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은 불면의 옷을 입고 찾아온다

by알레

자고 일어나도 개운하지 않은 요즘, 여름은 여름인가 보다.


나에게 여름은 여러 가지로 기억된다. 무더위, 높은 습도, 바다, 여행, 휴가, 매미, 물놀이. 다양한 키워드가 여름을 묘사하지만 그중 하나가 불면이다.


불면의 가장 큰 원인은 단연 수면 습관이다. 새벽 3시쯤 잠들어 아침 8시쯤 일어나는 생활을 아무리 바꾸려 해도 그 어떤 습관보다 강한 회귀 본능을 발휘하며 결국 제자리로 돌아간다. 이제는 삶의 기본값이 돼버린 수면 부족을 일단 논외로 한다면 그다음으로는 계절적 요인이 꽤 큰 변수라고 할 수 있다.


언제나 그랬다. 여름이 오면 단 하루도 아침이 개운했던 적이 없다. 잘 때 에어컨을 틀어 놓고 잘 수도 없고. 그나마 다행인 건 10년 전, 아니 5년 전과 비교하면 그때만큼 한밤중에 더위를 타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최근 새로 구입한 선풍기가 크게 한몫하는 덕분이기도 하다. 요즘 선풍기는 바람의 질이 좋아 오래 쐬어도 불편함이 없다. 이 정도면 꽤 문명의 이기다.


그래도 아침이 개운하지 않은 건 변함없다. 이유를 생각해 보지만 딱히 원인은 모르겠다. 그래서 그냥 여름 때문이라고 뭉뚱그린다.


아무래도 불면의 여름은 불변의 진리인 듯하다.


어차피 잠을 설쳐 일찍 눈을 뜰 거면 그냥 차라리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것도 방법일 수 있겠지만 '3 to 8' 루틴은 쉽게 깨지지 않는다는 걸 경험한 뒤로는 그 마음을 내려놓았다. 차라리 몸을 혹사시키면 숙면에 도움이 되려나 싶어 달려도 보지만 체력이 좋아지면서 오히려 더 버티게 된다는 기분을 지울 수 없다.


별수 있나. 그냥 여름이 지나가길 기다리는 것 말고는 딱히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다.


이럴 바에야 그냥 여름을 있는 그대로 만끽하는 것도 방법일 듯하다. 불면을 적극 활용하여 마음 놓고 드라마를 본다든가, 다른 계절엔 딱히 생각나지 않는 시원한 맥주 한 잔을 아내와 함께 나누는 것도 여름을 누리는 소소한 방법이 아닐까. 저녁을 먹은 뒤 해 질 녘에 아이를 데리고 산바카라을 나가는 것도 좋고, 돌아오는 길에 아이스크림 하나를 입에 물고 오는 것도 지나고 보면 기억에 남을 여름의 한 자락이 될 것 같다.


어느새 7월이다. 눈 깜짝하는 사이 6개월이 지난 것처럼 뒤돌아보면 어느새 여름도 훌쩍 가버릴 것이다. 무더위와 습도, 불면으로 기억될지라도 그 또한 여름다움이라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게 여름을 나는 가장 지혜로운 방법이겠거니 체념하듯 받아들인다.


연신 하품을 하는 오후 5시에서 6시 사이, 하루 중 가장 졸음이 밀려오는 이 시간에 여름을 기리는 마음을 담아 불면의 기록을 남겨본다. 여름에겐 미안하지만 가을이 어서 오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