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화] 우리는 붙어있다.

by채도운

“언니, 나 신문에 나왔어.”

선자는 태블릿을 들고 연희에게 달려왔다. 연희는 서둘러 선자에게서 태블릿을 뺏었다. 대문에서는 계속 초인종이 울려대고 있었다. 인터폰 화면에 카메라를 든 기자들이 보였다. 선자의 얼굴이 환해졌다.

“우리 정원 찾아왔나 봐.”

선자가 현관으로 향하자 연희가 팔을 붙잡았다.

“나가지 마.”

“왜? 사람들이 꽃 보러 왔잖아.”

“방에 들어가 있어. 오늘은 밖에도 나가지 말고.”

연희는 인터폰 전원선을 아예 뽑아버린 채 곧장 석재에게 전화했다.

“기사 봤지?”

“보고 있습니다.”

“민구가 선자를 건드렸어. 어떻게 그렇게 연약한 애를 건드릴 수 있는 거야? 사람이 이래도 돼?”

석재의 대답은 지나치게 담담했다.

“그러게요. 여사님께서 손 놓고 있으라고 하셔서 놓고 있었는데, 군수님은 혼자서도 잘하시네요.”

연희의 호흡이 거칠어졌다. 평소의 우아한 말투도 온데간데없었다.

“지금 나를 조롱하는 거야?”

“조롱할 만큼 한가하지 않습니다. 저희 사무실도 전화기 세 대가 쉬지 않고 울고 있거든요.”

“선자는 사람이야. 회사야 까짓것 문 닫고 다시 세우면 그만이지만, 선자는······”

석재가 연희의 말을 가로막으며 낮게 웃었다.

“법인도 사람 아닙니까. 지금도 얼마나 서럽게 울어대는지 아십니까?”

석재는 휴대전화를 귀에서 떼어 사무실 쪽으로 내밀었다. 전화기 여러 대가 서로 질세라 울어대는 소리와 직원들이 다급하게 응대하는 목소리가 한데 뒤엉켰다. 연희는 대화 속 석재의 날이 선 말투를 느끼고 물었다.

“신 대표, 뭐 서운한 거 있어? 갑자기 왜 이래?”

석재는 연희와 민구 두 사람이 서로를 태워 죽이겠다며 불을 놓을 때마다 자기 회사나 주변 사람이 자꾸만 땔감처럼 쓰이는 상황이 불쾌했다. 석재는 끓어오르는 열기를 겨우내 억누르고 말했다.

“서운해서 이러겠습니까. 무서워서 그러죠.”

연희는 어이없어하며 물었다.

“무섭다고?”

“저, 여사님, 군수님. 세 집 담장이 붙어 있다는 걸 잊으셨습니까?”

연희가 하운시를 떠나 호해군으로 넘어왔을 무렵, 이곳에는 개발할 땅도, 손댈 건물도 넘쳐났다. 문제는 돈이 아니었다. 어디를 먼저 건드려야 행정이 움직이고, 어떤 서류를 갖춰야 공사가 시작되는지 아는 사람이 필요했다. 당시 공무원이던 민구가 그 길을 열어주었다. 석재가 합류한 것은 그즈음이었다. 연희가 사들인 빈 건물에 석재가 전시와 공연을 채웠고, 민구는 그 일을 군의 문화사업으로 포장해 예산을 끌어왔다. 부풀어진 사업비는 여러 길로 빠져나와 민구가 첫 선거를 치를 밑천이 되었다. 민구가 군수가 된 뒤에는 판이 더 커졌다. 연희가 땅을 사고 길을 내면 석재가 그 위에 축제를 올렸고, 민구는 단상에 올라 호해군의 새로운 미래를 이야기했다. 그런 세 사람은 석재의 말마따나 처마를 맞댄 초가집 세 채나 다름없었다.

“한 집에 불났다고 나머지 둘이 구경할 때가 아니잖습니까. 여사님이 군수실에 불을 놓았고, 군수님은 선자 씨 이름으로 맞불을 놓았습니다. 이대로면 어느 집이 먼저 타느냐만 다를 뿐입니다.”

“그래서 어쩌자고?”

“오늘 셋이 만나시죠. 기자도, 비서도 없이.”

“이제 와서 민구하고 내가 마주 앉으라고?”

“우선 각자 들고 있는 성냥부터 내려놓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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