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 불조절과 뜸

밥은 언제 어떻게 완성되는가

by글짓고 밥짓는 백웅재

밥짓기는 물과 불의 요리입니다.


물은 쌀을 준비시킵니다. 쌀알 안으로 적당히 스며들어 쌀이 열을 받을 수 있는 상태를 만듭니다. 하지만 물만으로는 밥이 되지 않습니다. 쌀을 밥으로 바꾸는 것은 결국 열입니다.


그래서 밥짓기에서 불조절은 결정적입니다.

불은 쌀의 향을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합니다. 밥알의 힘을 세우기도 하고 무너뜨리기도 합니다. 같은 쌀, 같은 물을 써도 열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나오는 밥은 달라집니다.


가장 먼저 기억해야 할 것은 이것입니다.


첫불은 강하고 빠르게 올려야 합니다.


저온요리가 유행을 하기도 합니다. 밥을 천천히 데우면 좋아질 것 같지만, 흰밥에서는 그렇지 않습니다. 쌀이 미지근한 온도대에 오래 머물면 안 됩니다. 35도~60도 구간에서는 쌀 안의 아밀라아제가 활동하기 쉬워집니다. 아밀라아제는 우리 침에도 있는 탄수화물을 분해하는 효소입니다. 쌀이 어중간한 온도에서 오래 머물면 탄수화물이 분해되어서 밥맛과 식감은 우리가 원하는 방향에서 벗어나기 쉽습니다.


그래서 첫불은 단순히 빨리 끓이기 위한 불이 아닙니다. 쌀을 미지근한 시간에 오래 두지 않기 위한 불입니다.

쌀을 씻을 때 찬물을 써야 한다고 말한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따뜻한 물은 쌀을 애매하게 깨우는 물입니다. 밥이 되기도 전에 효소가 활동하기 쉬운 조건을 만들 수 있습니다. 밥짓기에서 미지근함은 친절이 아니라 위험입니다.

20241121_145422.jpg<탁월한밥맛에서는 고화력 특수 인덕션을 사용합니다>


식혜를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식혜는 일정한 온도에서 쌀과 엿기름을 만나게 하여 당화를 일으키는 음식입니다. 그 식혜에 띄우는 밥알 아시죠? 퍼석하고 단 맛도 다 빠진. 효소 활성을 극대화 시켰을 때의 결과가 그 밥알입니다. 밥은 식혜가 아닙니다. 그래서 첫불은 최대한 빠르게 이 온도구간을 돌파하게 합니다.

쌀과 물이 충분히 달아오르고 끓기 시작하면, 그때부터는 다른 기술이 필요합니다. 계속 세게 밀어붙이는 것이 능사는 아닙니다. 첫불은 강해야 하지만 끝까지 강하기만 하면 밥은 거칠어집니다. 물은 지나치게 빨리 날아가고, 바닥은 타고, 쌀알은 제대로 익기도 전에 수분이 다 증발해버릴 수 있습니다. 밑은 타고, 위만 제대로 익고, 중간은 설익는 삼층밥은 바로 이렇게 센 불로 밀어붙일 때 완성됩니다.


밥짓기의 열 조절은 크게 세 단계로 나눌 수 있습니다.

빠르게 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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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요리사, 여행자. 서울 한복판 '탁월한밥맛'에서 진짜 맛있는 밥, 건강한 지구를 지어나각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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