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이 시장보다 늦게 도착했다]

by김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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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행령이 법 시행 이틀 전에 나온다면, 그건 준비인가 방치인가.


한국 미술시장이 마침내 '법의 언어'로 정리되는 순간을 맞았다. 그동안 갤러리와 경매사, 아트 어드바이저와 감정사가 각자의 관행과 신뢰에 기대어 운영해오던 영역에 처음으로 국가가 등록과 신고라는 공식 틀을 씌운 것인데, 문제는 그 틀이 시장보다 한참 늦게, 그것도 준비 안 된 채로 도착했다는 데 있다.


미술시장에 뒤늦게 법적 규율을 도입하는 나라 자체는 드물지 않다. 다만 대개는 시행 인프라를 먼저 갖춘 뒤 법을 발효시키는 순서를 따르는데, 이번 한국의 '미술진흥법'은 그 순서가 완전히 뒤바뀌었다. 지난 7월 26일 1단계 시행에 들어갔지만 시행령은 시행 이틀 전에야 공포됐고 시행규칙은 그다음 날인 27일에야 관보에 실렸으며, 전자신고 시스템은 아직도 구축되지 않았고 실무를 맡을 지자체 공무원들은 시행 사흘 전 단 한 차례 교육을 받았을 뿐이다.


이번 법은 갤러리와 경매사, 자문가와 감정사를 포함한 6개 업종을 관할 구청에 등록하도록 의무화하는데, 문화체육관광부는 약 5천 개 사업체가 영향권에 있다고 추산하며 유예기간(2027년 7월 25일까지)이 끝난 뒤에는 최대 5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부처가 법 통과 후 3년의 시간이 있었는데 지자체 준비는 시행 사흘 전으로 미뤘다"고 지적했고, 일부 갤러리에서는 "이미 많은 갤러리가 재판매 시 작가에게 수수료를 지급하는 관행을 신뢰로 운영해왔는데, 이런 의무 기록화를 법으로 강제하는 나라는 들어본 적이 없다"며 결국 그 혜택이 이미 활발히 거래되는 상위 작가에게만 집중돼 "부익부 빈익빈을 심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한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2027년 도입될 재판매 보상청구권(추급권)의 세부 조건이 여전히 미확정이라는 점인데, 요율의 유일한 공식 근거는 2017년 정부 용역 연구가 제시한 1~2%, 건당 상한 1,500만 원, 연간 전체 풀 20억 원(약 376명 작가 대상) 추정치뿐이다. "이번에 등록부터 서두른 것은 우연이 아니라 추급권에 필요한 데이터 인프라를 미리 깔아두려는 설계"라고 지적하듯, 결국 이 법의 성패는 조문이 아니라 그 뒤에 놓일 집행 인프라가 실제로 얼마나 촘촘하게 작동하느냐에 달려 있다. 아시아 주요 미술시장 중 처음으로 추급권을 도입하는 나라가 되겠다는 야심이, 시행령 하나 제때 못 낸 출발선 앞에서 이미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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