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의 전당, 한 잔의 세계를 건축하다

총체적 예술로서의 커피를 공간으로 연출한다는 것

image.png시흥시에 '커피의 전당'을 콘셉트로 기획한 '아마츄어작업실 시흥점'(2021-2024)


1,400평의 카페를 어떻게 채울 것인가


대형 카페를 기획할 때 가장 어려운 문제는 공간을 크게 만드는 일이 아니다. 큰 공간을 무엇으로 채울 것인지, 그리고 각각의 공간이 하나의 이야기로 연결되게 만드는 일이 더 어렵다.

내가 ‘커피의 전당’이라는 콘셉트로 기획했던 공간은 실내 5개 층과 루프탑을 포함해 총 6개 층, 약 1,400평 규모의 대형 복합문화형 카페였다. 이 정도 규모에서는 단순히 좌석을 많이 만들고 층마다 다른 분위기의 인테리어를 적용하는 방식으로는 공간의 이유를 설명하기 어렵다고 생각했다. 규모가 클수록 오히려 중심이 되는 하나의 생각이 더 분명해야 했다.

내가 잡은 중심은 ‘커피는 총체적 예술이다’라는 문장이었다.

커피를 마시는 행위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커피를 볶고 추출하고 배우며, 음식과 만나고 역사와 문화, 예술로 확장되는 과정을 한 건물 안에서 경험하게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커피의 전당’이라는 이름은 웅장한 규모를 표현하기 위한 수사가 아니라, 커피를 둘러싼 여러 기능과 문화를 하나의 공간 안에 모으겠다는 기획의 방향이었다.


중심에는 커피바가 있어야 했다


아무리 많은 기능을 가진 복합공간이라도 중심이 흐려지면 결국 무엇을 위한 장소인지 알기 어려워진다. 그래서 이 공간에서 가장 먼저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커피바였다.

바는 넓고 개방적으로 구성해 바리스타의 움직임과 추출과정을 손님이 자연스럽게 바라볼 수 있도록 했다. 커피를 주문하고 완성된 잔만 받아가는 방식보다, 커피가 만들어지는 장면 자체가 공간의 일부가 되기를 바랐다.

대형 공간일수록 카운터는 기능적으로 작아지고 좌석이 중심이 되기 쉽지만, ‘커피의 전당’에서는 반대로 커피를 만드는 장소가 시각적으로도 중심에 있어야 했다. 손님이 건물 안에 들어왔을 때 가장 먼저 이곳이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를 알 수 있어야 했기 때문이다.

넓은 오픈바는 단순히 많은 주문을 처리하기 위한 시설이 아니라 커피를 하나의 장면으로 보여주는 무대였다.

바리스타가 원두를 분쇄하고 물을 붓고 에스프레소를 추출하는 과정이 숨겨진 작업이 아니라 공간 안에서 계속 일어나는 하나의 공연처럼 보이기를 원했다.


로스팅을 뒤로 숨기지 않았다


바 다음으로 중요했던 것은 로스팅이었다.

일반적인 카페에서는 로스팅 공간이 별도의 작업실에 있거나 손님의 시야에서 벗어난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곳에서는 초대형 로스팅 머신과 로스팅 공간 자체를 중요한 장면으로 드러내고 싶었다.

K커피어워드에서 선정된 커피가 대형 로스터에 들어가 볶이고, 그 원두가 다시 바에서 추출되는 흐름을 같은 건물 안에서 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

이것은 단순히 장비의 규모를 자랑하기 위한 연출이 아니었다.

‘우리는 좋은 커피를 사용합니다’라는 문장을 벽에 적는 것보다 실제 생두가 로스터에 들어가고, 볶인 원두가 바에 도착해 한 잔으로 나오는 과정을 보여주는 편이 훨씬 강한 설명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공간 안에서 커피의 앞뒤 과정이 서로 보이면 손님은 자신이 마시는 한 잔을 조금 다르게 바라보게 된다. 커피는 더 이상 카운터 뒤에서 갑자기 만들어지는 음료가 아니라, 여러 단계의 과정을 통과해 자신의 앞에 도착한 결과가 된다.

그래서 커피의 전당에서 로스팅실은 생산공간이면서 동시에 전시공간이었다.


카페 안에 학교가 있다는 것


또 하나의 중요한 요소는 커피 아카데미였다.

나는 커피를 마시는 장소와 커피를 배우는 장소를 완전히 분리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한쪽에서는 손님이 커피를 마시고 있고, 다른 한쪽에서는 사람들이 생두와 로스팅, 추출과 향미를 배우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카페 안에서 실제 교육이 이루어지면 공간의 성격도 달라진다. 커피가 단순히 판매되는 상품이 아니라 누군가는 공부하고 연구하며 반복해서 훈련하는 전문적인 대상이라는 사실이 자연스럽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모든 손님이 교육에 참여할 필요는 없다. 다만 커피를 마시러 온 사람이 로스팅 장면을 보고, 수업이 진행되는 모습을 바라보고, 바리스타의 추출을 가까이에서 경험한다면 그 자체로 커피를 조금 더 깊게 인식할 수 있다.

나는 이런 공간을 좋아한다.

설명문을 많이 붙이지 않아도 그곳에서 실제로 무엇인가가 일어나고 있기 때문에 공간의 철학이 보이는 곳이다.


층마다 기능은 달라도 중심은 하나여야 했다


6개 층을 사용하는 대형공간에서는 층별 테마를 만드는 일이 필요하지만, 동시에 각각의 층이 전혀 다른 장소처럼 분리되는 것도 경계해야 했다.

그래서 기능은 달라도 모든 층이 결국 커피라는 하나의 중심으로 돌아오게 하는 것이 중요했다.

어느 층에서는 바리스타의 추출을 보고, 다른 층에서는 대형 로스터가 움직이며, 또 다른 공간에서는 커피교육이 진행되었다. 베이커리에서는 매일 빵과 디저트가 만들어지고, 레스토랑에서는 식사와 커피가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공간 곳곳에는 커피의 역사와 문화, 인문학을 보여주는 자료와 현대미술 작품도 배치했다.

이러한 요소들을 따로 놓으면 카페와 로스터리, 학교와 베이커리, 레스토랑과 갤러리가 한 건물에 모여 있는 것에 불과할 수 있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기능의 숫자가 아니라 각각의 기능이 어떤 관계를 맺는가에 있었다.

베이커리는 커피와 함께하는 맛의 경험으로 연결되고, 아카데미는 커피를 배우는 과정으로 연결되며, 전시는 커피를 역사와 문화의 맥락에서 바라보게 해야 했다. 로스팅과 바는 생산과 소비를 연결하는 축이 되어야 했다.

각 층이 독립적인 목적을 가지면서도 건물 전체를 통과하고 나면 하나의 커피 세계를 경험했다는 느낌이 남아야 했다.


전시는 장식이 아니라 커피를 읽는 또 하나의 방식이었다


나는 카페에 작품을 전시할 때 빈 벽을 채우기 위한 장식으로 사용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커피의 전당’에서 전시는 커피를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게 만드는 장치여야 했다.

커피의 역사와 커피하우스 문화, 커피와 문학, 음악과 미술의 관계 같은 내용을 공간 곳곳에서 접할 수 있게 하고, 그 사이에 현대미술 작품을 배치하면서 손님이 커피를 맛보는 것과 동시에 커피를 문화적으로도 바라볼 수 있게 하고 싶었다.

커피를 마시다가 한 장의 그림 앞에 멈추고, 다른 층으로 이동하면서 커피의 역사에 관한 이야기를 읽고, 다시 내려와 로스팅되는 모습을 보는 경험이 하나의 건물 안에서 이어지는 것이다.

이때 중요한 것은 전시가 커피를 압도하지 않는 것이었다.

전시를 보기 위해 커피가 배경으로 밀려나는 것도 아니고, 커피만 강조하느라 전시가 장식으로 전락해서도 안 됐다. 서로 다른 요소가 각자의 역할을 하면서 한 공간 안에서 커피라는 중심을 조금씩 확장해야 했다.


총체적 예술은 많이 넣는다는 뜻이 아니다


‘총체적 예술’이라는 말을 공간에 적용하면 무엇이든 많이 넣어야 한다고 오해하기 쉽다.

커피도 있고 빵도 있고 음식도 있고 작품도 있으며 교육도 한다고 해서 자동으로 총체적인 공간이 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기능이 많을수록 공간은 쉽게 산만해질 수 있다.

내가 생각하는 총체성은 요소의 수가 아니라 관계에서 나온다.

커피바와 로스팅실이 연결되고, 로스팅과 교육이 연결되며, 커피와 음식이 만나고, 그 위에 역사와 문화, 예술의 이야기가 더해질 때 비로소 각각의 기능이 하나의 세계를 만든다.

그래서 ‘커피의 전당’을 기획하면서 계속 생각했던 것은 무엇을 더 넣을 것인가 보다 이미 들어 있는 요소를 어떻게 하나의 이야기로 묶을 것인가였다.

대형공간의 기획은 빈 곳을 채우는 일이 아니라, 여러 공간이 왜 함께 있어야 하는지를 설명하는 일이다.


커피의 전당이라는 이름


나는 ‘커피의 전당’이라는 이름을 꽤 좋아한다.

커피를 거창하게 만들겠다는 의미보다는, 커피를 둘러싼 여러 장면을 한 곳에 모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그 안에 들어 있기 때문이다.

바리스타가 커피를 추출하고, 커다란 로스터에서는 생두가 볶이며, 아카데미에서는 누군가 커피를 배우고 있다. 다른 공간에서는 갓 구운 빵이 나오고, 사람들이 식사를 하며, 벽에는 커피의 역사와 예술에 관한 이야기가 펼쳐져 있다.

이 모든 장면이 하나의 건물 안에서 동시에 일어난다.

나는 바로 그 모습을 연출하고 싶었다.

커피를 마시는 공간이면서, 커피가 만들어지는 공간이고, 커피를 배우는 공간이며, 커피의 역사와 문화를 경험하는 공간.

그렇게 생각하면 ‘커피는 총체적 예술이다’라는 말은 더 이상 벽에 적어놓은 슬로건으로 끝나지 않는다.

공간을 직접 걷는 동안 그 문장을 경험하게 된다.

내가 기획한 ‘커피의 전당’은 1,400평의 큰 카페를 만드는 프로젝트가 아니었다. 커피라는 하나의 주제를 여섯 개 층의 서로 다른 장면으로 나누고, 다시 하나의 경험으로 연결하는 작업이었다.

결국 공간기획에서 규모보다 중요한 것은 한 가지 질문이라고 생각한다.

이 공간을 모두 경험한 사람이 무엇을 기억하게 할 것인가.

‘커피의 전당’에서 내가 남기고 싶었던 대답은 분명했다.

커피 한 잔 뒤에는 생각보다 훨씬 크고 다양한 세계가 존재한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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