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하나 더 있으면 어떨까 했던 마음이 사라진 날

by알레

"우리도 아이가 하나 더 있었으면 어땠을까?"


아이가 6살이 되고 나니 가끔, 정말 아주 가끔은 아내와 이런 상상의 대화를 나눠보곤 한다. 상상 속에서는 엄청 예쁘고 순한 아이의 모습을 떠올리는데, 실제로 우리 아이가 순한 편이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고생스러운 순간이 전혀 없었던 건 아니지만, 원래 과거는 현재에 이르러 미화되기 마련 아닌가.


혹시나 싶어 미리 선을 긋지만 우린 하나로 충분하다. 아니, 정확히는 아들 하나만으로도 이미 체력적으론 과분하다고 하는 게 맞겠다. 암튼.


오래도록 친하게 지낸 부부가 있다. 우리와 같은 해에 결혼했는데, 내내 자녀가 없다가 올해 무려 쌍둥이를 출산했다. 그것도 아들 쌍둥이를. 여담이지만 내가 그렇게 아들 낳을 것 같다고 말했는데 정말 사실이 돼버리니 일말의 바카라임감을 느끼는 중이다.


워낙 체력 관리를 소홀히 하고 살았던 탓도 있지만, 40대 중반이 넘어선 나이에 6살 아들 하나도 체력이 부치는데 하물며 아들 쌍둥이는 오죽할까. 아니나 다를까 부부가 거의 정신 줄을 놓고 살아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라고 들었다. 주변에서는 곧 다가올 100일에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나길 진심으로 바라고 있다.


최근 이 부부와 오랜만에 만나 이야기를 나눴는데, 거주지를 지방으로 옮겨야 하나 큰 고민에 빠졌다고 했다. 조리원 퇴소 후 도우미 이모님들이 계실 때는 그래도 한 손 덜 수 있었지만, 이달부터는 이모님들도 안 계시는 상황이다. 둘 중 하나라도 자리를 비워야 할 땐 감당하기 쉽지 않아 본가로 가야 할지 진지하게 고민 중이라고 한다.


그렇다고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여러 생활권을 고려했을 땐 서울에 머무는 게 가장 좋은 선택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돕기로 했다. 나뿐만 아니라 가까운 사람들이 돌아가며 손을 거들어보기로 했다. 마치 온 마을이 돕듯, 그런 마음으로.


그러기로 했는데 막상 다녀와 보니 고민이 되는 게 솔직한 마음이다. 이유가 두 가지 있다.


첫째, 아무리 내가 육아 아빠라고 해도, 이미 6살이 된 아이를 대하다가 100일도 안 된 아기를 돌보는 건 쉽지 않았다. 안아주는 것조차 낯설었다. 내 아이가 아니다 보니 울음을 터뜨려도 무엇 때문인지 감을 잡기조차 힘들어서, 정말 도움이 되고 있는 걸까 하는 의문이 생겼다.


둘째, 미안하지만 지금 내가 어디에 집중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이 계속 떠나지 않았다. 그 부부를 돕는 시간도 매우 가치 있고 의미 있다고 생각하지만, 제한된 에너지를 우선순위에 따라 써야 하는 상황이라면 오히려 재정 문제를 해결하는 데 몰입해야 하는 게 아닐까 싶었다.


돕기로 마음먹었을 땐 늘 그랬듯 관계가 먼저 작동했다. 관계 중심의 사람이라 언제나 가장 먼저 움직이는 게 관계의 영역이다. 시간이 흘러 현실적인 요소들이 눈에 보이는 걸 알면서도, 워낙 가까운 사이다 보니 너무 쉽게 결정을 내린 듯하다.


그나마 절충안을 찾는다면, 고정으로 돕는 게 아니라 정말 급할 때 한 손 거드는 정도, 혹은 부부와 말동무를 하며 허드렛일을 돕는 정도는 가능하다. 다만 이 또한 우선순위 문제에서 냉정하게 들여다볼 부분이라, 지금으로선 뭐든 쉽게 판단을 내리지 못하겠다.


오랜만에 아기들을 보고 돌아오니 마음이 '야들야들'해지는 기분이었다. 그러면서도 상상이 아닌 육아의 현실을 겪고 나니, '아이 하나 더 있으면 어떨까?' 싶었던 마음은 완전히 사라졌다. 지금으로도 충분하다는 걸 일깨워주는 경험이었다.


어쩌면 우리 아들이 하나이고 대체로 순둥이여서 그리 어렵지 않게 육아를 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쌍둥이를 보고 돌아오니, 이래서 아이를 기를 때 마을이 필요하다고 하는가 보다 싶었다. 마음 한편은 정말 돕고 싶은데, 다른 한편은 재정 문제 해결에 몰두하라고 멈춰 세우는 현실이 괴롭다.


그럼에도 결론은 자명하다. 내 바카라임을 다하는 게 맞다. 미안한 마음은 언제고 갚을 수 있는 날이 있을 거라 생각하고, 지금은 내가 해야 할 일에 온전히 집중할 시기라는 걸 되새겼다. 마음 한편 불편감이 남아있지만 말이다.


요즘 같은 시기에 아이를 둘이나, 그것도 한꺼번에 낳은 가정이라면 온 나라가 육아에 집중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런 제도가 존재한다면 출산율도 다시 높아지지 않을까.

그나저나 겨우 몇 시간 함께 있었는데 쌍둥이 녀석들의 모습이 눈앞에 아른거린다. 이래나 저래나 아기들은 사랑 그 자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