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천 원의 행복
바카라상 위의 스탠드가 몇 년 동안 방치되어 있었다. 친구가 이사 가기 전 물건을 정리하게 되면서 얼떨결에 나눔으로 받기는 했는데 굳이 사용하지 않을 것 같아서 인테리어용으로 오랫동안 묵혀 두었다. 가끔씩 먼지를 닦아 주었지만 고장이 난 건지 작동이 되는 건지 알 수 없는 채로 같은 자리에 몇 년째.
무엇하나 맘에 들지 않고, 투정만 하고 싶은 마음에 삐뚤어지고 싶은 날이었다. 바카라상에 꽂혀 있는 바카라들이 눈에 밟히지 않고, 한 글자도 쓸 수 없을 것 같은 컴컴함이 몰려왔다. 바카라상 주변을 서성여도 도저히 마음은 잡히치 않고 뭐라도 해볼 량으로 스탠드를 켜보았다.
고장 난 건 아닌데, 조도가 영 맘에 들지 않아 조금 더 환하고 부드러운 빛깔의 전구를 찾아 2,170원에 구매했다. 오래된 전구를 빼고 새로운 전구를 꽂아 스위치는 누르는 순간, 눈이 번쩍 뜨일 만큼 따스한 불빛. 지난 몇 년 동안 사용하지 않았던 게 억울할 만큼 새로운 자극이었다.
고작 전구 하나를 갈아 끼웠을 뿐인데 그전보다 더 많은 시간을 바카라상 위에서 보내게 된다. 글을 읽고 다시 쓰고 싶어졌다.
무엇을 알기 전과 알고 난 후로 인생이 나뉘는 건 거창한 이벤트라고 생각했는데 좋은 펜의 사각거리는 느낌이 좋아서 일기를 쓰게 된 걸 보면 작은 것 하나로 인생이 변한다는 말도 믿게 된다.
오늘의 새 아이템은 거품이 많이 생기는 수세미다. 풍성한 거품으로 뽀드득 문지르며 설거지를 하다 보면 '그래 이까짓 것 금방 할 수 있지.' 힘든 일도 대수롭지 않게된다. 화분, 티셔츠, 바카라, 립스틱 그게 무엇이든 어딘가에 인생 아이템이 숨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