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창업자를 뽑는데, 이미 창업한 사람이 유리했다

샘플 하나 없는 사람은 가능성을 , 이미 시작한 사람은 증거를

byAnotherScent

발표장에는 서로 다른 단계의 사람들이 앉아 있었다.

아직 시작하지 않은 사람도 있었고,

이미 어느 정도 사업을 해본 사람도 있었다.


예비창업자를 뽑는데, 이미 창업한 사람이 유리했다

예비창업 심사에서 더 높은 점수를 받기 쉬운 건

‘예비’가 아닐 수도 있었다

아직 시작하지 않은 사람도 있었고,

이미 어느 정도 사업을 해본 사람도 있었다.

업종도 달랐다.


관광지와 연결된 사업이 있었고,

카페처럼 누구나 구조를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사업도 있었다.

그리고 아직 제품 하나 제대로 보여주기 어려운 사업도 있었다.

표면적으로는 모두 같은 자리였다.


예비창업 지원사업 발표.


하지만 실제 발표에서 요구되는 설명의 난이도는 같지 않아 보였다.

이미 운영 중인 사업은 설명할 것이 적었다.

무엇을 파는지 이미 보였고,

누가 고객인지도 비교적 명확했다.

관광지와 연결된 사업은 사람이 오는 이유를 처음부터 설명할 필요가 없었다.


카페 역시 마찬가지였다.

커피를 팔고,

사람이 오고,

한 잔에 얼마를 받고,

하루에 몇 잔을 팔아야 하는지.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금방 그림이 그려진다.

반면 아직 만들어지지 않은 사업은 처음부터 끝까지 설명해야 했다.


왜 이 제품이 필요한지.

누가 돈을 낼지.

가격은 왜 이 정도인지.

원가는 적절한지.

몇 개를 팔 수 있을지.

언제 손익분기점을 넘을지.

샘플 하나 없는 상태에서는 결국 숫자와 말이 제품을 대신한다.


발표에서도 질문은 숫자로 돌아왔다.

원가

소비자가

손익분기점

계획서 안에 적혀 있던 숫자들이 하나씩 다시 검토됐다.


이 질문들이 부당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사업에 돈을 지원하려면 수익성과 지속 가능성을 확인해야 한다.


다만 여기서 한 가지 차이가 생긴다.

이미 운영 경험이 있는 사람의 숫자와

아직 시작하지 않은 사람의 숫자는 성격이 다르다.

한쪽은 실제 경험에서 나온 숫자에 가깝고,

다른 한쪽은 아직 검증되지 않은 가정에 가깝다.

형식상 같은 ‘매출’과 ‘원가’라는 항목을 설명하고 있어도,

심사하는 입장에서는 두 숫자를 같은 무게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이 차이는 업종에서도 나타났다.

이미 익숙한 업종은 별도의 설명이 거의 필요하지 않는다.

카페가 어떻게 돈을 버는지는 대부분 알고 있다.

관광지 주변에서 무엇인가를 판매한다는 구조도 이해하기 쉽다.


반면 새로운 방식의 사업은 수익 구조 자체를 먼저 이해시켜야 한다.

사업이 낯설수록 설명해야 할 것이 많아진다.

설명해야 할 것이 많아질수록

5분짜리 발표 안에서는 불리해질 가능성도 커진다.


결국 심사에서는 아이디어의 새로움만으로 판단하지 않는다.

얼마나 구체적으로 보이는지,

얼마나 빨리 이해되는지,

얼마나 실패 가능성이 낮아 보이는지도 함께 작동한다.

그 기준으로 보면 이미 운영 중인 사업은 자연스럽게 강점을 가진다.


이미 존재하는 공간이 있고,

이미 고객이 있고,

이미 제품이나 서비스가 있다.

말보다 증거가 먼저 있다.


반면 진짜 초기 단계의 예비창업자는 반대다.

증거보다 설명이 먼저다.

아직 없는 제품을 설명하고,

아직 없는 매출을 계산하고,

아직 만나지 않은 고객을 정의해야 한다.

그 차이는 결과에서도 드러났다.


지원금은 사업마다 다르게 배정됐다.

이미 현실성이 쉽게 보이는 사업에는 더 큰 금액이 가고,

아직 가능성을 설명해야 하는 사업에는 더 작은 금액이 배정되는 모습으로 보였다.


샘플 하나 없이 발표한 사업에 돌아온 금액은 최저금액이었다.

가장 낮은 수준의 금액이었다.

이 결과를 단순히 불공정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심사하는 사람도 결국 현재 확인할 수 있는 정보로 판단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그 장면은 한 가지 질문을 남긴다.

예비창업 지원에서 가장 높은 평가를 받기 쉬운 사람은

정말 가장 ‘예비’에 가까운 사람일까.

이미 운영 경험이 있고,

이미 제품이 있고,

이미 시장이 있고,

이미 매출 구조를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지원사업 안에서도 자신의 가능성을 증명하기 쉽다.


반대로 정말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시작하는 사람은

가능성을 현실처럼 설명해야 한다.

같은 발표장에 있지만 출발점은 다르다.


지원사업은 미래 가능성을 평가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실제 심사에서는 미래보다 현재의 증거가 더 설득력 있게 작동할 수 있다.

그 자체가 이상한 일은 아니다.


사람은 보이지 않는 가능성보다 이미 존재하는 것을 더 쉽게 믿는다.


다만 그렇다면 예비창업이라는 말의 범위는 생각보다 복잡해진다.

아직 시작하지 않은 사람을 지원하는 제도에서
이미 시작한 사람이 더 설명하기 쉬운 구조.


그날 발표장에서 가장 선명하게 보였던 것은
아이디어의 차이보다

그 차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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