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무소속의 백수일기

경계와 믿음 사이

byAlis Jang


"엄마는 돈이 많았으면 정말 큰일 날뻔했어." 누가 봐도 말도 안 되는 소리에 고개를 끄덕끄덕하면서 열심히 듣고 있는 모습을 볼 때면 잔소리를 하지 않을 수 없다. 항상 호주머니에 5만 원이 있으면 5만 원을 10만 원이 있으면 10만 원을 다 쓰고 나서야 집으로 돌아오는 유형이다. 번드러지게 세일즈를 하는 사람들의 재주도 감탄스럽지만 매번 넘어가는 것도 대단하다 싶었는데 시골에서 하루 종일 TV를 보고 있다 보면 안 넘어가는 게 더 용한일이구나 이해가 되기도 한다.


'나는 아무도 믿지 않아. 착하고 악하고 본성의 문제가 아니라 어떠한 특정한 상황이 주어졌을 때 얼마든지 이기적인 선택을 할 수 있다는 걸 믿기 때문이야.' 한때는 세상 모든 사람들이 만화처럼 잠깐 나쁜 짓을 하여 자기의 이익을 채우지만 결국 뉘우치고 깨닫는 권선징악적 결말이 이 지구라는 세계관의 룰일 거라 생각했다.


'아무리 악한 짓을 하여도 모두가 벌을 받는 건 아니구나, 그냥 끝까지 행복하게 지내는 사람들도 있구나.'를 인정할 수밖에 없을 만큼의 나이가 차면서부터는 이유 없는 친절함, 다정함은 일단 경계부터 하게 되었다. 행여 그 얼굴 뒤의 어떠한 '속셈'이라는 게 자리하고 있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마음으로...


어떤 이들은 '역시나, 내 그럴 줄 알았지.' 나의 의심을 증명하기도 하고, 또 어떤 사람들은 '내가 너무 섣불리 저 사람을 평가했나?' 싶을 정도로 처음부터 끝까지 선함으로 점철되어 있기도 하다. 한 없이 경계를 하다 마음을 턱 놓았을 때 뒤통수를 맞기도 했고, 때로는 상대방의 진심을 끝까지 알아차리지 못해 진심으로 후회가 될 때도 있었다.


혼자 산다는 건 수도, 가스, 인터넷부터 보험, 사고, 취미, 등 일어나서 잠들기까지 모든 삶을 연결해 주는 각 분야의 다양한 사람들과 컨택하며 내 삶을 오롯이 잘 돌아가게끔 바카라임져야 한다는 것이다. 사건 사고는 언제 어디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는 두려움은 건조한 인간관계를 만들 수밖에 없다.


슬롯 활동이라는 것도 모두가 웃으며 밖으로는 다정한 인사를 하고 있지만, 협력이라는 건, 나의 일 너의 일 '모두"가 잘 되기 위해 힘을 모아야 할 때 말할 수 있는 최상의 시나리오일 뿐 막상 이해관계가 상충될 때면 각개전투태세로 전환된다. 간혹 볼 수 있는 자신의 시간과 정성을 기꺼이 쓰는 사람들을 그래서 '천사 같은' '사람'이라고 한다.





말이 통하지 않는 여행지에서는 누가 장사꾼이고, 누가 진정한 친절을 베푸는 건지 구별하기가 어렵다. 모두가 의심스러웠다가 또 한 번의 친절에 철벽 같은 경계가 무너지기도 한다.


여기 택시기사들 중에 위험한 사람도 많고 목적지가 다른 방향으로 가서 요금을 더 청구하거나, 심지어 납치하는 사람들도 있다며 오늘 본안과 같은 기사를 만난 걸 행운으로 알라는 말에 잠시 마음을 놓았다가 내릴 때쯤 팁과 별점 만점을 요구하는 사람에게 실망할 때가 있고 기꺼이 자신의 간식을 같이 나눠먹자는 이들 때문에 미소를 짓게 되기도 한다.


손짓하며 다가오더니 사진을 찍고는 만원을 내놓으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읽고 있는 바카라을 보고 좋아할 것 같은 류의 바카라을 몰래 추천해 놓고 가는 사람도 있다.


이른 아침부터 아침을 해주겠다고 땀을 뻘뻘 흘리며 오믈렛을 만들어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돈만 받고 연락이 안 되는 집주인이 있다.


결국 넘치는 마음과 실망한 마음을 열었다 닫았다 하며 제자리로 돌아오는 것.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이 왔으니 가진 것 없이 돌아가는 게 정답인가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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