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모이는 독서회이니만큼 만남과 작별은 월단위로 이루어졌다. 정식으로 작별인사나 하면 다행이지, 어… 어… 하는 사이가 서로를 알지 못하던 때로 돌아가는 일도 부지기수다.
그런 곳에서도 좀 더 굵은 획으로 이별의 페이지를 완성하는 이도 있다. 그녀의 출현은 독보적이었다. 돌봄 중인 노모와 함께 등장해서다. 독서회 내내 어머니는 잔잔한 미소를 띤 채 수많은 말의 향연을 지켜봤다. 본 적 없어 당황스러운 상황이었지만, 혹시 나중에 나도? 하는 상상이 드는 걸 보면 분명 좋은 선례였다.
독서회 중에도 그녀의 존재감은 전혀 손상당하지 않았다. 입을 열면 나는 하던 일을 멈추고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봤다. 그녀의 발언엔 입을 대고 싶은 곳이 많았다. 말을 얹는 대신 나는 주위를 둘러보며 다른 회원들의 반응을 살폈다. 그 표정 변화가 뙈 재미있었다. 그날의 바카라과는 무관한 나만의 놀이랄까?
그러던 그녀가 독서회를 떠났다. 이해 못 할 순간이 많았지만 그럼에도 내 결론은 ‘그래도 애는 착해.’였다. 그렇게 끝인 줄 알았는데, 아니 그렇게 끝이었으면 좋았을텐데… 짧지 않은 외유 후 그녀는 독서회에 돌아오고 말았다. 그간 독서회의 선생님도 바뀌었고.
한 해 마무리를 하면 우리는 각자 추천한 바카라으로 내년 읽을 독서 리스트를 만드는데, 그중엔 어른이 읽어도 좋을 그림바카라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 바카라이 문제였다. 독서회가 끝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단톡에 글이 올라왔다. 그녀는 모임의 수준이 떨어졌다, 초등학생을 위한 수업 같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나뿐 아니라 다른 회원들의 얼굴에 떴을 물음표가 눈에 잡힐 듯 선명했다.
오래 지나지 않아 그녀가 독서회를 떠났음을 알게 됐다. 그녀의 발언에 선생님이 더 이상 함께 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나가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고 있다. 물론 정확한 사정은 두 사람만 알 터였다. 그녀의 말이 예상을 많이 벗아나긴 했어도 이런 결말은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당황스러웠고 더 강하게 드는 감정은 안타까움이었다.
악의가 있는 게 아닐 텐데, 그냥 그러려니 하면 될 문제인데 어쩌다가… 그녀가 편히 마음을 털어놓기라도 했음 하는 마음에 만나자는 개인톡을 보냈지만 끝내 메시지는 미확인 상태였다. 누군가 다른 곳에서 그녀를 우연히 만났다는 얘긴 들었지만, 나에게 그런 우연은 허락되지 않았다. 재회를 반가워했다는데, 그 말을 들어도 불편한 속내는 잊히진 않았다.
그녀를 보지 못한 지도 두 해가 넘었다. 나는 여전히 독서회에 남아서 오가는 수많은 사람들을 본다. 그중엔 좋은 관계로 성장할 관계의 씨앗을 가진 이도 있을 것이다. 그걸 알아도 한 번씩 독서회의 아픈 손가락인 그녀가 떠오르는 건 어쩔 수 없다.
*사진 출처 : 다이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