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들은 사천대로를 따라 달리다 삼천포대교공원 인근 공터로 들어섰다. 루미가 탑차를 세우자 뒤따르던 차들도 그 옆에 크기순으로 나란히 멈춰 섰다. 홍 반장이 봉고차에서 내려 배를 두드렸다.
“이왕 이래 된 거, 밥이나 묵자.”
그제야 루미는 조끼 주머니에 넣어둔 오만 원을 떠올렸다. 거기에 자기 돈을 보태 사람 수대로 자장면을 주문하자, 전화기 너머에서 중화요리집 주인이 물었다.
“배달 주소가 어딥니까?”
“음, 그러니까 길바닥인데요. 삼천포대교공원 공터 쪽으로 오시면 파란 탑차 한 대 보이실 거예요.”
젊은 부부와 중년 부부는 차 안에서도 여전히 휴대전화를 붙들고 있었다. 창문 너머로 입술만 바쁘게 움직였다. 선팅이 짙은 경차에 들어간 중개사는 무엇을 하는지는 밖에서 보이지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중국집 오토바이 소리가 공터에 울려 퍼졌다. 그러자 가장 먼저 문을 열고 나온 사람은 중개사였다. 삼촌들은 남은 보양재를 돗자리처럼 펼치고, 이모들은 플라스틱 바구니를 뒤집어 상으로 삼았다. 그러고는 차 안에 있는 사람들을 향해 손짓했다.
“다들 퍼뜩 내리소. 잔금은 안 와도 밥때는 온다.”
젊은 여자가 차에서 내려 눈치를 살폈다.
“저희도 먹어도 돼요?”
“돈은 그 짝이 냈는데 그람 누가 묵습니꺼. 언능 앉으이소.”
중년 부부도 못 이기는 척 보양재 끝에 자리를 잡았다. 중개사는 아무도 권하지 않았는데 이미 나무젓가락을 반으로 가른 뒤였다. 공터 한가운데서 다들 자장면을 비비고, 면을 입 안 가득 밀어 넣고, 단무지를 집어 먹느라 바빴다. 중개사는 두 부부 사이에 놓인 단무지 접시를 이쪽저쪽으로 부지런히 넘겼다. 그날 그가 가장 원활하게 중개한 것은 단무지였다. 그릇 바닥이 하나둘 드러나고 어느 정도 주린 배가 채워지자 젓가락질이 느려졌다. 사람들은 그제야 하나둘 고개를 들었다. 공터 앞에는 너른 바다가 펼쳐져 있었다. 한낮의 바다는 햇빛을 받아 푸르기보다 희게 빛났다. 주홍빛 삼천포대교가 바다 위에 완만한 곡선을 그렸고, 빨간 케이블카는 구름자락에 한 알씩 꿰어놓은 사탕처럼 하늘에 매달려 있었다. 루미는 넋을 놓고 바다 위를 느릿느릿 건너는 움직임을 바라보았다. 사람들도 어느새 말을 멈추고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홍 반장이 바다 건너 대교를 바라보며 중개사에게 물었다.
“여도 대교가 바로 보이는데, 평당 얼마나 합니까?”
중개사는 춘장에 양파를 찍어 먹던 젓가락을 멈추고 진지하게 대답했다.
“여기는 시 소유라 거래가 안 됩니다.”
“하모, 제일 비싼 땅이네.”
사람들 사이에서 처음으로 함께 웃는 소리가 났다. 웃음이 잦아들자 모두들 초조함이 얇게 밴 고요 속에서 멍하니 바다를 바라보았다. 그때 젊은 여자가 휴대전화를 든 채 외쳤다.
“들어왔어요! 들어왔다구요!”
중년 부부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가슴을 쓸어내렸고, 중개사는 두 손을 하늘로 번쩍 치켜들었으며 루미는 자기도 모르게 박수를 쳤다. 이모들은 느슨해진 머리를 다시 바짝 묶었고, 삼촌들은 무릎을 털며 일어섰다. 안도의 숨을 내쉬던 중년 여자가 멈칫하며 물었다.
“이체 한도는 늘려놓으신 거 맞죠?”
“당연하죠.”
젊은 남자의 엄지손가락이 휴대전화 화면을 토독토독 두드렸다. 잠시 뒤 중년 남자의 휴대전화에서 입금 알림이 울렸다. 그는 금액을 확인하자마자 그 돈을 자신들이 들어갈 집주인에게 다시 보내고 전화를 걸었다.
“들어갔어요! 들어갔다구요!”
그 과정을 지켜보던 루미가 읊조렸다.
“우리보다 익스프레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