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육아는 굴려야 제맛. 근데 아빠의 체력이 문제다

by알레

"아들, 오늘 아침은 아빠랑 유치원까지 걸어갈까?"

"응. 아빠랑 같이 걸어가는 거 좋아."


날이 화창한 월요일 아침이었다. 출근 준비로 바쁜 엄마를 바라보며 아이는 셋이 함께 나가고 싶다고 했다. 이미 나와 아이는 준비를 마친 상황. 이대로는 아내에게도 촉박함이 밀려올 것 같고 아이 등원 시간도 애매하게 늦어질 것 같았다.


마침 어제 아침 교회까지 아이랑 걸어갔던 기억이 떠올라 살짝 제안을 해봤더니 좋다고 했다. 차를 타고 다녀오면 금방 다녀올 거리지만 굳이 걸어가려 했던 이유가 있었다. 내일 저녁 강의 준비로 오늘내일은 종일 작업에 묶여있을 게 뻔했다. 당장이라도 트랙을 뛰러 나가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그랬다가는 분명 오늘 밤부터 마음이 조여올 터. 아이 등원 길에라도 걷는 시간을 챙기기로 했다.


요즘 수시로 햇빛을 쬐려고 한다. 온몸으로 볕을 느끼는 순간이 좋기 때문이다. 디지털 기기에 노출되는 빈도가 높아진 삶인 만큼 자연에 대한 감각이 무뎌져 가는 게 당연하다. 이럴 때일수록 의도적으로 몸을 일으킬 필요가 있다.


한동안 집 밖을 잘 나서지 않았던 이유는 시간에 대한 조급함 때문이었다. 늘 시간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는데 실상은 부족한 게 아니라 누수가 발생하고 있었다. 꽤 자주 되풀이했던 반성이 있었다. '오늘 하루 유튜브 보고 드라마 보며 흘려보낸 시간에 차라리 걷거나 뛰었으면 건강이라도 좋아졌을 텐데.' 후회와 반성도 수차례 되풀이되면 나름 한도에 도달하는 듯하다. 어느 순간 반성은 그만하고 실제로 움직여야겠다는 생각이 강해지는 걸 보니 말이다.


가장 크게 한몫한 건 역시 아들이었다. 날로 달로 에너지가 뻗치고 있는 아이를 온실 속 화초처럼 두었더니 해소되지 못한 에너지가 짜증으로 이어지는 경험을 했다. 소셜미디어에 아들 육아 팁을 물었을 때 많은 분들이 '밖에서 굴리는 게 답이다'라고 했는데 정답이었다. 역시 아들은 굴려야 한다.


그리고 아이를 굴리려면 먼저 내가 감당할 수 있어야 한다. 6살이 되니 이미 40대 중반의 체력을 앞질러 버렸음을 알았다. 가정의 평화를 위해 필히 움직여야만 했다. 내가 다시 러닝을 시작한 이유도 결국 여기서 시작됐다.


아이와 걸어가며 유치원에 가까워질 즈음 물어봤다.


나: "아들아, 이따 하원 때도 아빠랑 걸어갈까?"

아들: "응. 이따가도 걸어가고 싶어."

나: "그냥 걸어왔으면 좋겠어? 아니면 킥보드를 가지고 왔으면 좋겠어?"

아들: "킥보드지. 아빠랑 쌩 달려가고 싶어."


하원 길엔 킥보드를 끌고 나갈 계획이다. 지금 가장 큰 고민은 코스를 어디로 정하느냐인데, 솔직히 놀이터는 지나치고 싶은 게 속마음이다. 이내 생각을 접었다. 어차피 저가 가고 싶은 방향으로 따라오라고 할 테니.


날이 더 뜨거워지기 전에 하루라도 걷고 달려야 하지 않을까. 유치원이 뭐 그리 힘들까 싶지만 저 나름 애쓰며 지내다 오는 아이에게 하원 후 자유를 주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아빠 노릇은 하는 것 아닐까.


그나저나 갑자기 피로감이 밀려온다. 킥보드 들고 나가야 한다는 걸 몸이 먼저 알아챈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