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무소속의 백수일기

죄바카라감 없이 가만히 있기

byAlis Jang

하루 중 가장 힘든 때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을 때다. 가장 불안한 때 또한 아무런 일정이 없을 때다.

어릴 적부터 줄곧 어딘가의 소속이었으며 해야 할 일들이 있고 그것이 성실한 인간으로서의 자세라고 배워 왔으니 당연한 일인가?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게 어떠한 의미에서의 정상인가?라고 물어보면 글쎄, 맞다고는 할 수 없을 것 같다.


왜 가만히 있을 수 없는가? 에 대해 생각해 보면 일단 주위의 자극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각종 뉴스와 빠르게 변해가는 트렌드를 쫓아가야만 하고 그것들을 습득해야 하고 그것을 또 아는 체해야 하고. 그러다 보면 하는 일 없이 바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 수밖에 없다. 실상은 내 인생에 아무 지장도 없을 일들이 대부분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리고 남들과의 비교에서 오는 초조함. 아무리 태연한 표정을 하고 있는다 해도 같은 말을 열 번 스무 번 듣다 보면 내가 틀린 게 아닐까? 하는 의심이 조금씩 차오른다. 지금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다. 남들이 달리는데 지금 멍 때리고 있는 게 말이 되니? 하는 소리가 내면으로부터 들린다. 그 작은 불씨는 점점 커지고,,, 더 문제는 커진다고 해서 당장 해결바카라이 있는 문제들도 아닌데, 불안으로 인해 영혼이 잠식되는 숨 막히는 상황이 발생한다. 그 불안으로 인해 몸과 마음은 경직되어 간다. 어딘가 아파오고 시야가 좁아지고 결국엔 어이없는 판단을 내리고 후회하고 자바카라하고 다시 숨어버리게 된다.







그렇게 계획 세우기가 지긋하다며 떠나온 곳에서의 일상. 관광지를 떠나 랜드마크도 없는 곳에서 눈을 떴을 때 막상 아무 일정이 없이 하루를 보내는 것이 막막했다. 그것보다 가성비를 따져 어디라도 가야 하나? 뭐라도 해야 하나? 하다못해 운동이라도 해야 할까 싶어 도착한 동네의 아주 작은 바닷가. 구석에 자리를 잡고 다른 이들처럼 가만히 앉아본다.


옆에 온 가족들은 여름휴가를 왔는지 상점에서 막 사온 비치타월을 깔고 모두 수영복 차림을 하고 앉아 있다. 간혹 주고받는 몇 마디, 자리를 조금 바꿔 앉거나, 콜라를 한 모금한다. 어쩌다 눈빛이 마주치면 간단히 인사를 하는 정도의 변화만 있을 뿐 몇 시간째 바다만 보다 해가진다.






하루 종일 뜨거웠던 해가 바닷물을 덥히고 이제는 조금씩 사라져 갈 때 즈음 물속으로 풍덩 들어간다. 하늘을 보며 사지를 있는 힘껏 뻗어 둥둥 떠있다. 손으로 만져지는 자유. 무언가를 잡기 위해 무던히도 애쓴 마음을 잠시나마 내려놓는다. 그 애씀은 무엇을 위한 것이었나? 이 생각도 잠시. 그저 둥둥.


어떠한 목적도 비교도 없이 가성비도 따지지 않고 감히 줄 수 있는 가만히 있는 시간이라는 가장 큰 사치를 선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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