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스와 화이트큐브 없이도 미술은 팔릴 수 있을까.
아트페어라는 형식은 오랫동안 정형화된 룰을 따라왔다. 균일한 부스를 나란히 세우고 그 안에 갤러리가 작품을 진열하며, 관람객은 통로를 오가며 눈으로만 소비하는 구조인데, 이 익숙한 문법에 균열을 내려는 시도가 최근 몇 년 사이 유럽에서 시작돼 아시아까지 번지고 있다.
기성 아트페어의 격식을 벗어난 대안적 행사 자체는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 다만 대부분은 규모를 줄이거나 신진 갤러리 중심으로 재편하는 수준에 머물렀는데, 아예 전시와 공연과 음식을 하나의 경험으로 뒤섞고 매번 장소 자체를 바꿔가며 페어의 개념 자체를 실험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스위스의 '바젤 소셜 클럽'이 정확히 그 지점에서 출발한 사례다.
2022년 아트바젤의 실험적 대안으로 시작된 바젤 소셜 클럽은 지금까지 다섯 번의 에디션을 옛 마요네즈 공장부터 도시 외곽의 들판, 올해는 바젤 중앙역 인근의 폐사옥까지 매번 다른 장소에서 열어왔는데, 작품은 실제로 판매되지만 격식 없는 공간에서 퍼포먼스와 음식, 음료와 뒤섞여 제시된다는 점이 핵심이다. 이 실험이 이제 도쿄로 건너간다. 창립자 로비 오쿠다 피츠패트릭과 야엘 살로모노비츠는 아트 위크 도쿄 기간인 11월 1일부터 8일까지 진보초의 옛 캡슐호텔에서 '도쿄 재즈 클럽'을 연다고 밝혔는데, "스펙터클보다 경험을 우선한다"는 이번 프로그램은 건물 곳곳에서 음악과 움직임, 소리와 의식을 통해 작가들이 공간을 활성화하며 전시와 퍼포먼스를 분리하지 않고 하나의 세계로 통합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실험이 흥미로운 지점은 장소 선택 자체가 이미 메시지라는 데 있다. 좁은 캡슐 침대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던 공간이 갑자기 예술을 담는 그릇이 될 때, 관람객은 익숙한 화이트큐브의 거리감 대신 몸을 굽히고 좁은 틈으로 파고드는 물리적 경험을 강요받게 되는데, 이는 마침 나무준페이크 개인전(와타리움 현대미술관), 마리코 모리 회고전(모리미술관) 등 55개 장소에서 역대 최대 규모로 열리는 올해 아트 위크 도쿄의 물결과 정확히 맞물린다. 결국 캡슐호텔이라는 낯선 그릇 안에서 미술이 팔리고 소비되는 이 장면은, 페어가 반드시 화이트큐브의 형태를 하고 있을 필요는 없다는 사실을 조용히 증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