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장. 지우개로는 지울 수 없는 것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친구와 나란히 줄을 서서 입장권을 보여주고, 가방 검사를 통과해 전시실로 들어갔다.
10년 전 그가 찍어 보냈던 사진 속 공간과 비슷한 구조일 거라고 막연히 생각했지만, 막상 들어가 보니 내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크고, 복잡하고, 화려했다.
“여기 기프트숍 되게 좋아.”
친구가 말했다.
“전시 다 보고 내려가면, 지갑이 가볍고 가방이 무거워져.”
나는 웃으면서도,
그 말 속에서 다른 목소리를 떠올렸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기프트숍, 별별 게 다 있더라.”
10년 전, 뉴욕에서 돌아온 그가 했던 말.
그가 내게 건네준 건 수많은 기념품 중 하나의 지우개였다.
분명 그 옆에는 엽서도, 머그컵도, 자석도, 바카라갈피도, 더 ‘기념품 같아 보이는’ 것들이 많았을 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지우개를 골랐다.
그리고 나는 단 한 번도 그것을 쓰지 못했다.
전시를 다 보고 난 뒤, 우리는 기프트숍으로 내려갔다.
친구는 이것저것 집어 들었다 내려놓으면서
“이건 회사 사람들 선물용”,
“이건 집에 두고 쓰기 좋겠다” 같은 말을 했다.
나는 아무것도 집지 않은 채 천천히 진열대를 훑었다.
예쁜 노트, 바카라갈피, 프린트된 명화 엽서, 금색으로 테두리를 두른 머그컵, 작은 조각상 모형까지.
‘이 많은 것들 중 그는 왜 지우개였을까.’
질문이 다시 떠올랐다.
“너 뭐 살 거야?”
친구가 물었다.
“모르겠어.”
나는 솔직하게 말했다.
“예쁘고 좋아 보이는 게 너무 많아서. 근데, 10년 전에 어떤 사람이 여기서 지우개를 사왔거든.”
“지우개?”
친구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왜 하필 지우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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