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D+438 (뭔가 꼬인 D-Day)
어제의 기록을 놓쳤다. 아침부터 밤 늦게까지 스케줄이 꽉 차 있었다. 신기한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스케줄이 부담이 되거나 싫거나 하지 않았다는 것.
1. 남편이 지난 주 토요일밤에 왔는데 오늘은 급기야 손님 대접을 해달라고 했다.
아이들한테 밥을 차리듯이 자기한테도 밥을 해달란다.
한숨이 나온다.
오후에 수영장에서 만난 지인에게 남편이 나를 쫓아다니며 끊임없이 물어본다고...
(오늘 아침에는 화장실에까지 따라와서 물어봤다. "나 똥 좀 싸자!"라고 원초적인 말을 해버렸다) 했더니,
"이번에는 좀 더 빨리 왔네요?"했다.
분명 남편에게 좀 더 잘해줘야지.. 했는데 그게 잘 안된다.
진짜 손님처럼 대해야 하는 걸까.
2. 어제는 아이들을 데려다주고 집에와서 잠깐 해야할 일을 하고 헤글리 파크로 나갔다.
4월 12일 일요일에 있을 크라이스트처치 마라톤 하프 연습을 위해서다.
3월 초에 가상 하프 훈련을 하고 두번째 가상 하프이다.
하프는 가상 훈련까지 여섯번을 하고나니 당연히 달성할 수 있는 목표다.
8km 부터 힘들긴 했지만 하프를 완료할 때쯤 30km까지는 달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올해 11월에 퀸즈타운 풀마라톤을 어떻게 준비해야할지가 좀 걱정이다.
나에게는 달리기계의 리더님이 있으니, 그녀에게 물어보면 된다.
그러니까 걱정은 그냥 걱정일 뿐, 어쩌면 실패에 대한 핑계를 만들고 있는게 아닐까 생각했다.
할 수 없는 건 없다.
결심하는 순간 이미 풀마라톤 완주는 이룬 목표다.
할 수 없다고 하는 건 그냥 하지 않음을 선택하는 것일 뿐.
하프를 하고 왔는데 미치도록 피곤하지 않은 건 나의 체력이 많이 올라갔다는 의미일까.
3. 조카가 이번주 토요일 새벽에 한국으로 돌아간다.
조카와 지낸 두 달 동안 형제를 키운다는 게 이런 느낌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물론 조카이기는 하지만, 더 잘해주고 싶은 마음에 (하지만 이것도 마음에서 우러나지 않으면 안된다) 불편함없이 해 주려고 했다. 그 모습이 내 아이에게는 차별로 다가온듯하다.
어제는 수영이 끝나고 샤워장에서 사촌형보다 먼저 나왔는데,
형을 골탕먹일 작정이었는지 형의 옷을 다른 곳에 옮겨뒀다고 고백했다.
그리고 다시 들어가서 옷을 제자리에 돌려놓은 듯 했다.
하지만 형이 샴푸를 달라는 말을 못들은 체 하고 그냥 나와버린 건 백단 눈치로 알아차렸다.
왜 그랬냐는 질문에,
"엄마가 맨날 형 편만 들고, 형한테만 잘 해줘서..."라며 울먹이는 말이 돌아왔다.
자기도 잘 못한 걸 알았는지, 저녁내내 착한 아들이 되었다.
지인과 함께 있다는 동생의 말을 듣고도,
있었던 일을 따발총처럼 쏟아냈다.
이미 정답은 있는데 말이다.
아이의 마음이 백번 이해가 된다는 동생.
솔직히 나도 그랬다.
오늘 아침 아이에게,
속상한 너의 감정을 엄마가 백번 이해했다..
하지만 누군가를 골탕먹이는 일은 네가 생각해도 나쁜일이지 않냐고 했더니
아이가 인정을 했다.
형한테가서 사과하고 오라고 했다.
"형 미안해.."라고 아이가 말하자
"뭐가?" 라고 조카가 대답했다.
둘은 대면대면한 관계를 정리하고, 하교 후에 간 게임방에서 베프가 되었다.
조카는 미니골프가 뉴질랜드에서 최고로 재미있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