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D+445
어젯밤 한국에서 남편이 왔다.
밤 11시에 도착하는 일정이었고 아이에게는 서프라이즈로 하기 위해 아빠가 아이의 생일에 맞춰 온다는 걸 비밀로 했다.
치치 이웃들도 남편 이야기를 할 때면 목소리를 낮춰서 남편분이 언제 오냐고 조심스럽게 물어봤다.
남편을 다른 방에서 자라 하고, 아침에 아이가 일어날 때까지 기다렸다.
기분 좋게 일어난 아이를 불러 남편이 있는 방으로 데리고 가서 불을 켰다.
엄마가 왜 그럴까 어리둥절 하던 아이는 침대에 누워있는 실루엣을 보고
"아빠다!" 하면서 침대로 뛰어올라 아빠에게 안겼다.
너무 기쁜지 훌쩍거리며 눈물까지 흘렸다.
작년 10월에 만나고 반년만에 아빠를 만난 아이는 기쁨을 주체하지 못했다.
실은 얼마전에, 우리는 내년에 한국에 돌아가야할까를 두고 아이와 이야기했는데,
아빠랑 살고 싶지 않냐고 물었더니
아이가 이제는 이 생활이 익숙해져서 아빠가 그렇게 보고 싶지는 않다고 했다.
내가 남편도 아닌데 그 말에 마음이 짠하니 아펐다.
(남편이 서운해할까바 아직 말하지는 않았다)
아이가 태어났을 때 작명을 위해 시어머님이 찾아간 작명소에서
왕이 될 아이인데, 아빠가 없다..라는 말을 했다는 걸 전해들었다.
두 군데 점집(?) 혹은 작명소에서 그 이야기를 들은 시어머님은 한동안 심난하셔서 당신 아들의 안위를 무척이나 걱정하셨다.
시어머님의 이야기는 인생의 복선이었을게다.
아이는 아빠가 있지만 아빠가 없는 것처럼 살고 있다.
그리고 이건 또 다른 가족의 형태라고 생각한다.
세상의 삶에서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것이 있을까.
받아들이는 사람의 신념에 의해 타인을 판단하는 마음들이 있을 뿐.
어쨌든 손에 잡을 수 없는 아빠를 그리워했지만,
자신이 잘 참고 있다고 무의식적으로 생각했을 것이다.
그런데 직접 만나고 부비부비하는 아빠가 옆에 있으니 어찌 좋지 않을 수 있을까.
이번에는 나도 한결 부드러워진 마음으로,
남편에게 조금 더 잘 해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