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여자친구들

by나오


우리 아이에게는 3년 사귄(?) 여자 친구가 있다. 예전 한국 나이로 5-7세 유치원 시절 내내 붙어 다니곤 했다.


우리 그냥 친구로 지내기로 했어


중간에 살짝 '저스트 프렌드' 시기가 있었지만, 그 이후로도 학원에서 둘이 꽁냥대는 걸 목격한 엄마도 있고 아무튼 특별한 사이는 맞다.


사실 제대로 인사도 못하고 다른 동네로 이사 오게 되었다. 초등학교 입학도 있었고, 자기도 정신이 없었는지 그 친구 이야기는 한 번도 안 하다가 대뜸 내일이 00이 생일이라고 이야기를 한다.


“그러면 생일 선물 보내줄까?” 하고 물으니, 미니카를 보내주라고 하는 아이.


“아니 그건 네가 좋아하는 거고!”라고 하니, “아니야 00 이도 미니카 좋아해. ”라고 대꾸를 한다. 정말 할 말이 없었다.



누군가의 생일을 기억하는 게 쉽진 않다. 더군다나 아직 어린아이인데 말이다. 물론 가족들 생일이나 엄마 아빠 핸드폰 번호, 현관 비밀번호 정도는 외우지만 친구들 생일까지 기억하는 걸 보고는 적잖이 놀랐다.


외동이라 자기 생각과 고집이 센 편이고 얼핏 보면 친구들에게 무심해 보이는데, 아주 어렸을 때부터 반 친구들 이름이며 각종 정보를 다 알고 기억해서 신기했었다. 친구들을 정말 좋아해서 보기만 해도 껴안아 귀찮아하는 아이들도 있을 정도였다.


그중에서도 단연 여자친구가 먼저였다. 아기 오리가 처음 본 존재를 엄마라 여기는 것처럼 저 멀리서도 알아보고 달려가서 졸졸 따라다녔다.




유치원 졸업 앞두고는 밸런타인데이와 화이트 데이에 대해 주워 들었는지, 00 이에게 사탕 줘야겠다고 말하는 걸 듣고 엄마는??이라고 물었더니 약간 마지못해 00 이도 주고 엄마도 주고 하며 눈치를 봤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사랑의 힘은 정말 대단한 것 같다. 한글은 일찍 뗀 편이었지만 쓰는 건 미숙했을 때, 여자친구한테 편지를 준다고 종이에 ‘000 사랑해’를 또박또박 써서 깜짝 놀랐었다.


다행인 건지 뭔지 여자친구 이름이 ㄱ,ㄴ,ㄷ 등 쓰기 쉬운 자음이 반복되어 한글 연습 삼아 비교적 쉽게 쓸 수 있었던 것 같다. 이후 빠른 속도로 한글을 써 나갔으니... 정말 고마운 친구다.





이사 온 후로는 무늬만 남녀공학이지 학급 인원 수의 80프로가 남학생이라 동성 남자애들과 어울려 노는 데 푹 빠졌다.


작년만 해도 여자친구 뒤만 졸졸 쫓아다녔는데, 지금은 남자애들 사이에서 거의 골목대장 노릇을 한다.



그래도 가끔 동지팥죽 이야기가 나오면 첫사랑 여자애 이야기가 나온다.


전전 여자친구다. 사귄 건지 아닌 건지는 좀 애매하지만... 그 친구의 플러팅에 넘어간 남자애들 중에 우리 애도 끼어 있었는데, 인생 최초로 좋아한 사람에 대한 기억은 강렬한가 보다.


00 이는 새알심을 참 싫어했어


새알심 싫어하기 어려운데 기억에 남을 만하네.


만 6세, 초1 인생 중 4년을 이야기하고 있다. 햇수로는 5년째... 평생 이야기할 기세다.


나랑 결혼하려면 우리 엄마랑 같이 살아야 돼


예전에 결혼하자는 여자친구한테 우리 애가 이렇게 이야기를 했었다는데, 그건 엄마가 싫어...


그래, 아직은 엄마가 1순위인 나이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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