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탁월한밥맛은 무엇을 하는 곳인가?

쌀이라는 관게를 만드는 곳

by글짓고 밥짓는 백웅재

탁월한밥맛은 밥집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밥집은 보통의 의미와 조금 다릅니다.


우리는 흔히 밥집이라고 하면 반찬이 나오는 집, 국이나 찌개가 나오는 집, 고기나 생선이 나오는 집을 떠올립니다. 밥은 그 옆에 놓입니다. 메뉴판에는 제육볶음, 생선구이, 된장찌개, 보쌈, 갈비찜의 이름이 큼직하게 적히지만, 정작 밥은 따로 이름을 얻지 못합니다.


탁월한밥맛은 이 순서를 바꾸려는 가게입니다.

반찬이 있고 밥이 따라오는 집이 아니라, 밥이 먼저 있고 그 밥을 중심으로 한 끼를 다시 구성하는 집입니다. 밥을 배경에서 꺼내 식탁의 중심에 놓는 가게입니다.



이 가게의 출발점은 단순합니다.

좋은 쌀로 제대로 밥을 지으면, 밥만으로도 사람은 행복할 수 있다는 믿음입니다.

이 믿음은 막연한 감상이 아닙니다. 쌀이 다르면 밥맛이 다릅니다. 같은 쌀도 씻기, 물조절, 열 조절, 뜸에 따라 달라집니다. 좋은 밥은 우연히 나오지 않습니다. 좋은 밥은 재료와 기술이 만난 결과입니다.

탁월한밥맛은 그 결과를 손님이 직접 경험하는 곳입니다.



우리는 토종쌀을 씁니다. 토종쌀을 쓰는 이유는 그것이 오래된 쌀이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토종쌀은 쌀의 세계가 얼마나 넓은지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조동지, 귀도, 사두초, 녹두도, 흰베, 자광도 같은 이름을 만나면 쌀은 더 이상 익명의 흰 알갱이가 아닙니다. 품종마다 향이 다르고, 식감이 다르고, 물을 먹는 방식이 다르고, 열을 받는 방식이 다릅니다.

예가체프와 코나와 안티구아가 다 다른 특성이 있고 그에따라 커피를 가공하고 추출하는 법도 달라져야 한다고 믿으시나요? 쌀들도 그렇습니다. 품종마다 다르고, 같은 품종에서도 농장마다, 시기마다 차이가 있습니다.

그 차이를 살려 밥을 짓는 것이 이 가게의 일입니다.


탁월한밥맛에서 밥은 하나의 요리, 그것도 식당의 시그니쳐디시입니다. 어디보다도 더 맛있는 밥을 지어내려 노력하고 있고, 그렇게 좋은 평을 받고 있습니다. 좋은 밥에는 정당한 값을 붙여야 합니다. 공기밥 4천 원이라는 가격은 누군가에게는 낯설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가격은 밥을 비싸게 팔기 위한 장치가 아니라, 밥을 제대로 된 음식으로 인정하기 위한 선언입니다.


우리는 밥을 싸구려 탄수화물로 취급하지 않습니다.

쌀을 고르고, 도정일을 보고, 보관하고, 씻고, 물을 잡고, 열을 쓰고, 뜸을 들이고, 손님 앞에 내기까지의 모든 과정이 밥 한 그릇에 들어갑니다. 그 밥이 좋은 쌀과 좋은 농부에게서 왔다면 더욱 그렇습니다. 쌀의 값이 정당해야 농부가 버틸 수 있고, 밥의 값이 정당해야 좋은 밥을 계속 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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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요리사, 여행자. 서울 한복판 '탁월한밥맛'에서 진짜 맛있는 밥, 건강한 지구를 지어나각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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