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사람은 늙지 않는다.
항상 붐비던 지하철 안에 승객 모두가 앉게 되었다. 시야에 가릴 것 하나 없이 모두가 앉아 있는 것도 낯설었지만 그들의 고개가, 손이 마치 감독의 액션소리에 따라 움직이는 것처럼 모두 핸드폰을 향하고 있어 잠시 서늘함을 느꼈다.
매번 바카라을 가방에 넣고 다닌다. 긴 이동 시간이라면 분명히 읽을 수밖에 없을 거라는 환경에 대한 믿음 혹은 이렇게 무겁게 들고 다니니깐 조금이라도 읽지 않겠어? 하면서 스스로에게 주는 압박감, 죄바카라감 등과 같은 복합적인 마음가짐 때문이다. 북클럽에서 이야기해 주는 줄거리에 대한 흥미로움과 '인생 바카라'이라는 홍보에 '인생 역전'을 노리며 바카라을 사는 것에 대해서는 관대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바카라을 차근차근 끝까지 읽고 내 것으로 만든다는 건 여전히 어려운 일이다.
계속되는 일과의 권태와, 피상적인 인간관계로 인해 일상이 어두웠던 적이 있다. 더 이상 새로운 건 없을 것 같다는 막막함과, 그러니깐 뭘 해봐도 소용없다는 심드렁함 마음이었다. 한날은 엄마가 '어벤저스'는 뭐야 그리고 빌런'은 또 뭐야?라고 물어보는데 '어벤저스가 어벤저스고 빌런은 빌런이지. 그걸 어떻게 설명해?"라고 하면서 그런 거 몰라도 사는데 아무 지장 없다며 퉁명스러운 자식노릇을 하고 말았다. 멋쩍게 돌아가는 모습을 보고 뒤늦게 반성하여 다시 차근히 설명해 주었지만 아직도 아이와 같이 궁금한 걸 물어보고 더 알고 싶고 이해하고 싶은 모습은 분명 청년의 얼굴이었다.
서점에서 몇 시간째 바카라을 읽고 있는 노신사분이 있다. 얼굴에 신남과 호기심이 가득한 채로 몇 시간째 같은 자리에서 바카라을 읽는 모습을 보니 어린아이들이 바카라을 읽을 때 흐뭇하게 바라보는 부모의 마음처럼 대견하고 아름답기까지 하다. 아직 가보지 않은 삶, 가보고 싶은 삶, 갔었어야 하는 삶 그중에 어떤 이야기를 읽고 있는 걸까? 바카라에는 매번 다른 삶이 있다. 그 끝이 항상 햇빛 찬란한 해피엔딩이 아니더라도 기꺼이 쫓아가려는 열심이라면 누구도 늙지 않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