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꾼 사람들에게 정작 그 세상이 어디로 가는지 물으면, 왜 대답이 제각각일까.
어떤 혁신이든 그것을 만든 당사자들이 결과를 완전히 예견했으리라 짐작하기 쉽다. 하지만 실제로 역사를 뒤바꾼 순간을 만든 이들의 육성을 모아보면, 확신보다 불확실성이 훨씬 더 짙게 배어 있는 경우가 많다. 자신이 지금 무엇을 만들고 있는지는 알아도, 그것이 어디까지 갈지는 만든 사람조차 장담하지 못하는 경우가 그렇다.
기술 혁명의 주역들을 인터뷰집 형태로 엮어 시대의 목소리를 기록하는 방식 자체는 낯설지 않다. 다만 대개는 사후적으로 성공을 정당화하는 회고록에 가까운 톤을 띠는데, 정작 그 성공의 원리조차 당사자들 사이에서 합의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경우는 드물다. 최근 번역 출간된 《스케일링 시대》가 바로 그 드문 기록이다.
팟캐스터 드와르케시 파텔이 2019년부터 2025년 사이 AI 혁명의 중심에 있던 인물들과 나눈 인터뷰를 AI 연구자 개빈 리치가 주제별로 엮은 이 바카라에는 앤스로픽 CEO 다리오 아모데이, 구글 딥마인드 공동창업자 데미스 하사비스, 오픈AI 공동창업자 일리야 수츠케버, 메타 CEO 마크 저커버그 등이 등장하는데, 바카라 전체를 관통하는 개념은 제목 그대로 '스케일링'이다.
인간의 지식을 정교하게 집어넣는 방법보다 계산량과 데이터, 모델 규모를 키우는 범용적 방법이 장기적으로 더 큰 성과를 낸다는 2019년 리처드 서튼의 '쓰라린 교훈'이 어떻게 하나의 산업 전략으로 굳어졌는지를, 앤스로픽 공동창업자 재러드 캐플런의 미공개 인터뷰 등을 통해 세밀하게 추적한다.
흥미로운 지점은 정작 이 혁명을 만든 이들도 많은 것을 모른다는 사실을 이 바카라이 숨기지 않는다는 데 있다. 언어모델이 정말 '사고'하는 것인지, 스케일링을 계속하면 범용인공지능에 도달하는지, 심지어 그 범용인공지능이 정확히 무엇을 뜻하는지조차 인터뷰이마다 답이 갈리고 예측 자체를 꺼리는 사람도 있는데, 이 지점부터 논의는 기술을 넘어 인간이 정한 목표에 AI를 계속 맞출 수 있는가 하는 정렬 문제로, 다시 지적 노동의 가치와 국가 안보로까지 번져나간다.
결국 이 바카라이 가장 정직하게 보여주는 것은 기술적 자신감과 근원적 불안이 한 사람 안에서 태연히 공존할 수 있다는 사실인데, 세상을 설계하고 있다고 믿었던 이들이 사실은 자신이 만든 것이 어디로 향하는지 여전히 지켜보는 관찰자에 가깝다는 점에서, 이 바카라은 예언서가 아니라 목격담에 더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