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막함의 끝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을 무언가를 향해
어쩌면 우리의 삶은 처음부터
'기다림'으로 시작된 것일지도 모른다.
엄마의 품속에서 견뎌낸 열 달이라는 기다림으로 세상에 발을 디딘 우리 인생은,
살아가는 동안 수없는 기다림을 거듭하며 완성되어 간다.
문득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과연 기다림이란 무엇일까.
그것은 내 속도와는 전혀 다른 타인을 조용히 품어주는 일이며,
나보다 빠르게 흘러가는 세상의 속도를 따라잡기 위해 내 안의 힘을 다지는 시간이다.
때로는 희망조차 보이지 않는 막막함 속에서,
마침내 찾아올 어떤 순간을 지켜내는 고요한 투쟁이기도 하다.
결국 기다림이란,
누군가 혹은 무언가를 향한 내 마음의 가장 깊은 고백이다.
그렇기에 기다림의 시간은
가슴을 거세게 내리치는 빗줄기처럼 아프고, 서글프며, 지독하게 외롭다.
지금의 나는 과연 어떤 기다림 속을 지나고 있는 걸까.
이 고요한 기다림은 내게 얼마나 깊은 통증을 남기고 있는가.
아프다.
참 많이 서글프고, 이루 말할 수 없이 외롭다.
하지만 이 아프고 외로운 시간을 끝내 견뎌낼 수 있는 까닭은,
내가 무언가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다면 그 끝에 서 있는 무언가 역시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누구도 그 기다림의 끝에 무엇이 놓여 있는지 알지 못한다.
그럼에도 오늘을 참아낼 수 있는 것은, 견디어낸 시간의 끝에서 나를 기다리는 존재가 분명히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설령 그 결과가 내가 처음 염원했던 모습이 아닐지라도,
고통을 관통해 낸 내 삶은 이전보다 한 단계 더 깊어지고 단단해져 있을 것이다.
어쩌면 '기다림'이라는 단어 안에는
이미 '희망'과 '소망'이라는 마음이 함께 숨 쉬고 있는지도 모른다.
아픔과 외로움을 통과한 자리에 마침내 희망이 피어날 것이라는 기대감,
그 조용한 기대가 마음에 작은 설렘을 불어넣는다.
하여,
나는 오늘 밤 아프고 서글픈 기다림의 잔상을 슬그머니 뒤로 미뤄둔다.
그리고 그 자리에, 나를 향해 오고 있을 내일의 설렘을 가만히 올려놓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