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은 왜 다 자라서, 혹은 멀쩡한 가정을 두고 다시 독립하는가
‘자취’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당신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풍경은 무엇인가. 부모의 그늘을 벗어나 온전한 내 공간에 설레는 20대의 싱그러운 해방감? 작은 원룸에서 시작하는 서툰 가사노동과 공과금의 압박? 자취는 오랫동안 인생의 전반전을 시작하는 이들의 특권이자, 어른으로 나아가기 위해 거치는 단계로 여겨져 왔다.
의외로 요즘, “40대 첫 자취”가 늘었다면 어떤가? 혼자 사는 20대 이하 청년층의 비중은 감소세에 접어든 반면, 40대부터 70세 이상에 이르는 중장년 및 고령층 1인 가구의 비율은 전체의 60%를 훌쩍 넘어섰다는데, 청년 1인 가구의 증가세가 둔화되는 사이, 이혼·분가·고령화가 맞물린 중장년층의 홀로서기가 판도를 바꾸고 있는 것이다.
청년의 독립이 둥지를 떠나는 '생존 전쟁'이라면, 청년에서 중년으로 넘어가는 길목에 있는 “청중년”의 독립은 삶의 궤적을 스스로 재조정하는 '두 번째 독립'에 가깝다. 이들은 왜 다 자라서, 혹은 멀쩡한 가정을 두고 다시 '1인분'의 방으로 걸어 들어오는가.
청년기의 독립이 '어떻게 살아남을까'라는 경제적 자립에 대한 문제라면, 중년기의 독립은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자기 삶의 주도권을 회복하기 위한 선택이다. 마흔 전후는 온라인 게임에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지만 앞으로의 성장 속도가 둔화되는 것을 실감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자녀가 있다면 양육의 부담은 정점을 지나고, 부모는 노년기에 접어든다. 슬롯적 바카라임은 가장 무거운데 정작 자신을 위한 시간은 가장 부족하다. 그렇기에 “청중년기”에 돌입하는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에게 묻는 것이다. "나는 지금 누구의 삶을 살고 있는가."
가족과 합의 하에 가끔 세컨하우스에 가서 혼자 지내요.
집은 작더라도 더 여러 가지 활동을 할 수 있으니 불편해도 만족해요.
과거의 중년에게 집이 '가족의 안정을 추구하는 고정된 성(城)'이었다면, 요즘 중년에게 집은 조금 더 유연하다. 부부가 각자의 커리어와 성향을 존중하며 격주로 1인 가구가 되는 삶. 이는 관계의 해체가 아니라, 자율성과 연결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고도의 '관계 실험'으로 기능한다. 결혼하고, 내 집 마련, 자녀를 낳고 키우는 흐름이 비교적 명확한 인생의 궤도였던 과거의 중년에 비해, 오늘날의 중년은 상대적으로 일찍 인생의 재설계를 고민한다. 퇴직 이후 무엇을 할 것인지, 어떤 도시에서 살 것인지, 어떤 관계를 유지할 것인지, 그리고 남은 시간을 누구의 기준으로 살아갈 것인지 말이다.
중년의 독립이 반드시 기존 관계의 단절이나 고립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도 흥미롭다. 느슨하게 연대하되 확실하게 분리하는 주말부부, 두 개 이상의 지역에 삶을 걸쳐두는 다지역 거주(Multi-habitation), 주거비 부담을 낮춘 세컨하우스, 일과 휴식을 병행하는 워케이션 등은 모두 이 거대한 주거 트렌드 안에서 궤를 같이한다.
이들은 가족을 무바카라임하게 버리는 것이 아니라, 가족과 정서적으로 긴밀하게 연결된 상태를 유지하면서 오롯이 자신만을 위한 물리적 공간을 영리하게 확보한다. 과거에는 무조건 24시간 한 이불을 덮고 함께 사는 것만이 좋은 관계의 유일한 증거였다면, 지금은 서로에게 적절한 숨구멍과 거리를 허용하는 것이 오히려 관계를 건강하게 오래 지속시키는 성숙한 방법이 되기도 한다.
누군가는 더 넓은 자유를 얻기 위해 독립하고, 누군가는 예상치 못한 상실 끝에 홀로 남겨진다. 같은 1인 가구라는 통계 안에도 전혀 다른 삶의 풍경이 존재한다. 중년이 되어 의도적으로 독립을 준비한다는 것은, 내 삶의 맥락을 남에게 맡기지 않겠다는 선언이다. 내가 무엇을 끝까지 버리지 않을지, 세상의 기준이 나를 흔들 때 내가 사랑하는 라이프스타일을 어떻게 지켜낼지 아는 힘, 즉 '혼삶력'의 진짜 시험대는 마흔 이후에 찾아온다.
중년에게 있어 '혼삶력'은 혼자이기 때문에 필요한 능력이 아니다. 오히려 삶의 형태가 어떻게 바뀌더라도 스스로를 돌보고, 관계를 다시 설계하고, 일상을 유지할 수 있는 힘에 가깝다. 배우자가 있든 없든, 자녀와 함께 살든 혼자 살든 결국 인생의 중요한 선택은 스스로 감당해야 하기에, 그런 의미에서 혼삶력은 1인 가구만의 생존 기술이 아니라, 길어진 인생을 살아가는 모든 어른의 기본 역량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