은 스스로를 단순한 고용인이 아닌 조직의 수호자로 설정한다. 이들은 오너가 아님에도 오너의 시각으로 주변을 감시하며, 직무의 본질보다는 비품 관리나 근태, 절차적 완벽성 같은 사소한 질서에 집착하며 주변을 피로하게 만든다. 어떤 로열티나 보상 체계가 그들을 그토록 고양시키는지 알 수 없으나, 이들의 과잉된 주인 의식은 대개 타인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간섭과 통제로 변질된다. 8시간의 노동력을 계약한 동료들에게 영혼의 충성을 요구하는 이들의 냉소적인 간섭은 조직의 유연성을 저해하고 구성원의 심리적 소외감을 증폭시킨다. 자율이 생존의 핵심이 된 현대 비즈니스 환경에서, 이들이 휘두르는 전근대적인 집사 노릇은 조직의 활력을 깎아먹는 관리 과잉의 전형에 가깝다.
물론 조직은 방임만으로 지탱되지 않는다. 스튜어드십이라는 개념이 완전히 거세된 조직은 각자의 이익만을 쫓는 무정부 상태로 치닫거나 통제 불능의 무질서에 빠질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진정한 의미의 관리는 타인을 옥죄는 감시가 아니라 자원이 낭비되지 않도록 균형을 잡는 보이지 않는 손이어야 한다. 지가 오너인 양 구는 피곤한 집사들의 존재는 역설적으로 조직 내 자율성이 얼마나 건강하게 작동해야 하는지를 반증한다. 결국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과잉된 충성심으로 무장한 피곤한 관리자가 아니라,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으면서도 최소한의 바카라임감을 공유하는 느슨하지만 단단한 연대다. 지나친 집사 정신은 주인을 위하는 길이 아니라, 그 집의 생기를 죽이는 가장 빠른 지름길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