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즈의 개념을 만들어주기도, 진절머리 치게 만들기도 한 스타벅스
굿즈의 개념을 만들어주기도 했고, 동시에 진절머리 나게 만들기도 한 브랜드. 나에게 스타벅스는 그런 존재였다.
지금은 스타벅스를 대체할 커피 브랜드가 정말 많다. 그럼에도 굳이 스타벅스를 찾았던 이유 중 하나는 굿즈 때문이었다. 다만 나는 단 한 번도 내 돈 주고 스타벅스 굿즈를 산 적은 없다. 걷기 앱에서 만보를 채우며 모은 캐시로 텀블러를 바꿔 모았었다.
온라인 게임생활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사람들의 소비 습관도 관찰하게 된다. 그중 유독 눈에 띄었던 것이 스타벅스 굿즈 구매였다. 시즌마다, 월마다 끊임없이 쏟아지는 스타벅스 굿즈를 왜 그렇게까지 사려고 할까 싶다가도, 한편으로는 정말 대단한 마케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에게 ‘굿즈’라는 개념을 가장 강하게 인식시킨 브랜드 역시 스타벅스였다. 물론 아이돌 굿즈 문화도 있었지만, 일상 속 소비로 굿즈를 체감하게 만든 건 스타벅스에 더 가까웠다. 다만 너무 많은 굿즈가 쏟아지면서, 처음 굿즈를 특별하게 느끼게 만들었던 희소성은 이미 오래전에 사라진 것 같아 아쉬움도 컸다.
매달 새로운 이벤트와 굿즈를 내놓기 위해 내부에서는 얼마나 치열하게 아이디어 싸움을 할까 싶기도 했다.
하루 종일 휴대폰을 볼 시간이 없어서 퇴근 후에야 이번 사태를 알게 됐다. 자극적인 기사 제목만 훑어보다가 “무슨 일이지?” 싶어 하나씩 찾아봤는데, 아무리 좋게 이해해보려고 해도 받아들이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외국에서 태어나고 자라 역사적 맥락에 둔감할 수 있다고 몇 번이고 생각해 봤지만, 이건 단순한 무지라고만 보기에도 어려웠다. 의도가 있었든 없었든 쉽게 넘어갈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다.
그래서 캐시워크와 야핏무브에서 열심히 캐시를 모아 바꿨던 스타벅스 SS 블랙탱크 텀블러 503ml가 떠올랐다. 과탄산소다에 뜨거운 물을 부어 세척하다가 겉표면이 벗겨져서, 계속 써야 할지 버려야 할지 꽤 오래 고민했었다.
그런데 이제는 버릴 명분이 너무 명확하게 생겨버렸다.
고맙다. 덕분에 미련 없이 버릴 수 있게 됐다.
Credit
글. 이정윤
사진. 이정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