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이라는 알고리즘으로부터의 해방
아침에 일어났는데 아무것도 해야 할 일이 없을 때 그것이 잠깐의 쉼으로 인한 것이 아니라 앞으로 영영 계속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때쯤이면 공포감에 온몸이 서늘해진다. 분명 바카라임을 져야 하는 일도 없고, 누군가에게 잔소리를 들을 필요도 없는데, 박차고 일어나지 않으면 안 될 것만 같다.
딱히 온라인 게임에서 굉장히 창의적이거나, 대단한 업적을 만든 일을 한 것도 아니면서, 실은 창 밖을 보며 한숨을 쉰 적인 더 많았으면서, 맞춰진 시각에 일어나고 가방을 챙기고 나가 전쟁 같은 대중교통에 몸을 던졌다는 이유만으로 스스로에게 엄청난 대단한 일을 한 것처럼 여겼던 것 같다.
그래서 며칠을 아무 계획도 없이 멀뚱멀뚱하게 일어난 것이 잘못된 것 마냥 죄바카라감이 들었다. 그나마 회사에 대한 애정과 충성심이 낮았으니 이 정도였지, 몇십 년 동안 회사와 나를 동일시하며 인생을, 청춘을 바친 사람들의 허무함과 우울함은 어느 정도일지 감이 오지도 않는다.
회사란 참으로 좁은 세상이며 안전한 세상이다. 내 몸뚱이를 특정 시간 동안 어딘가에 욱여넣으면 그 밖의 다른 것들은 신경 쓸 필요가 없다. 현재 진행하고 있는 업무가 삶의 중심이 되어 버린다. 매번 어딘가에서 터지고 있는 전쟁도, 기후 변화 혹은 굶주림도 바깥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그런 것과 무관하게 때가 되면 나의 생활을 영위하게 해주는 월급이라는 게 나오는 시스템에 안에 있다. 그 시스템이라는 것은 참 체계적이고, 일관적이라 어느 순간 섣불리 뛰쳐나가지 못하게 스스로를 검열하게끔 한다. 세상에 직업이 몇만 개라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평생 자의로든 타의로든 어떻게 발을 들여놓은 업계에서 그 주위를 전전하다 은퇴를 한다. 바깥세상이 무서울지도 모르지만 그 두려움을 이길 만큼의 간절함과 목적이 있는 이들을 종종 박차고 나가지만..
알고리즘이라는 단어가 지금처럼 많이 쓰이기 한참 전부터 주위 사람들과 비슷하게 짜인 알고리즘이 일상을 장악하고 있다. 비슷한 또래의 동네에서 만난 학교 친구들, 온라인 게임 동료들, 삶의 범위가 어느 정도 정해진 삶이다. 이렇게 비슷한 알고리즘에 이미 노출되어 있기에 벌어지는 일 또한 예상 가능한 일들이다. 어디서 매일 춤이라도 쳐서 다른 누군가의 관심을 받는 일이 아니고서야 매일 재미있는 사람, 사건이 일어날 리가 없다.
몇 년째 비슷한 이야기를 일기장에 썼다. 똑같은 이야기를 내년에도 쓸 수 없다고도 썼다. 여행을 하면서부터 일기장에 새로운 인물이 등장하고 사건이 발생했다. 사건들은 몇 개의 나라를 거친 대 서사시며, 밖을 나가기 싫어하는 사람들의 상상력으로는 만날 수 없는 이야기다. 사과와 배의 차이점을 모르는 사람이 과일나라에서 일어난 이야기를 쓸 수 없는 것처럼 새로운 맛의 과일들이 일상을 비집고 삶으로 들어온다.
아침부터 단 게 입에 들어가다니. 지금 혈당 스파이크가 핫이슈인 곳에서는 상상도 못 할 달디 단 크림이 잔뜩 든 크루아상으로 아침을 먹어 보는 일. 갓 튀겨낸 추로스를 초콜릿에 잔뜩 찍으면서 굿모닝을 외치는 일. 알고리즘을 잠시 벗어나 달달하게 하루를 시작하는 것도 바쁘지 않네? 하는 것이 여행의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