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따라 쓴 아메리카노

인생도 쓰다

by소망안고

하얀색 잔 안에 담긴
검은색의 아메리카노.


오늘따라
쓰디쓰다.


앞에 앉은 사람의 시선.
이십 년 가까이
바라보고 살아온 그 시선을
그 순간만큼은 쳐다볼 수 없었다.


아니,
보고 싶지 않았다.


따뜻했던 눈이
차갑게 변해버린 것을
더는 보고 싶지 않았다.


비아냥거리는 말투와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있는 목소리가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오늘따라 크게 들리는
이명 소리가
오히려 감사하다.


듣고 싶지 않은 말을
대신 막아주고 있으니까.


나는 바랐다.
간절히 바랐다.
나에게
미안하다고 말해주기를.


그날의 일에 대해
한마디라도 사과해 주기를.


그런데
미안하다는 말은커녕
오히려 당당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무엇을 기대했던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