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소리 들리는 창가를 바라보며 친구를 생각하다
단 한 사람, 그런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
항상 함께하지 않아도 마음은 늘 함께하는 친구.
밥을 먹다가도 '그 친구는 밥을 먹었을까?' 걱정하고,
길을 가다가도 '지금 어디서 무얼 하고 있을까?' 궁금해하며,
따뜻한 커피 한 잔을 쥐었을 때 '그 친구가 아메리카노를 참 좋아했지' 하며 떠올리는,
늘 마음으로 곁에 머무는 친구.
그런 친구라면 내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내 마음을 알아채고,
소식 없이 오랜 시간이 흘러도 말없이 기다려주지 않을까.
가끔 어쩌다 만나는 날에도 저 멀리서 나를 금세 알아보고,
환한 얼굴로 맞이하며
말없이 등을 토닥여줄 그런 사람.
과연
나에게는 그런 친구가 있을까?
그리고
나는, 누군가에게 그런 친구였을까?
살아가며 수많은 인연을 스쳐 지나간다.
하지만 마음이 너무 답답해 터질 것 같을 때,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허전함에 방황할 때,
차마 숨겨둔 눈물을 흘리며 마음껏 울 수 있는 친구는 과연 몇이나 될까.
어릴 적 아버지가 해주셨던 말씀이 떠올라 마음을 울린다.
"많은 친구가 필요한 게 아니다. 인생의 가장 어려운 순간에 함께해 줄 친구 단 한 명만 있어도, 너는 참 잘 살아온 인생이다."
나이 오십을 넘어선 지금,
나는 과연 그런 친구를 얻었을까.
아니면, 누군가에게 그런 단 한 사람이 되어주었을까.
오늘 나는 넓은 창유리를 세차게 내리치는 빗줄기 속,
산 아래 옹기종기 모여 있는 마을이 보이는 카페에 홀로 앉아 있다.
세차게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으며 따뜻한 잔을 가만히 감싸 쥔다.
창밖에 얼룩지는 빗물처럼 지나온 삶의 얼굴들이 아른거린다.
어쩌면 진정한 친구를 갖는다는 건,
내가 먼저 누군가에게 계산 없이 마음을 내어주고
그의 슬픔에 가만히 등을 토닥여주는 사람이 되는 일에서 시작하는지도 모른다.
빗줄기가 조금씩 잦아드는 창밖을 바라보며,
오늘 나는 오래된 그 이름 하나를 조용히 마음에 떠올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