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한 달은 어떻게 살았나.
매월 마지막 날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질문이다. 지난달부터 재정원칙을 세우고 이에 걸맞은 삶을 살아보겠다고 다짐했지만 여전히 녹록지 않다. 지출은 최선을 다해 줄여본다 쳐도 수입은 마음 같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재정원칙을 인지하며 살았다는 소기의 목적은 달성했다.
매월 말이면 이런저런 결제 알림이 날아온다. 늘 스트레스였다. 어떻게든 땜질하며 오긴 왔는데 앞으로도 갈 길은 구만리다. 연일 불장을 달리는 주식시장에 어째 내 지분은 하나도 없을까 싶은 생각. 씁쓸함이 밀려오는 순간 지난날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뭐 이 또한 내가 자초한 현실이니 그냥 받아들이고 살아가는 중이다.
그래도 퇴사 5년 차인데 이 정도는 수용할 수 있을 만큼 마음 그릇은 커진 듯하다. 그저 살아가고 있다는 것 자체로 감사할 수 있는 날들이 지속되니 한편으론 이것도 나쁘지 않다 싶다. 초월자로 살아가는 건 아니지만 한 발 물러서서 바라보니 인생지사 새옹지마라는 말이 지혜로 다가오는 걸 느낀다.
지금 당장 내 것이 아닌 것을 손에 쥐려 아등바등하면 설령 그것이 손에 들어오더라도 꼭 탈이 난다. 반대로 굳이 애쓰지 않아도 내 것이 될 거면 내 그릇에 담기는 게 돈인 것 같다. 많은 바카라들이 돈 그릇을 키우라는 말을 하는 이유가 여기 있는 것 같다.
최근 재밌게 본 드라마에서도 비슷한 교훈을 얻었다. 자기 것이 아닌 욕망을 취하기 위해 배신의 배신이 거듭되고, 욕망하는 자는 거의 대부분 죽음에 이르렀다. 삶도 그런 것 같다. 비단 돈뿐만 아니라 재능도, 관계도. 내가 소화할 수 있는 양이 아닌데 그것을 삼키는 순간 탈이 날 수밖에 없는 게 삶의 이치라는 생각이 짙어진다.
돈은 돌고 돌아야 생명력이 유지된다. 지혜로운 사람은 어느 정도가 되든 일정량을 흘려보내는 데 아끼지 않는다. 탈이 나지 않는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내가 공부한 재정원칙도 이 점을 명확하게 제시하고 있다. 마땅한 사용처가 정해졌을 때 기꺼이 흘려보낼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는지를 점검하라고. 그래서 하루라도 빨리 빚을 청산하라고 강조한다. 빚의 노예가 되면 욕망의 불씨를 지피는 화근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 한번 감사하게 된다. 당장 소득이 늘어난 건 아니지만 재정을 달리 바라볼 수 있게 된 것만으로도 나에겐 큰 변화가 일어난 셈이다. 소비가 아닌 일상에 거저 주어진 것들로부터의 풍요를 경험하며 살아갈 수 있게 되었다.
다음 달엔 예정된 강의도 있으니 이달보다는 조금 숨통이 트이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기다림은 고되지만 새옹지마가 내 삶에도 일어나는 순간을 바라며, 또 한 달을 정리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