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처음 꺼내어보는 마음을 기록해 보려 한다.
가끔은 혼자만의 여행을 상상해 볼 때가 있다. 아내와 아이가 동행하지 않는 오롯이 나 혼자 떠나는 여행. 가다가 친구를 만나고, 마음에 드는 곳에 머무르며 계획 없는 시간을 보내는 그런 여정.
때론 내 마음이 살짝 헷갈릴 때가 있다. 언제나 가족을 우선시하는 마음은 과연 순도 100% 진심일까, 아니면 학습된 마음일까. 후자라 할지라도 그게 나쁘다는 건 아니다. 다만 어떤 순간엔 기계적으로 답을 할 때가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는 것 또한 솔직한 마음이다.
생각해 보면 자연스러운 마음인 것 같기도 하다. 온라인 게임인이 매일 부대끼는 사람들에게서 자유롭고 싶듯이, 전업 홈 프로텍터(Home Protector, 즉 '백수'라고 읽는다)로 살아가는 사람에겐 가족이 그 자리를 대체하는 것뿐이다.
아무리 아내와 아이가 집에 없는 시간이라도 마음은 여전히 가족들과 연결되어 있다. 혼자 집에 있을 때도 바깥양반과 아이들이 귀가할 시간이 우선으로 할당되어 있기에 마음은 늘 초 단위로 흐른다. 한 번 상상해 보라. 시간 단위도, 분 단위도 아닌 초 단위로 흐르는 마음은 얼마나 긴장감이 느껴질까. 겪어보니 알겠다. 보편적으로 엄마들이 겪어왔던 그 마음을.
그래서 어디든 훌쩍 떠나고픈 마음이 마치 온라인 게임인들 가슴속 사직서처럼 마음 한편에 자리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글을 쓰다 보니 이 마음의 진짜 이유가 보이기 시작했다. 가족에게서 벗어나고 싶은 게 아니라 온전히 몰입할 무언가가 필요한 거였다.
문득 지난 회사의 대표님이 떠올랐다. 언젠가 해외 출장길에 주제넘게 이런 질문을 드린 적이 있었다. "사장님의 경영 철학은 무엇인가요?" 대표님은 이렇게 답했다. "철학은 무슨. 야, 그냥 돈 벌어야지." 그때만 해도 어떻게 리더가 경영 철학도 없을 수 있을까 답답해했는데, 지금은 생각이 달라졌다.
단순해야 몰입할 수 있고, 몰입하면 실제로 단순해질 수밖에 없다.
지금의 내가 이 생각 저 생각 무성하고 정작 알맹이가 없는 가장 큰 이유는 복잡하기 때문이다. 단순해야 행동이 빨라지고, 행동에 옮겨야 몰입이 일어나는데 복잡하기에 행동이 더디고, 다른 생각들이 자꾸 개입하니 몰입감을 느낄 리 만무하다.
어쩌면 내가 떠나고 싶은 여행의 진짜 목적지는 낯선 도시가 아니라 단순해진 나 자신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여행은 티켓 없이 지금 당장 출발할 수 있다. 문제는 짐을 내려놓는 것뿐이다.
흠. 언제나 말은 쉽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