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간 주식 시장을 관심 있게 보고 있었다.
강 건너 불구경, 싸움 구경만큼 재밌는 게 돈 버는 이야기인 것 같다. 아쉬운 건 내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이지만. 누군가의 인생 역전 리얼 드라마를 보는 마음으로 바라보면 그 또한 충분히 흥미진진하다.
물론 최근에 나도 투자를 시작했다. 정확히는 내 것이 아닌 아이의 자산을 열심히 불려보겠다는 마음으로 차곡차곡 모아가는 중이다.
코로나 시기에 미국 주식으로 급등 열차를 경험한 분들이 꽤 있다고 들었다. 가까운 지인 중에도 큰 수익을 달성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땐 나는 뭐 했나 싶었다. 다시 생각해 보면 그때도 시드머니가 있었던 건 아니라서 의미 없는 후회였을 뿐이었다.
그런데 작년부터는 국장에서도 비슷한 소식이 들리기 시작했다. 삼성전자가 5만 원대에서 30만 원대로, SK하이닉스가 20만 원대에서 200만 원대로. 이 역사적인 순간을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
반도체 섹터 호황 덕분에 아이 계좌도 원금 대비 제법 수익을 냈다. 그런데 조금만 더 일찍 시작했더라면, 딱 올해 초부터만 시작했어도 솔찬은 정도가 아니라 두둑했을 텐데. 그런 생각이 안 든다면 거짓말이다.
물론 이런 후회는 다 부질없다는 것도 안다. 지나간 세월을 읊는 마음은 공부의 동기보다 욕망과 투심을 더 자극한다. 경계해야 할 마음이다.
생각해 보면 주식으로 돈을 버는 사람들은 대체로 시간을 레버리지 하는 사람들이었다. 단기 트레이딩은 고수의 영역이고, 일정 금액을 적립식으로 장기 투자하거나 기업을 철저히 공부한 뒤 가치 투자를 하는 사람들이 결국 수익을 냈다.
가장 와닿았던 말은 이거였다. "투자를 하세요. 투기 말고."
내 돈의 흐름이 시시각각 변하는 걸 보고 있으면 투자 심리는 점점 투기꾼의 욕망으로 변질되기 쉽다. 그렇다고 오래전 어른들이 말하던 "주식하면 패가망신한다"도 이제는 틀린 말이라고 생각한다. 요즘 시대엔 투자가 재테크의 기본이다.
솔직히 나는 주식 공부를 열심히 하는 사람은 아니다. 다만 관심이 있다 보니 귀동냥 눈동냥은 열심히 한다. 그리고 글을 쓰며 생긴 메타인지 덕분에 무리한 추격전은 하지 않게 됐다. 내 계좌가 아닌 아들의 계좌라서 더 신중해지는 것도 있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배운 건 개별 종목이 어렵다면 미국 시장 ETF에 오랜 시간 적립식으로 투자하라는 것이었다. 등락은 있어도 장기적으로는 지수가 우상향 한다는 지난 10년의 교훈이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
그래서 시작해 보기로 했다. 내 아이가 20살이 될 때까지 어디까지 자산을 불려줄 수 있을까. 이왕이면 억 단위 계좌를 만들어주고 싶은 마음이다.
어쩌면 아이의 계좌여서 다행이다. 내 계좌였으면 욕망을 다스리기가 훨씬 힘들었을 거다. 아들 이름으로 된 계좌라서 그나마 '이건 내 돈이 아니다'라는 거리감이 욕망을 한 번 걸러준다.
오늘 국장이 시초가부터 크게 상승 출발했다. 대형주들이 5%, 10% 이상 오르는 걸 보았다. 휴대폰을 들었다 놓았다, 매수창을 열었다 닫았다를 세 번 즈음 반복했다. 결국 누르지 않았다. 대신 이 글을 쓰기로 했다.
"아들아, 아빠가 오늘 너의 돈으로 도박을 하지 않은 걸 자랑스러워해도 된다. 아빠의 투자 원칙 1조 1항. 내 욕심이 아들 계좌에 손대지 못하게 할 것."
세상의 많은 경험이 삶의 교훈을 주지만 주식 투자만큼 진한 배움을 주는 건 없는 것 같다. 그것도 내 돈이 아닌 돈으로 배우고 있다는 게, 솔직히 좀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