Ⅱ. 모차르트, 두 개의 얼굴

Part 1. 황제의 미소 -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5번 K.503

by조윤미
온라인카지노 썸모차르트25.jpg


2026년 6월 13일 저녁.

롯데콘서트홀로 향하는 발걸음은 조금 가벼웠다.

청주에 계신 한 구독자분이 선물해 주신 따뜻한 티켓.

덕분에 오랜만에 아무런 역할 없이 오직 한 사람의 청중으로 객석에 앉을 수 있었다.

같은 작품을 수없이 들어왔고, 악보도 여러 번 펼쳐보았지만 이상하게도 공연장은 늘 새로운 질문을 던진다.


'이번에는 무엇이 들릴까.'

롯콘사진3.jpg


그리고 그날, 내 귀에 가장 먼저 들어온 것은 모차르트의 화려함이 아니었다.

놀라울 정도로 섬세한 임윤찬 피아니스트의'손끝'이었다.

사람들은 K.503을 흔히 '황제적'이라고 말한다.

당당하고 밝으며, 고전주의의 균형미가 가장 아름답게 구현된 작품이라고.

하지만 그날 임윤찬 피아니스트의 모차르트는 조금 달랐다.

거대한 궁전의 정면보다, 그 안쪽 방에서 조용히 숨 쉬는 한 사람의 체온이 먼저 느껴졌다.

1악장에서는 아직 이름 붙여지지 않은 젊은 베토벤의 그림자가 보였고,

2악장에서는 악보 위에 적혀 있지 않은 순간들이 조용히 살아 움직였으며,

3악장에서는 피아노가 더 이상 혼자가 아니라 오케스트라의 일부가 되어 함께 숨 쉬고 있었다.

그것은 화려한 기교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롯데콘서트홀에서 공연 전 행복하게 사진 찰칵!


얼마나 크게 연주했는가 보다, 어떤 음을 얼마나 깊이 눌렀는가.

어떤 순간을 조금 더 머물게 했는가. 그리고 어떻게 소리를 놓아주었는가에 관한 이야기였다.

공연이 끝난 뒤 집으로 돌아와 다시 악보를 펼쳤다.

듣는 동안 연필로 남겨 두었던 작은 동그라미들과 화살표들.

그 흔적들을 하나씩 따라가다 보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듣는 것은 단지 음표가 아니라 그 음표 사이를 지나가는 한 사람의 생각인지도 모른다고.

그리고 아마, 2026년 6월 13일의 K.503은 내가 알고 있던 모차르트가 아니라,

미처 알지 못했던 또 하나의 얼굴이었을 것이다.


<1악장 - 베토벤은 이미 이 음악 속에 있었다.>

2026년 6월 13일 롯데콘서트홀.

임윤찬이 연주한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5번 K.503을 들으며, 내 머릿속에는 자꾸 한 사람의 이름이 떠올랐다.

모차르트가 아니라, 베토벤이었다.

이상한 일이었다.

분명 객석을 채우고 있는 음악은 1786년의 모차르트였는데, 귀는 자꾸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들을 향하고 있었다.

생각해 보면 위대한 천재는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나지 않는다.

새로운 시대는 언제나 이전 시대의 언어 위에서 조용히 모습을 드러낸다.

그리고 K.503을 듣는 동안, 나는 문득 아직 이름 붙여지지 않은 젊은 베토벤의 그림자를 엿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모 파협 25번 악1.jpg


첫 주제는 C장조의 찬란함 속에서 당당하게 출발한다.

하지만 악보를 따라가다 보면, 화려한 표면 아래에는 훗날 베토벤이 자신의 협주곡에서 더욱 크게 발전시킬 구조적 사고가 이미 자리하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모피협251악장 구조.png

첫 네 마디. 오케스트라는 하나의 질문을 던진다.

이어지는 네 마디. 그 질문에 응답하듯 주제가 다시 모습을 드러낸다.

그리고 뒤따르는 여덟 마디.

단순한 반복이 아니다. 하나의 생각이 스스로를 확장하며 앞으로 나아간다.

4+4+8.


고전주의가 사랑했던 가장 이상적인 균형.

흥미로운 것은, 피아노가 등장한 뒤에도 이 사고의 방식은 그대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질문과 응답 그리고 확장.

마치 하나의 생각이 다른 얼굴로 다시 태어나는 것처럼.


모 25 솔로 악보1 구성.png

이 구조를 따라가다 보면, 문득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1번'의 첫 악장이 떠오른다.


베피협 1번 처음 구조이상적.png

그 순간 내 머릿속에 떠오른 것은,


"베토벤은 모차르트에게서 얼마나 많은 것을 배웠을까?"가 아니었다.


오히려 정반대였다.

베토벤은 모차르트 이후에 나타난 사람이 아니라, 어쩌면 이미 이 음악 속에서 천천히 자라고 있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

그래서 그날의 K.503은 모차르트의 음악인 동시에,

아직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젊은 베토벤의 그림자가 함께 숨 쉬고 있는 음악처럼 들렸다.

그러나 그날 내 귀를 사로잡은 것은 구조만이 아니었다.

임윤찬 피아니스트의 손끝이었다.

임윤찬 피아니스트의 손끝이었다.


모 25 솔로 악보2.png

사람들은 K.503을 흔히 '황제적'이라고 말한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조윤미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피아노로 말하고 말로 연주하는 사람. 피아니스트이자 클래식 해설자. KBS 라디오 방송 진행을 거쳐 현재 유튜브 <조윤미의 크레센도> 에서 소리와 감정을 전하고 있습니다.

42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최근 30일간 1개의 멤버십 콘텐츠 발행
  • 총 8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
이전 04화Part 3. 왜 마지막에는 웃게 되는가 – 3악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