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수와 상수 사이

by정아라

수학 시간에 변수와 상수를 배웠다.

변수와 상수 사이에서 답이 딱 떨어지는 것이 좋았다.

그래서 수학 시간이 좋았다.


상수는 변하지 않는 값, 변수는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값.


그런데 살다보니 삶은 훨씬 더 복잡한 방정식, 아니 미적분? ㅎㅎㅎ

답이 딱 떨어지지 않는다.


사람이 그렇고, 관계가 그렇고, 일이 그렇고, 세상이 그렇다.

어제까지 괜찮았던 일이 오늘 갑자기 달라진다.
잘될 것 같던 일이 뜻밖의 벽을 만난다.
믿었던 사람이 예상하지 못한 선택을 하기도 하고,
내가 아무리 애써도 바뀌지 않는 상황 앞에 서기도 한다.


삶은 생각보다 변수가 많다.

인생은 참 친절하다.
끊임없이 새로운 문제를 출제한다. ㅎㅎㅎ

변수는 통제 불가다.


상수는 변하지 않는 것이다.

변수는 상황에 따라 달라지지만 상수는 달라지지 않는다.


내가 어떤 상황에서도 포기하고 싶지 않은 것.
어떤 선택 앞에서도 마지막까지 지키고 싶은 것.

그것이 나에게는 상수다.


아무리 상황이 달라져도 내가 끝내 지키고 싶은 것.

사람을 대하는 태도.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

쉽게 포기하고 싶지 않은 관계.

내가 이 일을 하는 이유.

어떤 상황에서도 이런 사람이고 싶다는 나와의 약속.

그것이 나에게는 상수다.


변수가 많아질수록 상수를 지킨다.

태도에만 해당하는 건 아니다.


일상도 그렇다. 일상의 상수를 지킨다.

새벽 시간은 무슨 일이 있어도 지킨다.

좀 늦게 일어나는 날도 있지만 포기는 하지 않는다.

한 줄이라도 바카라을 읽는다.

잘 써지든 안 써지든 어떻게든 온라인카지노글을 써낸다.

출근길에 만나는 모르는 이들에게 하루의 안녕을 비는 축복의 인사를 보낸다.

퇴근길에는 감사할 일들을 찾는다.


남이 가져온 변수. 그것은 내 통제 밖이다.

내가 정한 상수. 그것만큼은 지킬 수 있다.


어쩌면 다가오는 변수들은
내가 무엇을 상수로 삼고 살아가는지 확인하는 과정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변수를 통과하다 보면 나도 조금씩 변한다.

전에는 몰랐던 것을 알게 되고, 전에는 못 견디던 것을 견디게 된다.

변수가 나를 흔들었지만 그 변수들 덕분에
내가 무엇을 놓치고 싶지 않은지도 선명해진다.


변수를 없애려고 하지 않는다. 내 맘대로 어차피 안 없어진다. ㅎㅎㅎ

인생이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ㅎㅎㅎㅎㅎ


대신 묻는다.

이 상황에서도 내가 지킬 것은 무엇인가.

상황이 달라졌다고 내가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까지 바꿀 필요는 없다.

모든 것을 바꿀 수는 없지만 무엇을 지킬지는 선택할 수 있다.


삶은 변수가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상수가 선명해지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무엇은 변해도 괜찮고, 무엇은 끝까지 지키고 싶은지
조금씩 알아가는 것.


오늘도 삶은 새로운 변수를 가져온다.

삶은 정답이 없다.


다만 내가 어떤 값을 상수로 둘 것인지는 정할 수 있다.

변수를 없애는 삶이 아니라 상수를 잃지 않고 변수를 통과하는 삶.


그렇게 살아가다 보면

나는 변수를 견디는 사람이 아니라
변수를 통과하며 조금 더 커진 사람이 되어 있을 것이다.


변수와 상수 사이.

그곳이 어쩌면 내가 살아가는 자리다.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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