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농부가 얻는 이득이 뭐죠?

기술의 정확도보다 중요한 건 "내가 뭘 내줘야 하는가"다

by경소정

지난 5월, 코엑스에서 열린 2026 국제인공지능대전에 다녀왔다. 지금 현장에 실제로 도입돼 쓰이는 AI 기술이 무엇인지 직접 보고 싶어서였다. 대부분은 사무 업무를 줄여주는 기술이었지만, 그중 눈에 들어온 업체가 딱 두 곳 있었다. 한 곳은 돼지 축산 농장에서 돼지의 활동량과 사료 섭취량을 관찰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업체였다. 다른 한 곳은 오이 하우스에서 찍은 작물 사진을 시계열로 분석해 물이나 영양분이 부족할 때 알림을 주는 기술을 만드는 업체였다.


두 전시관에서 관계자들의 설명을 열심히 들었다. 그런데 나는 기술 개발자가 아니라 농부였다. 정확도가 높다는 것도, 이상이 생기면 알림을 준다는 편리함도 이해했다. 몇 년 전에 봤던 기술들보다 예측력도, 분석 효율도 확실히 좋아진 게 느껴졌다. 그런데도 농부의 입장에서 자꾸 같은 질문을 던지게 됐다. "그래서, 농부가 얻는 이득이 뭐지?" 이게 정말 현장의 농부가 원하는 기술이 맞나 하는 의문이었다.


사실 나도 처음 귀농을 생각했을 땐 스마트팜에 관심이 많았다. 정부가 정바카라적으로 계속 지원하고, 세계 농축산업이 그 방향으로 가고 있으니까. 하지만 스마트팜 시설을 지으려면 몇 억 단위의 돈이 필요했다. 농사를 잘 모르는 나 같은 귀농인이 처음부터 시도하기엔 투자 비용이 너무 컸다. 실제로 정부 지원 없이 순전히 자비만으로 스마트팜을 구축한 사람은 찾기 어려웠다. 게다가 지금 우리나라 스마트팜 정바카라의 방향은 농업 현실과 잘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2024년 농림어업총조사를 보면, 1ha도 안 되는 땅에 농사짓는 영세 소농 비율이 74%다. 게다가 스마트팜 기술을 도입할 만한 토마토, 딸기, 파프리카 같은 시설 작물의 비중은 2025년 농업면적조사 기준 전체 경작 가능 면적의 5.8%에 그친다. 그런데 정부의 스마트팜 정바카라, 2021년부터 7년간 3,867억 원을 투입하는 다부처 패키지 사업은 그 범위가 온실과 축사 중심의 시설 스마트팜에 한정돼 있다. 다시 말해, 나머지 94%의 영세하고 고령화된 노지 농가는 하드웨어 투자 없이 혜택을 볼 수 있는 스마트팜 기술이 사실상 없는 셈이다.


우리나라에 스마트팜 시설을 갖춘 축사와 하우스가 몇이나 되겠는가. 천장에 카메라를 달아 돼지 행동을 분석하고 사료 섭취량을 알려준다고 한들, 실제로 그 기술을 쓸 농가가 몇이나 될까. 남편의 말을 빌리면 이렇다. 동물이 아프다고 말을 하는 것도 아닌데, 천장에 카메라 매달아 놨다고 매번 즉각 대응할 수 있겠느냐는 거다. 소는 밥을 주면서 송아지가 설사를 하는지 어미젖은 잘 먹는지 계속 살핀다. 젖을 잘 못 먹는 것 같으면 분유를 타 먹이고, 설사를 하면 약을 먹인다. 스마트팜 기술에 이런 병증을 잡아내는 기능이 있다 한들, 설치비가 몇천만 원에서 몇 억인데 그만한 값어치를 하느냐는 뜻이다.


인공지능대전에서 본 오이 잎 분석 기술도 마찬가지다. 잎 색깔을 분석해 물이 부족한지 영양소가 부족한지 알려준다고 해도, 그게 농장 효율을 얼마나 높여줄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작물 상태는 농부가 눈으로 보면 바로 아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기술이 좋은 건 알겠는데, 실제로 농부들이 쓰겠느냐는 것이다. 나는 이 기술자와 농부 사이의 간극을 좁혀보려고 박사과정에 진학했다. 그리고 현장에서 느낀 내 생각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해 준 논문을 만났다.


2023년, 아일랜드 더블린의 두 대학 연구팀이 국제학술지 Technological Forecasting and Social Change에 논문 한 편을 냈다. 작물 재배 분야에서 농업인이 스마트 기술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다룬 선행 연구들을 분석한 리뷰다. 네 개 데이터베이스에서 9,600여 건을 추려 최종 16편을 정밀 분석했다. 연구팀은 기술 수용을 일곱 가지 잣대로 나눠서 봤다. 이 기술을 보면 마음이 편한가, 쓰는 데 얼마나 품이 드는가, 내 가치관과 맞는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이해가 되는가, 이걸 쓰려면 무엇을 내놓아야 하는가, 실제로 효과가 있다고 느끼는가, 내가 이걸 다룰 자신이 있는가. 이 일곱 가지를 16편에 하나하나 대조했다. 그런데 일곱 가지를 모두 다룬 연구는 단 한 편도 없었다.


결과에서 눈에 확 들어온 부분이 있었다. "기술이 좋다는 건 알겠는데, 그럼 나는 뭘 내줘야 하나." 내가 비용이나 시간, 노력까지 따졌을 때 과연 효용이 있을지 판단하기 어렵다고 했던 바로 그 지점이다. 이 질문을 16편 중 단 2편만 다뤘다. 나머지 14편은 아예 묻지도 않았다.


반면 "이 기술이 어떻게 작동하는가"는 15편이, "실제로 효과가 있는가"와 "내가 이 기술을 다룰 자신이 있는가"는 각각 11편이 다뤘다. 연구자들은 기술이 얼마나 잘 돌아가고 얼마나 정확한지는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그런데 그 기술을 쓰기 위해 농업인이 무엇을 포기하고 무엇을 얻는지는 대부분 그냥 지나쳤다. 왜 다들 이걸 놓쳤을까.


정확도는 논문에 깔끔하게 숫자로 박힌다. 95%, 99%처럼. 하지만 그 기능을 쓰려고 농부가 들여야 하는 노력은 숫자로 나오지 않는다. 숫자로 표기되는 것만 측정하다 보니, 정작 농업인이 실제로 망설이는 이유는 연구의 사각지대에 남은 것이다. 측정하기 쉬운 것과 중요한 것은 다른데 말이다.


그래도 이 격차를 건드린 연구가 몇 편 있었다. 호주의 한 목화 농가 연구에서는, 농업인들이 이미 충분한 경험과 지식을 갖고 있고 필요하면 상담사나 방제 전문가에게 곧바로 연락할 수 있어서 굳이 스마트 기술이 필요 없다고 느끼는 경우가 확인됐다. 어떤 연구에서는 새 기술을 들인 뒤 오히려 기록할 정보가 늘어 시간을 빼앗긴다고 느낀 농업인들이 있었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기술이 농업인의 오랜 판단을 인정해주지 않을 때 오히려 거부감이 커진다는 결과도 나왔다. 기술이 똑똑할수록 농업인은 되묻게 되는 것이다. 내가 수십 년 쌓은 경험은 뭐가 되나.


이 리뷰에는 재미있는 발견이 하나 더 있다. 농업인이 어떤 기술을 처음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개발자나 앱 자체보다 주변 농업인과 지역 커뮤니티의 말에 더 크게 좌우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농촌에서는 옆집 아저씨의 "그거 별로야" "그게 진짜 좋더라" 한마디에 기술의 운명이 갈린다. 성능이 아무리 좋아도 한 사람의 부정적인 말 한마디면 마을 전체가 등을 돌릴 수도 있다. 세상 모든 정보를 학습한 AI보다 동네 아저씨의 말 한마디를 더 믿는 게 현실이다. 결국 기술을 받아들이느냐 마느냐는 기계와 사람 사이의 일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일이다.


물론 이 논문에 한국 사례는 없다. 선별된 16편은 호주, 프랑스, 인도, 인도네시아 등 열두 나라에서 나왔다. 참여 농업인도 10명에서 727명까지 편차가 커서 연구마다 무게가 다르다. 저자들도 이 분야에 표준화된 평가 도구조차 아직 없다는 걸 한계로 인정한다. 게다가 이건 작물 재배 기준의 리뷰다. 우리 농장 같은 축산 현장에 대입하기엔 조심할 부분이 있다. 다만 "기술이 좋다는 건 알겠는데, 그럼 나는 뭘 내줘야 하나"라는 질문만큼은 작물이든 동물이든 똑같이 유효하다.


농축산업 AI를 만든다면, "얼마나 정확한가"를 증명하는 데 쏟는 힘의 절반이라도 "이걸 쓰면 농업인이 하루 중 무엇을 안 해도 되는가"를 증명하는 일에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확도 99%짜리 기술이라도, 쓰기 번거롭거나 대신 덜어주는 일이 크지 않다면 농업인은 끝내 손을 안 댄다. 아무리 좋은 기술도 사용자가 안 쓰면 무슨 소용인가. 정말 좋은 기술은 효과가 증명된 기술이 아니라, 쓰는 사람이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히 확인해 그 부담을 덜어주는 기술이 아닐까.


결국 내 주변에 스마트팜 시설을 들인 농가는 토마토 농가 딱 한 곳뿐이다. 시설 규모와 작목이 받쳐줬고, 정부 지원까지 맞물린 곳이었다. 반대로 말하면 그 조건이 갖춰지지 않은 대다수 농가에는 아직 남의 이야기라는 뜻이다. 지금도 스마트팜 기술은 매일 더 정확하고 신뢰성 있게 개발된다. 하지만 우리나라 농부의 수고를 실제로 덜어주는 기술이 얼마나 될까. 현장에서 진짜로 쓰이는 기술은 또 몇이나 될까. 이제는 기술이 부족해서 생기는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직 농업 현장에 자연스럽게 스며들 만큼 준비되지 않았을 뿐이다. 나는 앞으로 개발된 기술이 농축산업 현장에서 실제로 쓰이도록 잇는 역할을 해보려 한다.


P.S. 그런데 내 생각처럼 농가의 부담이 적고 효과도 확실하다면, 그때는 정말 농업인들이 받아들일까. 애초에 그 효과라는 건 얼마나 믿을 만한 걸까. 다음 편에서는 방향을 바꿔 기술의 성능 그 자체를 다룬 논문부터 살펴보려 한다. 농업 AI가 실제로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아직 못 하는지 들여다보자.


Thomas, R. J., O'Hare, G., & Coyle, D. (2023). Understanding technology acceptance in smart agriculture: A systematic review of empirical research in crop production. Technological Forecasting and Social Change, 189, 1223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