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작 6살이랑 기싸움하는 40 몇 살 아빠입니다

by알레

"나한테 화내지 마!" "나쁘게 말하지 마!"


요즘 아이가 전보다 자주 하는 표현이다. 솔직히 좀 억울하다. 그 순간 입 밖으로 꺼내진 않지만 마음속에는 여러 말들이 떠오른다. '야, 화낼 만하니까 화를 내지.' '아니, 그러니까 여러 번 말하게 하지 말고 바로바로 좀 하던가, 쫌!' '응? 내가? 아니, 대체 언제 화를 냈다고?' (이건 진짜 억울할 때.)


근데 돌아서서 생각해 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 아이를 향해 부정의 에너지를 담은 표현을 많이 내뱉고 있었구나 싶다.


오늘 아침도 그랬다. 아내가 출근하는 날이면 아침이 꽤 분주하다. 대체로 아이는 내가 직접 등원시키는 편이지만, 유치원에 일정이 있는 날엔 등원 버스를 타야 하는데 오늘이 딱 그런 날이었다. 이런 날엔 평소와 다르게 시간에 예민해진다.


평소에 직접 등원시키는 건, 아이가 버스를 타기엔 빠듯한 시간에 일어나기 때문이다. 독감 후유증인지, 늦게 잠들어서인지, 계절 탓인지, 혹은 이 모든 게 합쳐진 탓인지 유독 평일 아침에 일어나는 걸 힘들어하는 아이에게 버스를 강요하면 결국 '빡침'으로 귀결되기에, 재촉하지 않되 첫 수업에 늦지 않도록 하는 편이다.


마침 오늘은 아이도 생각보다 일찍 일어났다. 바로 준비하고 나가면 충분히 버스를 탈 수 있을 것 같았고 아이도 꽤 협조적이었다. 그런데 정말 별것 아닌 행동이 또 한 번 나를 끓어오르게 했다. 아이는 자고 일어나면 꼭 거실 소파에 다시 한번 눕는 버릇이 있는데, 그날은 화장실까지 안고 가라며 팔을 뻗었다. 평소라면 받아줬겠지만 오늘따라 받아줄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돌아보면 나도 참 이게 뭐라고 이러나 싶다.


결국 '이보시오, 아빠 양반, 나를 들어 안고 가시게' vs '이놈! 한시가 급하니 네 발로 직접 걸어가거라'의 어이없는 기싸움이 시작되었다. 표면적으로야 나의 승리였지만 솔직히 이건 완패였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 불과 몇 시간 전의 일을 복기해 보니 고작 6살짜리랑 기싸움하는 40 몇 살이라는 생각에 얼굴이 붉어진다.


등원 버스 시간은 임박해 오는데 뭉그적거리는 모습에 짜증 섞인 말들을 내뱉었고, 새로운 희망과 기대감으로 벅차올라야 할 아침 공기는 무겁게 가라앉았다.


아이를 보내고 돌아와 마음을 차분히 들여다보았다. 아침에 부정적인 기운을 느끼는 걸 매우 싫어하면서 정작 내가 그 상황을 만들고 있다는 게 답답했다. 더욱이 최근 들어 이런 상황이 자꾸 반복된다. 무엇이 가장 큰 이유일까.


시간을 좀 더 뒤로 감아보니 원인이 보였다. 어젯밤, 아이를 재우러 들어갔다가 같이 잠들어버렸다. 아이가 잠들면 나와서 잘 준비를 하려 했는데, 눈을 떠보니 새벽 2시 정도였다. 나름 푹 자고 나온 셈이었다. 그 시간에 씻고 나오니 잠이 깨버려서 4시까지 바카라을 읽다가 잠자리에 들었다.


몽롱한 상태로 알람 소리에 일어났으니 이미 나조차 개운하지 않은 상태였고, 그 상태로 평소와 다르게 등원 버스를 태워 보내겠다는 일념으로 재촉했으니 감정이 널뛸 수밖에 없었다. 오늘 아침에는 분명 두 가지 선택지가 있었다. 평소처럼 직접 등원시키는 방법과 어떻게든 버스를 태워 보내는 방법. 나는 후자를 택했고, 그러자 10분 남짓한 시간에 모든 준비를 마쳐야 해서 채찍질하듯 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나를 '빡침'의 상태로 몰고 간 건 아이의 행동이 아니라, 여유가 없는 상태로 하루를 시작한 내 탓이었다.

생각해 보면 자녀를 양육하면서 부딪히는 문제의 9할은 부모의 문제가 아닐까 싶다. 물론 다 받아주는 게 능사는 아니겠지만, 아이라서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존재라고 받아줄 수 있는 건 어디까지나 내 마음 그릇의 문제다. 그만큼 내 마음 그릇이 작아졌다는 뜻이고, 그 원인을 제공한 것 역시 나 자신인데 괜히 제일 약한 존재에게 쏘아댄 셈이다.


겨우 6살인데 자꾸 통제하려는 마음이 앞선다. 훈육이라는 미명 아래 통제하려는 이유가 결국 내가 편하기 위함이라는 솔직한 마음을 마주하니 민망하다. 나이만 먹었지 아직도 자라지 못한 나를 바라보는 기분이었다.


오늘도 아이 덕분에 나를 바라본다. 가끔 내가 듣고 싶지 않은 말들을 무심코 아이에게 내뱉는 나를 보며 놀랄 때가 있다. 모든 상황에는 그 순간의 타당한 이유가 존재하지만, 돌이켜보면 굳이 그랬어야 했나 싶은 후회와 반성만 남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래서 자녀를 돌보기 위해선 가장 먼저 부모의 마음에 여유가 있어야 하는구나 싶다. 마음의 여유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일상에서 쉽게 실천할 수 있는 체력 관리부터 다시 신경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여러 번 수면 관리와 체력 관리의 필요성을 이야기했지만 지속하지 못했던 건 목적이 희미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다 자칫 내 아이의 마음에 쓴 뿌리가 자라도록 거름을 주는 '일명 암흑 관리자'가 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드니, 무조건 개선해야겠다는 의지가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좋은 부모가 되고, 화목한 가정을 꾸리기 위해선 다른 노력보다 나의 그릇을 키우는 게 중요하다. 나의 허용치가 깊고 넓어질수록 아이는 아이답게 클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매번 느끼지만 아이를 통해 인생의 지혜를 배운다. 그런 의미에서 어쩌면 자녀는 신이 보내준 스승이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