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자에 걸쳐진 옷이 울컥하게 만든 날

by알레

식탁 의자에 아무렇게나 걸쳐진 옷을 바라보는데, 그날따라 나도 모르게 울컥했다.


최근 본 드라마에서 사랑하는 아내를 잃은 남자가 유품을 정리하는 장면이 있었다. 상실 씬과 유품 정리 씬 사이에 몇 회차가 더 있었던 터라 그 순간엔 깊이 다가오지 않았다. 그러다 자세를 고치며 식탁 건너편 의자를 보는데, 내 옷과 아내의 옷이 아무렇게나 걸쳐져 있었다. 그제야 감정이 올라왔다.


늘 저 자리에 쌓여있는 옷들을 볼 때마다 답답함을 느꼈다. 어떤 날엔 그냥 방으로 옮겨두기도 했는데 빈자리는 어느새 또 채워졌다. 그래서 마음을 비우기로 했다. 그냥 저렇게 두기로.


그런데 드라마 때문에 처음으로 생각해버렸다. 늘 채워져 있던 저 자리가 비는 순간을.


아직 경험해보지 않은 깊은 슬픔이었다. 항상 거기 있어서 당연했던 것들이, 없어지는 순간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먹먹할 수 있다는 걸 몰랐다.


익숙함은 때론 소중함을 잊어버리게 만든다. 늘 곁에 있는 사람이 소중한 줄 모르고 뒷전으로 미루다가, 어느 날 그 자리가 비고 나서야 비로소 깨닫는 것처럼. 익숙해진 존재는 어느 순간부터 당연한 존재가 되어버린다.

좋든 싫든 익숙함은 존재의 흔적을 더 짙게 만든다. 그래서 흔적만 남겨진 빈자리를 받아들이기란 쉽지 않다. 가깝고 후회가 남는 대상일수록 더 그렇다.


오늘도 아내의 옷은 의자에 걸쳐져 있다. 답답하다는 생각 대신 잠깐 다른 마음으로 바라봤다. 저 옷이 저 자리에 있다는 건, 아직 우리가 함께 살고 있다는 뜻이니까.


언젠가는 맞이하게 될 영원한 이별. 그 슬픔의 깊이를 조금이라도 줄이는 방법이 있다면, 어쩌면 이런 것인지도 모르겠다. 지금 곁에 있는 사람을 지금 소중히 여기는 것.


오늘 저녁, 아내와 아이와 더 살가운 시간을 보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