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기가 식은 자리에 남은 것]

by김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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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가 끝난 뒤에도 사람들이 계속 돌아온다면, 그건 이미 축제가 아니다.


한 도시의 미술시장을 판단하는 가장 위험한 방법은 정점의 순간만 기억하는 것이다. 2022년 프리즈 서울이 처음 상륙했을 때의 열기, 그 뒤를 잇던 취재 열기와 셀럽 방문 행렬만으로 지금의 서울을 평가한다면, 거래액이 정점 대비 줄어든 지금은 실패로 읽힐 수밖에 없다. 하지만 시장이 식는다는 것과 시장이 무너진다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


신생 아트페어가 초기 화제성을 만들어낸 뒤 몇 년 안에 열기가 가라앉는 패턴 자체는 낯설지 않다. 다만 그 이후가 진짜 승부처인데, 열기만 남기고 사라지는 도시가 있는가 하면 열기가 빠진 자리에 오히려 더 단단한 생태계를 남기는 도시도 있다. 지금 서울이 후자에 속한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KAMS) 데이터에 따르면 국내 미술시장 규모는 2022년 8,066억 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24년 6,151억 원으로 23.7% 줄었지만, 이는 여전히 프리즈 이전인 2017년 정점(4,942억 원)보다 24.5% 큰 규모다. "한국 미술시장은 이제 해외 갤러리들이 전시를 열고 공간을 운영하는 아시아 내 목적지가 됐다"며 "이는 한 도시가 다른 도시를 대체하는 문제가 아니라 아시아 전체가 여러 페어를 감당할 만큼 성숙했다는 신호"라고 짚는다. 실제로 올해 프리즈 서울은 30개국 125개 갤러리(그중 절반 이상이 신규 참가)로 구성됐고, 25주년을 맞은 키아프 서울도 18개국 175개 갤러리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는데, 프리즈 서울 참가 갤러리 중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지점을 둔 비중이 2022년 50%에서 올해 70% 이상으로 늘었다는 사실은 서울이 유럽·미국 갤러리의 원정지에서 아시아 역내 대화의 거점으로 위치를 바꾸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흐름을 뒷받침하는 것은 결국 컬렉터층의 변화다. 키아프 회원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연령대는 40대이며, 최근 조사에서는 컬렉터의 31.3%가 20~30대로, 40세 미만 중 55.5%가 여성이라는 결과가 나왔는데, 이는 컬렉팅이 소수 애호가의 취미에서 라이프스타일의 일부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뉴욕의 아트 어드바이저 애덤 그린이 "서울의 부상이 서구 미술계가 홍콩·중국 본토 중심으로만 바라보던 아시아 미술시장에 대한 인식 자체를 바꿔놓았다"고 평하는 것도 같은 맥락인데, 결국 지금 서울에서 확인되는 것은 단일 도시가 아시아를 대표하는 시대가 아니라 홍콩과 서울, 그리고 또 다른 도시들이 각자의 강점으로 공존하는 생태계로 넘어가는 과도기라는 사실이다. 열기가 빠진 자리에 이렇게 뿌리가 남는다면, 그것이야말로 시장이 성숙했다는 가장 확실한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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