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 취향이 없이는 좋은 쌀도 없다

다양성의 세계에선 당신의 취향이 '좋다'는 기준이 된다.

by글짓고 밥짓는 백웅재


좋은 밥은 좋은 쌀에서 시작됩니다. 좋은 쌀을 고르는 것이 좋은 밥을 짓는 첫 번째 기술입니다.


앞에서 쌀을 고르는 여러가지 기준(품종, 도정, 보관 등)에 대해서 이야기했습니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들어가야 합니다. 쌀은 다 같은 쌀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품종이 다르면 향이 다르고, 식감이 다르고, 물을 먹는 방식이 다르고, 불을 받는 방식이 다릅니다. 밥을 지었을 때 입안에서 남는 인상도 다릅니다. 그런데 이 중에 '좋은'것은 무엇인가요? 그건 밥을 지어서 먹는 당신이 스스로 결정할 문제입니다.


우리는 오랫동안 쌀을 너무 좁게 보아왔습니다.

쌀은 하얗고, 밥은 찰지고 윤기가 나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밥맛은 대개 부드러움과 찰기, 윤기와 단맛 안에서만 말해졌습니다. 마트에서 만나는 쌀도 대체로 그 방향으로 정리되어 있습니다. 품종명은 다르지만, 우리가 기대하는 밥맛의 범위는 넓지 않습니다.


오대, 삼광, 참드림, 신동진, 수향미, 골든퀸 같은 쌀도 저마다 특징이 있습니다. 윤기와 찰기가 좋은 쌀이 있고, 모난 데 없이 균형 잡힌 쌀이 있고, 단맛이 좋은 쌀이 있고, 굵은 알과 탄력이 매력적인 쌀이 있습니다. 그러나 현대의 밥쌀 품종들은 대체로 우리가 익숙하게 생각하는 ‘좋은 밥’의 범위 안에서 개발되고 소비되어 왔습니다. 사실 '좋음'은 밥맛보다도 품종개발의 방향이 생산량, 병충해나 가뭄 저항성, 도복저항성 등에만 맞춰져있습니다. 쌀을 '전략물자'의 관점에서 생각하는, 일단 무엇보다 많이 생산해서 비축하자는 시대의 사고방식은 아직도 쌀을 평가하는 근본적 기준이니다. 이 기준에 맞추다보니 어느 지방에서 어떤 품종을 개발해도 다 비슷해졌고, 그래서 우리의 쌀 취향이 좁아진 겁니다. 거기에 전기밥솥의 평균화된 취사 방식이 더해지면, 품종의 차이는 더 쉽게 흐려집니다.


토종쌀을 먹어보면 이 세계가 갑자기 넓어집니다.

토종쌀은 단순히 오래된 쌀이 아닙니다. 쌀이 얼마나 다양한 음식이 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재료입니다. 알의 크기가 다르고, 모양이 다르고, 색이 다르고, 향이 다르고, 입안에서 풀리는 방식이 다릅니다. 어떤 쌀은 구수하고, 어떤 쌀은 맑습니다. 어떤 쌀은 찰지고, 어떤 쌀은 가볍게 흩어집니다. 어떤 쌀은 뜨거울 때 좋고, 어떤 쌀은 식어도 힘을 잃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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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요리사, 여행자. 서울 한복판 '탁월한밥맛'에서 진짜 맛있는 밥, 건강한 지구를 지어나각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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