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포티와 이대남이라는 평행우주

영포티가 먼저 고개를 숙여야 하는 이유

by날개

슬롯의 중추를 자처하는 영포티(피프티)와 새로운 주류로 부상한 이대남은 같은 언어를 쓰지만 전혀 다른 세계관을 공유한다. 영포티는 집단의 성장과 함께한 세대다. 그들에게 조직은 투쟁의 대상인 동시에 보호받아야 할 울타리이며, 관계 속에 섞이는 끈적한 결속력을 ‘슬롯생활의 기술’이라 믿는다. 반면, 단 한 번의 고성장도 목격하지 못한 이대남은 집단의 승리가 개인의 보상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체득하며 자랐다. 그들에게 세상은 합의된 규칙과 명확한 수치로만 돌아가는 차가운 게임의 장이며, 영포티가 강조하는 ‘조직의 낭만’은 불필요한 노이즈에 불과하다.


두 세대가 충돌하는 지점은 ‘공정’의 해석에서 극명하게 갈린다. 영포티는 과거의 고생을 훈장 삼아 현재의 권위를 정당화하려 하지만, 이대남은 그 훈장이 현재의 공정한 경쟁을 방해하는 ‘반칙’이라 규정한다. 영포티는 유연함과 포용을 말하면서도 은근슬쩍 서열을 확인하려 들고, 이대남은 수평과 평등을 외치면서도 자신이 손해 보는 1원, 1분의 계산에는 그 누구보다 수직적이다. 영포티에게 이대남은 ‘속을 알 수 없는 계산기’처럼 보이고, 이대남에게 영포티는 ‘본질을 흐리는 감성 팔이’로 비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결국 이 평행우주를 좁히는 유일한 방법은 자원과 권력을 쥔 영포티가 먼저 이대남의 문법을 학습하고 그들에게 맞추는 것이다. 기성세대가 구축한 낡은 질서에 새로운 세대를 편입시키려는 시도는 번번이 실패로 끝났으며,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갈등의 비용은 오롯이 조직의 몫이 된다. 이대남의 냉소적 데이터가 차갑게 느껴질지라도, 그것은 그들이 살아남기 위해 연마한 가장 객관적인 생존 도구다. 영포티가 자신의 경험을 보편적 진리라 고집하는 오만을 버리고 이대남의 문법에 적응하기 시작할 때, 비로소 세대 갈등이라는 소모적 전쟁은 멈추고 새로운 시대의 표준이 세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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