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 카드를 환불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의 최애 카페는 단연 스타벅스였다. 지금까지 발행한 1000개가 넘는 글 중에 가장 많은 하트를 받은 글이 '스타벅스로 출근했습니다'일 정도로 나에겐 의미 있는 장소였다. 스타벅스 코리아 유튜브 채널에 섭외가 되기도 했을 만큼 애정하던 곳과의 절연을 선언하는 건 생각만큼 후련하지 않았다.
부끄럽지만 나는 역사의식이 그리 뛰어난 사람이 아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정서상 건드리지 말아야 할 몇 가지에 대해서만 분노하는, 딱 그 정도다. 그마저도 삶에 치여 오래가지 못하는 사람인데 이번 일은 달랐다. 나조차도 과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마침 오늘부터 14일까지 완화된 기준으로 환불을 진행해 준다는 말을 기억하고 있다가 실행에 옮겼다.
안 그래도 최근 집에서 작업하는 날이 많아지기도 해서 크게 고민이 되진 않았다. 단지 일말의 안타까움이 있다면, 좋아하는 장소였다는 점, 2012년부터 이어온 멤버십의 역사에 마침표를 찍는 것 같은 기분, 그리고 매장에서 이름 모를 파트너가 외치던 '알레 고객님 음료 나왔습니다'를 더 이상 들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역사적 이유보다 재정적 이유가 더 주된 이유였다. 내가 공부한 재정원칙에서는 빚이 있으면 굶으라고까지 말한다. 그 기준에서 스타벅스는 언감생심이었다. 차마 굶을 자신은 없었기에 해볼 수 있을 만큼은 실천해 보자는 마음으로 결정했다.
한창 다닐 땐 주 2~3회는 꼬박 갔다. 5만 원 충전해 놓은 카드는 한 달이 다 가기 전에 소진됐다. 집에만 있기 답답한 날 혼자 찾아가 종일 앉아있어도 아무 눈치 볼 것 없어 좋았다. 통창으로 된 기다란 테이블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거나 창을 통해 스미는 햇살을 느낄 때마다 더할 나위 없는 만족감을 느꼈다. 좋아하는 자리에 앉아 쓴 글이 수 편이고, 읽은 바카라이 여러 권일만큼 스타벅스는 홀로서기를 선언한 창작자들에게 보금자리와 같았다.
생각해 보면 스타벅스는 나의 빈곤한 날의 유일한 사치였다. 굳이 꼭 가지 않아도 되고, 스타벅스가 아니어도 됐다. 그럼에도 갔던 이유는 익숙함에서 오는 편안함과 안정감 때문이었다. 그랬는데 그 마음을 한 순간에 접는다는 게 어디 쉬운 일이겠냔 말이다.
5월 18일 마케팅 참사가 불을 지폈고, 개인적인 상황이 결단을 촉구했다. 명분과 현실이 같은 방향을 가리킬 때 사람은 비로소 움직인다. 나의 경우가 딱 그랬다.
환불 버튼을 누르며 다짐했다. 원칙을 지키는 삶이 때로는 좋아하는 것과의 작별을 요구한다는 것을. 그리고 그 작별이 손해처럼 느껴져도 결국 내 그릇을 채우는 일이라는 것을.
아쉽고 또 한편으론 대견스럽다. 오늘의 나는 꽤 잘 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