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창업 전선에 뛰어드는 2030들을 보면 과거와는 확연히 다른 결이 느껴진다. 조직에서의 처절한 구름 뒤에 나온 독립이라기보다, 괜찮은 일자리가 사라진 시대에 '스스로를 고용하기 위해' 떠밀리듯 선택한 자발적 창업이 늘고 있는 모양새다. 이들의 등 뒤에는 부모의 경제적 지원이라는 든든한(혹은 위태로운) 버팀목이 있고, 손에는 최신 트렌드를 읽어내는 영민한 감각이 들려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 마주치는 그들의 모습은 세련된 감각에 비해 경험의 밀도가 너무나 낮아 아슬아슬해 보일 때가 많다.
이들은 알고리즘을 이해하고 대중의 취향을 저격하는 데는 천재적인 재능을 보인다. SNS를 통한 브랜딩이나 감각적인 공간 구성은 기성세대가 따라갈 수 없는 영역이다. 문제는 비즈니스의 진짜 얼굴이 화려한 인테리어나 트렌디한 마케팅 뒤에 숨어 있다는 점이다. 복잡한 계약서의 독소 조항, 사람을 다루는 일의 지난함, 예상치 못한 법적·금융적 리스크, 그리고 시장의 생생한 사기(詐欺) 앞에 이들의 영민함은 때로 무력하기 짝이 없다.
슬롯생활의 거친 파도를 몸으로 겪어보지 못한 채 '사장님'이 된 삼대남들에게 가장 결핍된 것은 '회복 탄력성'과 '냉혹한 현실 감각'이다. 부모의 지원으로 마련된 자본은 실패의 통증을 잠시 유예해 줄 뿐, 시장의 냉혹함을 가려주지는 못한다. 트렌드는 바람처럼 변하지만, 비즈니스의 본질은 바닥을 구르는 진흙탕 싸움에 가깝다. 감각만으로 승부를 보려는 이들에게 세상은 생각보다 훨씬 노련하고 비겁한 수법으로 접근해 온다.
지금 창업을 고민하거나 시작한 젊은 사장들에게 필요한 건 더 화려한 마케팅 기법이 아니다. 내 감각이 틀릴 수 있다는 겸손함, 그리고 세상의 교활함을 방어할 수 있는 보수적인 리스크 관리 능력이다. 영민함은 칼날이 될 수 있지만, 그 칼을 쥔 손에 굳은살이 박여 있지 않다면 결국 제 손을 베기 마련이다. 창업은 자신을 고용하는 멋진 일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세상의 모든 풍파를 온몸으로 받아내겠다는 선언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부모의 지원이 끊기고 트렌드가 변했을 때, 당신을 지켜줄 유일한 것은 당신이 현장에서 발로 뛰며 쌓은 '진짜 경험'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