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D+444
크라이스트처치의 토요일, 감사할 것 투성인 세상에 대하여
1. 오늘 아침 크라이스트처치 헤글리 파크 20번째 러닝을 갔다.
다음주 토요일 새벽에 한국으로 돌아가는 조카의 마지막 파크러닝이다.
3일동안 날이 흐리고 비가 오더니, 오늘은 새벽부터 하늘이 아름답다.
새벽인데 노을빛이다. 노을빛 같은 새벽동트기를 맞이하며 조카와 아이는 자전거를 타고 나는 달려서 헤글리파크까지 갔다.
자전거를 나무에 동여매니 슬롯자의 힘찬 목소리가 들렸다.
오늘은 마샬 (달리는 길에 서 있는 자원 봉사자)들이 이벤트업체에서 나온것처럼 (사실은 아니겠지만) 같은 옷을 입고, 분장을 하고 가발을 쓰고, 악기를 들고 힘찬 응원을 러너들에게 퍼부었다.
나도 그들에게 연신 땡큐하면서 달렸다.
친구와 함께 달리기를 시작하는 아이는 나를 훨씬 앞질러 달려갔고,
걷는 것도 양반처럼 느리게 걷는 조카는 한참 뒤에 쳐졌다.
내 페이스대로 달리다보니,
치치에서 자주 어울리는 지인의 첫째딸이 앞에 달리고 있었다.
내 아이와 마찬가지로 친구들과 만나기 위해서 토요일 아침 러닝을 하러 오는 아이다.
가끔 엄마에 이끌려 처음부터 끝까지 달리기도 하고,
가끔은 친구들과 뛰다가 달리면서 옆길로 새기도 한다.
'오늘은 YS의 페이스 메이커가 되어주어야겠다'
YS의 옆에 서서 함께 달리기 시작했다.
오늘은 페이스가 꽤 좋다. (6분대)
"우리의 달리기 목표는, 천천히 달려도 되지만 멈추지는 않는거!"
"와~ 달리기 자세도 엄청 좋아지고, 속도도 빨라졌네!"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힌 YS는 페이스가 빨라졌다, 느려졌다.. 하면서 멈추지 않고 달렸다.
YS가 헉헉 달리며 나에게 물었다.
"그런데 이모는 안힘드세요?"
"이모는 일주일에 2년이 넘게 일주일에 세 번 이상 달리고 있지!"
그렇게 대답하고 나서, 아차 싶었다.
나도 힘들다고 할껄.
나도 힘든데 이 달리기는 조금있다가 끝날꺼니까 아주 기쁘게 달린다고 할껄.
그 힘든걸 너도 지금 하고 있구나.. 하며 이야기해줄껄.
또 나는 나를 낮추는 방법을 잊고 있었다.
YS는 끝까지 잘 달렸다. 마지막을 남겨두고 전력질주를 하자고 했더니, 못한다고 해놓고, 마지막에는 전력질주를 멋지게 해냈다. (무리를 해서 그런지 달리기 끝나고 살짝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고..)
2. 헤글리 파크러닝을 마치고 우리집으로 티타임 초대를 했다. 그 무렵 한국에서 문자가 왔다.
"꿈유님 뭐하세요?
여긴 새벽 6시인데 갑자기 꿈유님 생각나서요"
"모닝 일기 쓰다가 회복탄력성이 많이 좋아진걸 느꼈는데 이게 다 꿈유님과 꿈유부족 사람들 덕분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ㅎㅎ 새벽부터 혼자 감동 받고 행복하다 이러구 있어용"
"고맙다 감사하다 이 얘기 하고 싶어서 톡 남겨요~~ "
갑자기 눈물이 핑 돌았다.
감사하는 마음을 표현받는다는 건 나를 살게하는 힘이다.
전 날 오랜만에 김미경 TV를 봤는데, 그곳에 세바시 PD분이 나오셨다.
'나의 인맥은 내가 도와줄 수 있는 사람들을 말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관점이 확 변했다고 했다.
나를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 내가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나의 인맥이라니.
나 또한 그 말에 정신이 들었다.
세상은 내가 보는데로 나에게 반응하고,
내가 사랑을 베푼것보다 더 많이 나에게 온다.
나를 살게하는 자연에도 감사하는 법을 '향모를 땋으며'라는 바카라을 읽고 느끼니
세상에는 감사할 것 투성이다.
내가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을 나의 인맥이라고 한다니,
계속해서 인맥을 넓혀나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