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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 실연과 면접

102~111

by숨 빗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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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시험 합격자는 추가 서류를 제출해야 했다. 먼저 제출한 이력서와 경력증명서, 교원자격증 사본 외에도 동민고등학교는 고등학교 생활기록부, 대학교 성적증명서, 자기소개서를 2차 시험 대상자에게 요구했다.

기간제 교사를 지원할 때 써둔 지난해 자기소개서가 있었지만, 일 년 동안 우선고등학교에서 근무한 경험을 담아 자기소개서를 새롭게 작성해 보기로 했다. 정해진 질문과 글자 수 제한이 있어서 작성하는 게 생각만큼 쉽지는 않았다.


1. 성장과정과 장점을 교직관과 관련지어 소개하시오.

시골에 홀로 계신 할머니 곁에서 유년기와 사춘기를 보냈습니다. 부모님과 떨어져 지내다 보니 아주 어릴 때부터 학교 준비물이나 과제물 등을 혼자서 준비했습니다. 경제적 도움을 넉넉히 받을 만한 형편도 아니어서 학원과 과외 수업은 받아본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학교 수업과 스스로 터득한 공부법만으로 대학 입시를 준비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타인에게 의존하지 않는 독립심과 스스로 대안을 마련하는 주체적 역량을 키웠습니다. 기한에 쫓기며 과제나 일을 처리하는 게 아니라, 무엇이든지 앞서서 준비하는 습관도 갖게 되었습니다. 이런 제 장점들은 학생들의 면학 지도는 물론, 학교 행정 및 교과 업무 처리의 효율성에도 큰 도움을 줄 것입니다. 또한 다소 외로운 성장과정을 보냈기에, 환경이 어려운 학생들을 더 잘 공감해 줄 수 있는 토대를 지녔다고 생각합니다. 학창시절 저도 몇몇 선생님들께 그런 감정적 위로와 도움을 받았습니다. 훗날 그 선생님들로부터 저를 돕는 게 보람있고 행복했다는 말씀을 들었습니다. 교사와 학생 모두가 행복한 교육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고, 이제는 학생이 아닌 교사의 입장에서 다시 그런 교실 풍경을 꿈꾸고 있습니다.


2. 학교에 이바지할 수 있는 나만의 경험이나 활동을 소개하시오.

민간 교육 회사에서 독서토론 및 논술 교사로 약 이 년간 근무했습니다. 그곳에서의 독서토론 수업은 기본적으로 주도적인 탐구학습 형태로 이루어집니다. 텍스트와 관련한 비언어 활동으로 학습 동기와 배경지식을 활성화한 다음, 교사가 만들어 온 질문과 학생들이 탐구한 질문으로 토론을 합니다. 그 과정에서 가장 핵심적인 논제를 학생들 스스로 도출하여 주체적인 결론을 내리게 합니다. 교사는 후속 질문과 반응, 공감 등의 수업 기술을 통해 토론을 이끌어가는 슬롯자 역할을 합니다. 현재 학교교육은 이런 독서 교육이 절실합니다. 독서토론 및 논술 교사를 했던 저의 경험은 공교육의 토론 수업, 독서 동아리, 논술 등 다양한 학생 지도에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저는 대학 재학 중 문학동아리에 가입하여 이후 약 십 년간 습작 시절을 거쳐 문예지를 통해 시인으로 등단하였습니다. 다년간의 습작 경험으로 학생들의 문예 활동을 더욱 실질적으로 지도할 수 있으며, 작품에 대한 품평회와 시화전 등을 활용해 학생들의 창의적 역량 향상에도 기여할 수 있습니다.


3. 학교 근무를 하면서 성취하거나 실패했던 사례와, 그것을 통해 배운 점을 소개하시오.

작년 고3 국어 수업의 경우 1학기 때는 원활한 수업이 이뤄졌으나, 2학기 9월 수시원서 접수 후엔 교실이 산만해졌습니다. 학교 수업이 학생들에게 동기부여가 되지 않아 자습으로만 시간을 보내는 경우를 많이 봤습니다. 저는 어떻게 하면 2학기 국어 시간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을까 고민했습니다. 아직 수능을 앞둔 고3이다 보니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탐구 활동은 무리였습니다. 그래서 자기주도학습 시간을 주되, 최소한 이삼십 분만이라도 재미도 있으면서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을 찾고자 했습니다. 그래서 수능 연계교재에 나온 문학 작품을 학생들이 오래 기억할 수업 방식을 연구했습니다. 딱딱한 강의식 설명이 아니라 인물 구조도를 시각화한 후 소설 줄거리를 연극하듯 구연하였고, 시의 경우엔 시인과 관련한 흥미 있는 일화를 소개하여 작품을 쉽고 오래 기억하도록 했습니다. 이 노력이 실질적인 점수 향상에 도움을 주었는지는 확신할 수 없으나, 언젠가 학생들이 2학기 국어 수업을 매시간 기다린다고 말해주었을 때 제 노력이 헛되지 않았음을 느꼈습니다. 교사로서 늘 고민해야 하며 변화를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는 걸 깨닫게 해 준 값진 경험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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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필기시험이 좋은 결과로 이어진 건 마음을 비우고 긴장하지 않은 채 최선을 다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2차 시험에서도 가능한 욕심과 부담을 내려놓고 즐기자는 마음으로 임하고 싶었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더 자꾸 긴장이 됐다.

동민고등학교 교감이 우선고등학교 교장에게 나에 대해서 물어봤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1차 합격자 중 내가 상위 등수여서 그랬던 걸까. 접수한 서류를 살펴봤을 때 관심 가는 부분이 있었던 걸까.

아니다.

전근이나 큰 이동이 거의 없는 사립학교 특성상 오래 근무할 교사를 뽑다 보니 그만큼 신중히 검토하는 게 당연하다. 아마도 학교 근무 경력이 있는, 다른 1차 합격자들의 정보도 그런 식으로 살펴봤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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짙은 네이비색 정장을 입었다. 하늘색 바탕에 흰 사선 무늬가 빗금처럼 반복되는 넥타이도 맸다. 그 넥타이는 우선고등학교에서 처음 근무를 시작할 때 연인이 사준 선물이었다.

오전까지 우선고등학교에서 근무를 하고 점심시간에 조퇴를 썼다. 택시를 타고 이십여 분을 달려 동민고등학교 정문에 도착했다. 1차 필기시험에 이은 두 번째 방문. 이파리가 모두 떨어진 플라타너스 너머 드넓은 운동장 한편에서 야구부 학생들이 추위에도 불구하고 큰 기합 소리를 내며 연습에 한창이었다.

시험 대기실로는 학교 건물 이층 위클래스실을 사용했다. 1차 합격자 열 명이 동시에 오는 게 아니었다. 20분 간격으로 한 명씩 순서에 맞춰 학교에 도착하면, 모의수업 자료와 함께 20분의 구상 시간이 주어졌다.

이미 내 앞에 한 명이 먼저 와서 자료를 받고 약식으로 수업지도안을 작성하고 있었다. 나는 열 명의 합격자 중에서 몇 번째 순서일까. 이 순서가 접수한 수험번호순일지, 아니면 1차 시험 성적순일지 궁금했다.

“먼저 오신 선생님은 이제 시험장에 입장하세요.”

삼십 대 초반 정도 됐을까. 동민고등학교 교사로 보이는 젊은 남자가 대기실에 들어와 부드러운 목소리로 안내해 주었다. 그는 잠시 손목시계로 시간을 체크하더니 내게도 수업 자료를 건네며 말했다.

“선생님, 국어 교과서 일부를 복사한 자료인데요. 이 인쇄물 보시고 약 15분 정도의 수업 실연을 준비하시면 됩니다. 같이 드린 수업지도안 양식은 약식으로 작성해 주시고 수업 실연을 마치신 후에 제출해 주세요.”

“저 혹시… 면접은 나중에 하나요?”

“면접은 수업 실연이 끝나면 그 자리에서 바로 이어서 진행됩니다.”

“아, 그렇군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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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 자료로 건네받은 인쇄물은 고등학교 2학년 문학 교과서의 일부분이었다. 대단원 ‘2.문학의 수용과 생산’에서 ‘문학의 갈래와 맥락’이라는 중단원 안에 있는 소단원 서정 갈래 파트였다. 수업할 작품은 김광섭 시인의 「생의 감각」.


오는 사람이 내게로 오고

가는 사람이 내게서 간다.


아픔에 하늘이 무너졌다.

깨진 하늘이 아물 때에도

가슴에 뼈가 서지 못해서

푸른빛은 장마에

넘쳐 흐르는 흐린 강물 위에 떠서 황야에 갔다.


나는 무너지는 둑에 혼자 섰다.

기슭에는 채송화가 무더기로 피어서

생의 감각을 흔들어 주었다.


- 김광섭, 「생의 감각」부분


「생의 감각」이라니, 익히 알고 공부한 시였다. 이 시는 병으로 쓰러졌던 시인이 사경을 헤매다 건강을 회복한 후 자신의 투병 체험을 바탕으로 생의 소중함을 전하는 내용이다. 죽을 고비를 넘기며 아파본 적이 있던 건 아니었지만(지난해 봄, 정말 죽을 만큼 어지러울 때도 있었지만), 왠지 괴롭고 방황하던 내 지난날을 떠오르게 하는 시였다. 그래서 더 반가운 작품이기도 했다.

시를 다시 읽으며 생각에 잠겼다. 평가자들에게 어떤 수업을 보여줘야 할까. 사실 시 수업은 보여주고 들려주는 게 아닐 것이다. 시를 수업한다는 건 한 시인의 절절한 내면이 스며든 예술 작품을 함께 감상하고 공유하는 일이다.

나는 그런 나눔 수업을 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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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선생님과 시 한 편을 읽으면서 문학 작품을 다양하게 감상하는 방법을 알아보려고 해요. 지난번처럼 모둠별로 앉았나요?”

시험장은 위클래스 바로 옆 ‘공용(共用)’이라는 표지판이 붙은 교실이었다. 교탁 위엔 하양, 파랑, 빨강, 노랑의 색분필이 나란히 놓여있었고, 교탁 너머로 대여섯 명 정도의 평가자들이 의자에 앉아 있었다.

그들 한 명 한 명을 자세히 살펴볼 여유는 없었다. 나는 자리위치와 연배로 봐서 교장으로 보이는 가장 가운데의 평가자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그리곤 마치 학생들이 바로 눈앞에 있는 것처럼 혼자만의 수업 연기를 시작했다.

“본격적으로 시를 감상하기 전에 여기 선생님이 들고 있는 분필을 잠깐 봐줄래요?”

평가자인 교사들은 국어 수업을 수강하는 고등학생이 된 듯 모두가 내가 들고 있는 흰색 분필을 쳐다봤다.

“여러분은 이 분필을 보면 평소에 뭐가 떠오르나요?”

당연히 아무런 대답도 들려오지 않았다. 그들은 평가자의 본분에 충실해야 하므로.

“아, 선우는 선생님이란 직업이 떠오른대요.”

나는 우선고등학교에서 만난 내 제자들에게 실제 수업을 하듯이 그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호명했다.

“다른 사람 말해볼까. 그래, 호준이. 아하, 호준이는 분필 하면 칠판이 떠오른대요. 그렇겠네요. 마치 바늘이 가면 실이 따라오는 것처럼. 진우는? 하하, 진우는 분필 가루를 보면서 형의 수북한 비듬을 떠올렸다네요.”

어디선가 피식, 하고 웃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개의치 않고 수업을 계속 진행했다.

“혹시 나희덕 시인이라고 들어봤나요? 나희덕 시인은 「거대한 분필」이라는 시에서 분필을 청록의 들판을 달리는 흰색 파발마(擺撥馬)로 비유했어요. 그리고 다시 그 파발마가 전하는 죽음의 소식을 떠올렸죠. 죽은 이들의 뼛가루는 분필 가루처럼 하얗잖아요. 그렇게 연상이 이어진 거죠.”

저 사람이 대체 무슨 말을 하려는 건가, 하는 표정으로 평가자들이 나를 응시하는 게 느껴졌다.

“이렇게 하나의 작은 분필을 두고도 시인은 다양한 상상을 했어요. 또 여러분들도 아까 분필을 보면서 자신만의 경험이나 상상력으로 각자 다른 대상을 떠올렸잖아요. 시도 그런 거예요. 한 편의 시를 읽더라도 다양한 관점과 생각으로 바라보면 여러 가지 의미로 감상하고 해석할 수 있어요.”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그 순간 웃음이 났다. 내가 말하면서도 이게 말이 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끝까지 미소를 잃지 않으면서 수업의 도입 부분을 이어갔다.

“이 분필이 만약 하나의 예술 작품이라면, 우리는 이 ‘분필’이라는 짧은 시를 이미 여러 방식으로 감상하고 서로 의견을 나눈 거예요. 오늘은 그렇게 시를 다양한 관점으로 감상해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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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교실을 돌아다니며 모둠마다 각각 다른 자료를 주는 척 연기했다.

“교과서에 있는 「생의 감각」이라는 시를 아까 분필을 다양하게 바라본 것처럼 여러 가지 관점으로 감상해 보려고 해요. 일단 호준이 모둠에는 아무런 자료도 주지 않았어요. 호준이 모둠은 오로지 교과서에 실린 작품만을 보고 감상과 해석을 해볼 거예요. 선우네 모둠에는 선생님이 시인의 생애 자료가 담긴 프린트물을 주었어요. 선우 모둠은 그 자료를 바탕으로 시를 감상해 보세요. 진우 모둠에는 시가 쓰인 60년대를 전후한 슬롯상과 역사적 사건이 담긴 신문 기사를 줬어요. 그리고 강민이 모둠(이번엔 학생 이름이 생각나지 않아 내 이름을 빌렸다.)에는 문학 시간에 이 시를 읽은 어느 고등학생의 일기장 한 페이지를 복사해 줬습니다. 각 모둠은 받은 자료를 활용해서 이 시를 다채롭게 감상해 볼게요. 우선 모둠원끼리 십오 분 동안 각자의 해석과 감상을 나눠보세요.”

독서토론을 하듯 모둠 토론 시간을 부여했다. 물론 모의수업이었기에 내 마음대로 가상의 시곗바늘을 돌렸다.

“벌써 십오 분이 모두 흘렀네요. 각 모둠에서 나온 의견을 모둠장이 정리해서 발표해 봅시다. 어느 모둠부터 해볼까요? 오, 그래 선우네 모둠이 손을 들었네. 발표해 보세요.”

잠시 발표를 듣는 척 귀를 기울이는 포즈를 취했다. 무대에서의 여유가 생긴 건가. 우선고등학교 가을 축제 공연 덕분에 얼굴이 조금은 두꺼워진 걸까.

“선우네 모둠에서는 병을 앓고 난 시인의 이력에 주목했네요. ‘오는 사람이 내게로 오고 / 가는 사람이 내게서 간다’라는 구절은 ‘오는 사람도 가는 사람도 다 나를 통해 알 수 있다’라는 뜻으로 보았대요. 우리가 아프면 주변에 아무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잖아요. 선우도 그런 경험이 있었대요. 시인의 개인적 사건으로 미루어 짐작할 때, 이 시는 결국 자기 자신이 건재하고 제대로 존재해야 세상이 의미가 있다는 걸 깨닫는 내용이래요. 멋진 감상입니다. 박수! 자, 이번엔 다른 모둠 발표해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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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수업 실연은 여기까지만 볼게요.”

맨 앞줄 가장자리에서 수업을 지켜보던 오십 대 후반 가량의 교사가 말했다. 조금 각진 얼굴형을 지닌 반백발의 남자였다. 가운데 앉은 저 사람이 아니라 이 사람이 교장인 걸까.

“아, 교감 선생님. 왜 끊어요? 다음 내용 궁금했는데.”

금테 안경을 착용한 다소 얼굴이 커 보이는 교사가 가장 뒷자리에서 투덜거렸다. 교감이라는 사람과 비슷한 연배였다. 그는 머리카락 전체가 백발이었다. 젊은 교사들도 있었지만 그들은 대체로 묵묵히 채점표에 점수를 써넣을 뿐이었다.

수업을 끊어서 아쉬웠다고? 다음 내용을 궁금해하는 걸 보니 저 사람은 국어 교사일지도 몰랐다. 어쨌든 다행이었다. 수업 시나리오대로라면 다음 모둠에선 별다른 감상 내용을 미리 구상하지 못했으니까. 15분의 모의수업이라면 대략 여기까지리라 예상했다.

평가 점수는 알 수 없었지만 보이는 반응은 대체로 괜찮았다. 국어 정교사 시험이니 대부분 국어 교사가 평가자로 들어왔을 것이다. 뒤 내용을 궁금해 했던 백발의 교사는 대놓고 이런 말도 했다.

“선생님 수업이 아까 먼저 했던 사람 것보다 훨씬 재밌네요. 아까 그 선생은 학원 수업도 했다면서 왜 그 모양인지.”

저런 말을 내게 해도 괜찮은 건가. 어쨌든 출발이 나쁘지 않았다. 좋은 신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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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고3 때 담임 선생님 성함을 기억합니까?”

교장으로 보이는 사람이 자리를 앞으로 옮겨 앉은 후 첫 질문을 했다. 그는 시험장 교실 정중앙에서 내 수업 실연을 지켜보던 평가자였다. 교감이 그의 오른편 끝에 앉았고, 나머지 교사들은 그의 왼편에 순서 없이 뭉쳐 앉아 있었다.

동민고등학교는 면접시험에서 이사장이 관여하지 않는다는 말을 들었는데 사실인 듯했다. 재단 설립자의 손녀라고 알려진 고령의 여자 이사장은 면접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정교사 임용시험은 동민고등학교 관리자와 교무부가 주관하고, 재단 이슬롯에서 최종 승인하는 것으로 절차가 마무리된다고 했다.

“3학년 담임 선생님은 이정모 한문 선생님이셨습니다.”

추가 서류로 냈던 고등학교 생활기록부를 사전에 정독한 게 다행이었다. 3년 동안의 담임 선생님들 이름이 거기 적혀 있었으니까. 하지만 나는 이전부터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간의 담임 선생님들을 모두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분들은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내게 모두 적지 않은 영향을 주었으니까.

선생님의 담당 과목까지 함께 답한 건 순간적인 판단이었다. 그분들에 대해 더 자세히 기억한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그런데 왜 교장은 담임 선생님 이름을 묻는 걸까. 학창 시절부터 가져온 내 교사의 꿈에 대한 진정성을 확인하는 방식일까.

“그러면 1, 2학년 담임 선생님들 성함도 말할 수 있습니까?”

“네. 1학년 담임 선생님은 안영희 수학 선생님, 2학년은 이찬미 일본어 선생님이셨습니다.”

“3학년 때 학년 부장 선생님도 기억하나요?”

예상치 못한 질문이었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난 고3 때 학년 부장 선생님 이름도 기억하고 있었다. 그 선생님은 내 고3 시절 자습 감독을 가장 많이 했다. 늘 자정까지 남아서 학생들 공부를 독려한 분이었다. 어차피 동민고등학교 교장은 생활기록부에 적힌 담임교사 이름만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순간적으로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나는 별로 개의치 않고 거의 즉각적으로 교장의 질문에 답했다.

“3학년 때 학년 부장 선생님은 역사를 담당하셨던 신동진 선생님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교장은 내 답변이 마음에 들었는지 살며시 미소를 지으며 몇 초간 날 응시했다. 그리곤 다시 추가 질문.

“그렇다면 당시 교장 선생님과 교감 선생님 성함도 알고 있습니까?”

그것까지는 무리였다. 학창 시절 교장, 교감 이름까지 기억하는 학생은 아마도 거의 없을 것이다. 그것마저 막힘없이 답한다면 오히려 거짓말로 의심받을 것 같았다.

“죄송합니다. 그분들의 성함까지는 잘 기억나지 않습니다.”

교장은 별로 개의치 않는 표정이었다. 왠지 그가 계속 나를 호감 어린 시선으로 본다고 느껴졌다. 담임과 학년 부장 선생님 이름을 삼십 대 중반이 된 지금까지 정확히 기억한다는 게 특별한 일이었을까. 나는 잘 판단할 수 없었다.

“난 이제 됐으니 교감 선생님께서 질문하세요.”

교장의 면접 질문이 끝나고 교감과 다른 교사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교감의 첫 질문은 예상 범위에 있던 것이었다.

“우리 학교에 임용된다면 아마 올해 담임을 맡을 거 같은데, 만약 담임교사가 된다면 어떻게 학급을 운영해 나가고 싶은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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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꿈은… 이루어질까? 아마도 그럴 것이다.

조만간.

아니면 조금 먼 훗날이라도 언젠가.



111


‘교사생활기록부’라고 이름 붙인, 2016년도 작은 수첩의 페이지도 거의 다 채워간다. 2017년이 되었으니 새로운 교사 수첩이 또 필요하겠지.

다시 시작하는 기분으로 한 해를 맞이하고 싶다. 어찌되든 새로운 변화가 많을 것이다. 어느 학교에 근무하게 되더라도 담임을 처음 맡을 테고, 또 전부는 아니더라도 몇몇 새로운 교사와 학생들도 만날 테니까.

일단은 다시 전공 공부에 집중해야겠다. 동민고등학교 수업 실연과 면접시험에 대한 느낌이 좋아서, 요 며칠 너무 마음이 들떠있던 것은 아니었을까. 욕심을 내려놓자. 짧은 교사 경력에 너무 이른 욕심을 부리진 말자. 세상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을 것이다. 그만큼 간절히 노력하는 사람도 무수히 많다.

그러나…

나는 앞으로의 생에 더 자신이 생겼다. 용기와 포부를 잃지 않으리라. 학생들을 위해 계속 노력하고 초심을 잃지 않도록 힘쓸 것이다. 그런 나에게도 언젠가 세상은 기회를 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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